[트렌드&이슈] 비혼가구에게 가족의 권리 제공하는 '생활동반자법'..."왜 필요할까?"
[트렌드&이슈] 비혼가구에게 가족의 권리 제공하는 '생활동반자법'..."왜 필요할까?"
  • 이지원
  • 승인 2019.12.11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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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 사회적인 의무가 아닌 개인의 선택으로 자리잡으며 비혈연 공동체에 대한 정책 재정립이 필요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결혼이 사회적인 의무가 아닌 개인의 선택으로 자리잡았다. 1인가구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요즘, 이제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고독사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이제 '비혈연 공동체'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시기가 왔다.

지난 2014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진선미 의원의 다양한 가족 형태를 구성할 권리를 담은 '생활동반자법'에 대한 법안이 발의 직전까지 갔지만 여러 차례 무산됐다. 이어 2019년 11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에서 "아직 동성 합법화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와 동시에 일부 네티즌들은 다시 한 번 생활동반자법 추진을 주장하기에 나섰다.

생활동반자에 관한 법률안은 혈연과 혼인 관계를 뛰어넘어 나와 함께 사는 사람을 동반자로 지정하는 법을 뜻한다. 해당 법안의 목표는 '가족 개념의 외연을 넓혀 다양한 결합을 존중하자는 것', 다시 말해 변화한 인식에 비해 제도가 지체된 건 아닌가를 고민하자는 것이다.

해당 법안이 통과될 시 동거인은 물론 동성 관계 등 나와 함께 생활하는 또 다른 성인을 '동반자'로 지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현재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 법적 보호자가 되는 동시에 법정 대리인이 되며, 혈연관계나 부부 사이에서만 가능하던 것들이 동반자의 관계에서도 가능하게 된다.

현행 민법 제779조는 피가 섞였거나 결혼을 통해 엮여야만 가족으로 인정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현행 민법 제779조는 가족을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혹은 '생계를같이 하는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라 규정하고 있다. 한다는 뜻이다.

이렇듯 '정상 가족'이 아닌 동거인들은 상대방이 아파도 보호자 신분으로 수술동의를 하거나 가족 면회를 할 수 없으며 임대주택 신청, 전세 자금 대출에서 뒷순위로 밀린다. 연간 소득이 100만 원 이하인 가족이 있을 시 지급받게 되는 소득공제 또한 동거인에겐 적용되지 않는다.

대학을 졸업한 직후 15년 동안 함께 살고 있는 동거 중인  A와 B, 어느 날 쓰러진 A 씨로 인해 B 씨도 서둘러 병원으로 향했다.

하지만 헐레벌떡 도착한 B 씨의 노고가 무색하게도 A 씨의 수술 동의란에는 서명을 할 수 없었다.

부모님 만큼이나 가까운 사이임에도 3시간 거리에 사는 A 씨의 부모님이 올 때까지 B 씨는 그냥 지켜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위의 사례이다. 모든 수술에는 동의가 필요하며, 서명은 대부분 본인보다 보호자의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보호자란 법적 또는 혈연관계의 가족이어야 함이 증명돼야 한다.

긴급하게 수술이 필요한 상황에 전통적인 가족으로 엮이지 않은 동반자의 경우에는 수술 동의서에 서명할 수 없다. 긴급한 상황임에도 수술을 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러한 상황에 동반자가 죽기라도 한다면 배우자나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곁을 지킬 수 있는 휴가조차 받을 수 없다.

1인가구가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의료 제도나 장치는 변화하지 않았다. 특히 중장년으로 접어들수록 전통적인 다인가구일 것이라는 고정관념은 그 보편적인 인식 속에 박혀 있어, 더더욱 곤란한 순간이 생길 수 있다.

비단 이러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소소하고 자잘한 문제 또한 많다. 부양할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없으며, 주거 지원 정책의 우선순위에서도 한참 밀리게 된다. 통신비 할인이나 항공사 마일리지 사용 등 각종 가족 결합 조건의 혜택도 누릴 수 없다.

주거 지원 정책 그 어디에서도 미혼 동거인들을 위한 법은 없다. '정상 가정'이 아니라면 1인가구로 취급받게 되며, 국민임대주택의 경우 1인가구는 15평 이하만 신청할 수 있다. 낮은 이자로 대출받을 수 있는 2인가구의 기준 또한 신혼부부에만 적용된다.

하지만 생활동반자법이 발의될 시 국민건강보호법, 소득세법, 의료법 등의 의료제도에서 동반자가 배우자에 준하는 권리를 갖게 된다. 이밖에도 각종 혜택을 누릴 수 있으며, 공동생활을 둘러싼 법적 권리가 생긴다.

결혼 제도와 비슷해 보이는 해당 법안은 개인과 개인 사이에 이뤄지는 '계약' 관계라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더불어 부부와는 달리 상대방의 가족과는 아무런 관계가 형성되지 않으며, 동반자 개념이기 때문에 성립과 해소 절차 또한 혼인보다 간단하다.

젊은층은 생활동반자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렇다면 젊은층은 이러한 생활동반자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청년세대의 결혼과 자녀, 행복에 대한 생각'을 주제로 20대 청년 1000명(남녀 각 500명)에게 조사한 2019년 2차 저출산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결혼 의향이 없는 편이거나 절대 없다는 응답률은 47.3%에 달했다. 비혼 및 혼족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 또한 47.8%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아무 생각/감정 없음(45.3%) ▲부정적 의견 (6.9%) 순이었다.

또한 우리나라 결혼제도가 수정 및 보완돼야 한다는 응답 역시 80.5%에 달했다. 성별로는 남성 75.2%, 여성 85.8%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가운데 동성혼 찬성이 60.3%, 생활동반자법 찬성은 69.1%였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존재함을 인정하고 개개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라도 다시 생각해 봐야 할 주제임이 틀림없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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