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체험기] "피자도 햄버거처럼 즐길 수 있다" 1인 화덕 피자 '고피자'
[솔직체험기] "피자도 햄버거처럼 즐길 수 있다" 1인 화덕 피자 '고피자'
  • 이지원
  • 승인 2020.07.14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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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피자 업계는 피자헛과 도미노피자, 미스터피자 등 '빅3'가 시장을 꽉 잡고 주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1인가구의 증가와 냉동피자의 성장으로 인해 해당 업계의 판도가 뒤바뀌고 있다. 

실제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와 공정거래위원회의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도미노피자의 2016년 영업이익은 261억 원에서 2018년 209억 원까지 떨어졌다. 미스터피자 역시 2016년 영업이익 89억 원에서 2018년 4억 원 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냉동피자 시장의 성장률은 가파르다. 시장조사기업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냉동피자 시장은 2016년 114억 원 규모에서 2017년 703억 원까지 오르더니, 2018년에 들어서는 약 1200억 원까지 성장하며 2년 만에 10배 이상 급성장했다.

이러한 변화의 이유로는 1인가구의 영향을 빼놓을 수 없다. 1인가구의 경우 혼자서도 먹을 수 있는 적은 양의 음식을 선호하며, 저렴한 가격 대비 만족도는 높은 '가성비' 좋은 음식을 선호한다. 한 판에 5000원 가량에 달하는 냉동피자와 할인을 받더라도 2만 원 가량을 훌쩍 넘는 프랜차이즈 피자는 보통 2~3인용으로 그 양까지 많아 대체적인 1인가구의 한 끼 식사로는 부적절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1인가구의 사이에서는 '갓 만들어진 따끈한 피자'에 대한 욕망이 계속됐다. 1인가구의 한 끼 식사로 해결할 수 있는 적은 양에 가격도 저렴한 한편, 맛 또한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1인가구의 니즈를 완벽하게 저격한 브랜드가 있다. 1인가구가 혼자 먹어도 부담이 되지 않는 사이즈의 피자를 선보인 것은 물론, 화덕에서 갓 나온 피자로 승부수까지 띄운 '고피자(GOPIZZA)'를 직접 방문해 봤다. 

1인 화덕 피자, 고피자의 외관

현재 고피자는 서울 일대는 물론 인천, 부산, 경상도, 강원도, 전라도, 충청도 등 전국에서 약 46개의 매장을 운영 중에 있다. 기자가 찾은 곳은 '로봇 알바가 소스를 뿌려 준다'는 상수직영점. 1인가구의 큰 틀에 '푸드테크'까지 저격한 매장이 아닐 수 없다. 고피자 상수직영점은 상수역 2번 출구에서 골목으로 따라들어가면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밝은 오렌지 색상의 매장은 멀리서 봐도 한 눈에 띄었다. 

매장에 들어서자 주문이 가능한 키오스크가 먼저 보였다. 홀로 방문한 손님을 위한 1인 피자는 물론 2인 단위의 손님도 모두 아우를 수 있도록 다양한 세트 메뉴와 패키지 메뉴가 준비돼 있었으며, 피자 외 파스타 메뉴도 알차게 마련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키오스크로 편리함을 더한 주문 방식
키오스크로 편리함을 더한 주문 방식

메뉴의 가격은 어떨까. 피자 단품의 가격은 4900~8900원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피자를 판매하고 있었다. 피자의 기본이라는 '클래식 치즈 피자(4900원)'는 물론 레스토랑에서나 맛볼 수 있었던 '고르곤졸라 피자(5900원)', '멕시칸 미트칠리 피자(6500원)'에 고피자의 프리미엄 메뉴 '프리미엄 스테이크 피자(8900원)'까지 마련해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줬다. 파스타 가격 역시 5500~7500원 내외로 부담스럽지 않았으며, 다양한 사이드 메뉴까지 갖추고 있어 프랜차이즈 피자집에 지지 않을 법하다. 

기자의 경우 한 끼 식사가 1만 원이 넘어가는 경우 '부담스럽다'고 느끼는 편이었으나, 고피자는 이러한 사회초년생의 마음도 적절히 어루만져 줬다. 피자 한 판과 음료 한 잔, 간단한 사이드메뉴가 제공되는 세트 메뉴와 함께 추가 소스를 주문한 기자의 영수증에는 9000원이라는 금액이 찍혔다. 한 끼를 피자로 떼운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충분히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고피자의 쾌적한 혼밥 좌석
고피자의 쾌적한 혼밥 좌석

메뉴를 주문하고 나니 가게 내부가 눈에 들어왔다. 고피자는 1인가구를 위한 피자라는 이름에 걸맞게 1인 손님을 위한 혼밥석은 물론, 최대 8인까지 무리없이 앉을 수 있는 단체석까지 마련돼 있었다. 특히 혼밥석에는 좌석마다 콘센트를  있어 혼밥족들을 위한 배려를 갖추고 있었다. 

고피자의 특장점이라 할 수 있는 화덕도 한 눈에 보였다. 피자를 조리하는 모습이 직접적으로 보이는 형태는 아니었으나, 음식이 만들어지는 주방은 세미 오픈키친의 형태로 돼 있어 안쪽을 볼 수 있었다. 소비자에게 주방을 개방한 채로 운영되는 만큼 주방 내부는 상당히 깨끗했다. 

고피자의 화덕, '고븐'

굳이 46개의 고피자 매장 중 상수직영점을 찾은 것은 AI 알바, '알바고'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알바고는 피자에 소스를 뿌려 주거나 피자와 어울리는 소스를 추천해 주는 AI 로봇이다. 소비자에게 맛의 즐거움은 물론, 보는 즐거움까지 더한 것이다. 기대를 한 몸에 안고 알바고에 다가서자 예상치 못한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알바고는 법정근로시간을 준수해

하루 7시간 근무를 합니다.

초과 근무는 하지 않으므로

오늘은 알바고를 이용할 수 없습니다.

내일 다시 찾아주세요.

눈물을 머금고 사장님께 이용 가능한 시간이 언제인지 묻자, "현재는 점검 중"이라는 말이 돌아왔다. '아직까지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신 할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현재는 이용할 수 없지만, 알바고는 소비자에게 재미를 느끼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알바고는 고피자가 직접 개발한 인공지능 로봇으로, '비전 인식' 및 '로보틱스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다.

피자고의 알바고는 현재 불고기 피자나 불닭 피자 주문 시에만 해당 기계의 사용이 가능했으나, 향후 피자고는 체험 가능한 피자와 소스를 늘리는 한편 ▲피자 잘라 주는 로봇 ▲토핑의 순서와 위치를 알려 주는 기계 등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비자는 물론, 점주에게도 편리함을 선사하겠다는 방침이다.

고피자의 로봇 알바, '알바고'
고피자의 로봇 알바, '알바고'

잠시 고피자의 역사를 살펴보자면, 고피자는 "피자도 패스트푸드처럼 빠르고, 싸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하자"는 목표에서 나온 브랜드다. 싸고 간편한 것이 해결됐으니 이제는 피자가 빨리 나오는지에 대해 확인할 차례다.

실제 기자가 피자를 주문한 후 맛보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7분 내외였다. 마치 패스트푸드점을 연상케 하는 고피자의 숨은 포인트는 화덕과 도우에 있다. 

고피자의 경우 공장에서 만든 도우를 매장에 납품하고, 점주가 직접 토핑을 작업해 화덕에 굽는다. 이때 피자와 스파게티는 고피자만의 화덕 '고븐'에서 조리된다. 고븐은 2~3분 만에 1인용 피자를 5개씩 구울 수 있는 자동 화덕으로, 자동으로 구워지는 화덕을 통해 최소의 인원을 활용해도 운영할 수 있다. 그만큼 가격은 저렴해지고, 조리 시간은 단축되는 것이다.

기자 앞으로 나온 피자는 일반적인 원형의 피자가 아닌, 긴 타원형의 모양새였다. 1인 피자라는 이름에 걸맞게 일반 피자 조각보다는 조금 작은 조각들로 이루어진 고피자는 5조각이 한 판으로 이루어져 있어 보기에 적지 않아 보였다. 기자가 평소에 먹는 양은 프랜차이즈 피자 라지 사이즈 기준 3조각 정도이다. 이에 사이드메뉴인 치즈 스틱과 1인용 피자 한 판, 콜라 한 잔으로 이루어진 피자 세트는 충분한 양이었다. 심지어 2조각을 남기기도 했다. 

피자 한 판과 음료 한 잔, 간단한 사이드메뉴가 제공되는 세트 메뉴

주문한 '베이컨 포테이토 피자'는 일반 프랜차이즈 피자가게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메뉴다. 나름대로 피자 내공이 쌓인 기자가 피자를 먹어본 결과, 엄청난 피자 맛집이라 칭송할 정도는 아니지만 쫄깃한 도우와 화덕 피자 특유의 고소한 향이 입안에 가득 찼다. 토핑과 소스 역시 부족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가성비'만을 내세운 저렴함 피자 프랜차이즈와 비교했을 때 치즈의 질이 가장 차별화될 듯했다. 베이컨의 양은 대체적으로 아쉬웠으나, 치즈의 양과 질은 만족스러웠다. 

매장에서는 '더 쎄를라잇 브루어리(The Satellite Brewing Co.)'와의 협약으로 이루어진 '우주 IPA'와 '로켓필스' 등 수제맥주도 판매되고 있어 '피맥(피자와 맥주)'도 가능했다. 맥주의 가격 역시 3000원 내외로 이루어져 있어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이었다. 

실제 매장에 앉아 피자를 먹고 있으니 홀로 들어와 혼밥석에 앉아 피자 한 판을 즐기고 가는 손님과 피자 한 판을 간단하게 포장해 가는 손님 등 혼자 온 손님들이 주를 이뤘다. 포장이 많이 이루어지는 만큼 '집에서 데워먹더라도 맛이 있을까'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같은 메뉴인 베이컨 포테이토 피자를 포장해 집으로 향했다. 베이컨 포테이토 피자 단품의 가격은 6700원, 두 번째로 나온 피자 역시 7분 만에 만나볼 수 있었다. 

(좌=에어프라이어 조리, 우=오븐 조리)

집에 도착한 후 냉장고에 피자를 넣은 지 하루 만에 오븐과 에어프라이어에 간단히 조리해 먹은 결과, 매장에서 먹었던 피자보다 오히려 더 맛있는 피자를 만날 수 있었다.

에어프라이어에 조리한 피자의 경우 간단히 조리 가능해 1인가구에게도 좋은 선택이 될 듯했으며, 오븐에 조리한 피자는 치즈가 주욱 늘어나 갓 나온 피자를 연상시켰다. 

※고피자가 추천하는 간편 조리법: 에어프라이어 170도 5분, 프라이팬 약한 불로 7분, 전자레인지 30초(1000W)

기자 외에 다른 의견으로는 "1인가구가 음식물 쓰레기를 배출하기 싫을 때 좋겠다"거나 "치즈의 질이 좋고, 화덕피자 특유의 맛이 잘 느껴진다"는 평가가 나왔다. 평소 대식가인 이 모씨는 "성인 남성이 먹더라도 부족하지는 않을 양"이라는 평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피자헛의 1인용 피자인 '더블 포테이토 베이컨 피자'가 4800원, '페퍼로니 피자'가 3800원 수준이라 같은 위치에 있다면 고민을 하게 한다는 평도 있었다.

다만 피자헛의 1인용 피자의 경우 8인치로, 오븐 피자이다. 매장 수 역시 전국 20개 내외에 불과하다.

고피자가 1인 피자의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화덕 피자라는 개성을 어떻게 잘 알릴 것인지가 관건이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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