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결국 이스타항공 인수 포기..."불확실성 너무 크다"
제주항공, 결국 이스타항공 인수 포기..."불확실성 너무 크다"
  • 임은주
  • 승인 2020.07.23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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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제주항공이 결국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매각 작업이 실패에 이르며 향후 이스타항공 파산과 직원 1600명의 대량 실직 우려가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경영권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해제했다고 공시했다. 지난 3월2일 이스타홀딩스와 SPA를 맺은지 4개월여 만이다.

제주항공은 공시에서 "진술보장의 중요한 위반 미시정 및 거래종결기한 도과로 인해 기체결한 주식매매계약을 해제했다"고 밝혔다.

제주항공은 인수 포기 배경에 대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의지와 중재 노력에도 현재 상황에서 인수를 강행하기에는 제주항공이 짊어져야 할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고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피해에 대한 우려도 큰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으로의 인수가 불발로 끝나며 이상직 의원이 2007년 10월 전북 군산을 본점으로 설립한 이스타항공은 출범 13년 만에 문 닫을 위기에 처했다. 이스타항공 직원 1600여명의 무더기 실직 사태도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3월부터 모든 국제선·국내선 노선의 운항 중단으로 수익을 거두지 못했고, 2개월 이상 항공기를 띄우지 않아 운항증명(AOC) 효력마저 일시 중지됐다.이스타항공의 올 1분기 자본총계는 -1042억원으로 이미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이르렀다.

사실상 제 3의 인수자를 찾을 가능성도 희박하다. 업계는 이스타항공이 자력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만큼 법정 관리에 돌입하면 기업회생보다는 청산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한다.

그간 양사는 코로나19 여파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처하면서 계약서상 선결조건 이행을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이스타항공의 미지급금은 체불임금 250억원을 포함해 1700억원 넘게 쌓였다.

또한 이스타홀딩스 설립과 연관된 편법 승계, 자금 출처 등과 관련된 의혹이 불거지며 오너일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졌다. 이에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을 통해 "가족이 보유한 이스타항공 지분을 회사에 모두 헌납하겠다"라고 강수를 뒀다

지난 20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가 서울 애경본사 앞에서 '이스타 항공 인수 촉구 집회'를 하며 이스타 항공 사태 해결 촉구 피켓을 들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난 20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가 서울 애경본사 앞에서 '이스타 항공 인수 촉구 집회'를 하며 이스타 항공 사태 해결 촉구 피켓을 들고 있다(사진=뉴시스)

하지만 제주항공 측은 체불임금을 포함한 1700억원 수준의 미지급을 해결하지 않으면 인수 계약이 성사되지 않을 수 있다며 압박에 나섰다.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제주항공의 인수를 기대하며 임금 반납에까지 동의하기도 했다.

제주항공은 지난 1일 이스타항공에 "10일(10영업일) 이내에 선결 조건을 모두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을 보냈다. 이어 지난 16일 "(마감 시한인) 15일 자정까지 이스타홀딩스가 주식매매계약의 선행 조건을 완결하지 못해 계약을 해제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결국 제주항공은 23일 이스타항공 경영권 인수를 위해 체결한 SPA 해제를 공식 발표했다. 향후 선결 조건 이행에 대한 입장이 엇갈리면서 계약 파기의 책임을 놓고 양측 간 법적 다툼이 예상된다.

(데일리팝=임은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