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 칼럼] 청년 혼족, 즐기는 것인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인가?
[1인가구 칼럼] 청년 혼족, 즐기는 것인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인가?
  • 오정희
  • 승인 2021.11.16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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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청년이 살기 참 좋은 곳이다 다른 지역(시도)보다 청년을 위한 주거부터 복지, 문화까지 관련정책과 혜택이 많고 심지어 직접 제안할 수도 있으며 제안을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 청년들을 위해 교육까지 해준다.

정책적 지원뿐만 아니라 서울 자체만으로도 매력적이다. 좋은 대학과 병원이 밀집되어 있으며 다양한 먹을거리 볼거리 즐길거리 등이 가득하고 교통도 편리하다. 청년들이 지방 보다 서울로 몰리는 이유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고 역설적이게도 서울은 청년들이 살기 어렵고 힘든 곳이다. 사람이 생활하면서 가장 필요한 의(衣)식(食)주(住) 중 먹는 것과 입는 것은 줄일 수 있지만 주거비용은 줄인다고 주머니 사정만큼 줄어드는 것이 아닌 만큼 힘에 부칠 수밖에 없다. 

실제 서울에 거주하는 청년 1인가구 중 한사람으로 1인가구 삶의 질을 높이고자 1인라이프 케어 서비스 혼족의제왕을 운영하면서 만난 수많은 청년들은 선택을 하고 있었다.

청정넷 주거정책 토론회에 참여한 혼족의제왕 오정희 이사 (왼쪽 첫 번째)

 


청년들의 첫 번째 선택은 '어디에서 살 것인가'이다. 


사람은 늦고 빠르고의 차이는 있지만 언젠간 부모의 곁을 떠나 독립을 하게 된다. 자취는, 독립은 실전이다. 드라마 같은 자취는 없다.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감성이 돋보이는 분위기 있는 집은 내 집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돈 많은 부모를 잘 만난 금수저들을 제외하고는 주머니 사정에 맞춰 살집을 구하게 된다. 요즘 같아서는 전세도 어렵고 대부분 월세에 살고 있는데 아파트나 오피스텔이 아닌 다가구 주택에 사는 청년들도 많다. 

서울에 치중되어 있던 이 같은 상황은 부동산 집값이 상향평준화 되어 가며 전국적으로 확대되어 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문제에 최근 정부차원에서 늘어가는 1인가구 청년들을 위한 특별공급 정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 청년들에게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개선안이 실제로 적용될 단지가 상당히 제한적인 데다 생애최초, 신혼부부 특별공급 중에서 30%에 불과한 물량을 다시 우선공급 탈락자 등과 함께 경쟁해야 되는데 당첨률이 얼마나 높겠냐는 것이다.  

이것 보다 더 큰 문제는 청약에 당첨되더라도 계약금을 낼 돈이 있냐는 것이다. 계약금은 대출이 안 되기 때문에 본인 자금으로 준비해둬야 하는데 첫 관문부터 쉽지 않다. 계약금을 어찌어찌 마련하고 중도금은 대출을 받아 해결했다 하더라도 잔금 때 추가 대출이 어려워 현금으로 내야하는데 그 돈을 마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청년들 대다수가 운이 좋으면 전세를, 그렇지 않으면  월세를 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감성이 가득담긴 한강이 보이는 집은 내집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사진=GettyImages)

 


청년들의 두 번째 선택은 포기이다. 


매월 버는 돈 중 주거에 나가는 비용이 많다 보니 살아가기 위해 학업, 결혼, 출산 등 많은 것들을 내려놓게 된다. 사람 만나는 것도 돈이 든다며 만남을 줄여가는 모습도 이제는 어색하지 않다.

그동안 1인가구관련 컨퍼런스, 토론회, 인터뷰 등의 활동을 하면서 만난 혼삶을 살아가고 있는 20대, 30대 친구들의 공통된 대답은 이렇다. 

저축한다고 하더라도 물가와 부동산 상승률을 따라가기 어렵고,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어가도 생활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누군가와 그 삶을 나눈다고 해도 눈에 띄게 나은 삶을 살기 어려울 것 같으니 나에게 좀 더 집중하며 살고 싶다는 것이다. 

누군가와 그 삶을 나눈다고 해도 눈에 띄게 나은 삶을 살기 어려울 것 같으니 나에게 좀 더 집중하며 살고 싶어 한다. (사진=GettyImages)
누군가와 그 삶을 나눈다고 해도 눈에 띄게 나은 삶을 살기 어려울 것 같으니 나에게 좀 더 집중하며 살고 싶어 한다. (사진=GettyImages)

 


청년들의 세 번째 선택은 자신이다. 


청년들은 불안하다. 결혼을 통해 2인 또는 3인으로 변하는 순간  눈에 띄게 경제력이 뛰어난 일부 청년들을 제외하고 미래에 대한 준비가 더 힘들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요즘 현재의 내 수입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는 심리적 불안감도 스스로를 선택하게 하는 한 요인이다.

어린 시절 취업만 하게 되면 회사가 정년퇴직까지 책임져 줄 것 같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정년은 60세 이상인 회사가 많지만 평균 근속 기간은 짧아졌다. 

21년 8월 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5월 고령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55∼64세 취업 유경험자가 생애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에서의 근속 기간은 평균 15년 2.1개월로 일자리를 그만둘 당시 나이는 평균 49.3세에 불과했다. 

일자리를 그만둔 사유도 사업 부진·조업 중단·휴폐업, 권고사직·명예퇴직·정리해고 등에 있다.

세상이 너무 급변하다 보니 뒤처지지 않고 살아남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자기개발을 하는 청년들이 많다. 어느 세대 보다 치열하게 노력하는 청년들은 다른 선택을 할 시간이 없다. 

당장 목구멍이 포도청이고 미래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다른 생각을 하기보다 스스로에게 집중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청년들은 다양한 선택의 기로에서 삶을 이어가기위해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홀로 남게 된다.

(사진=GettyImages)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1인가구로 살 것 인가 말 것 인가 자체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사진=GettyImages)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1인가구로 살 것 인가 말 것 인가 자체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대다수의 청년들은 사회 환경에 의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1인가구로 살고 있다.

청년 1인가구 증가에 대해 일각에서는 아직까지도 출산율 저하에 따른 인구절벽을 먼저 걱정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특단의 대책으로 출산장려금을 1억까지 내걸었다. 하지만 반응은 싸늘하다. 조삼모사 정책은 통하지 않는다. 청년들이 삶을 살아갈 수 있고 미래를 그릴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하다. 

묻겠다. 청년 혼족, 즐기는 것인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인가?


 

글쓴이 오정희는 
국내최초 1인가구 전문미디어 데일리팝과 1인라이프 케어 서비스 혼족의제왕을 운영하고 있다.
1인가구관련 강연, 설문조사, 기업 프로젝트,  정책제안, 리포트&보고서 발간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1인가구 자취생활백서 '나없이 자취하지 마라'를 집필했다.
주요 관심사는 1인가구의 주거, 자취, 식생활 등 1인가구와 관련된 모든 것이다. 


 

※ '[1인가구 칼럼] 청년 혼족, 즐기는 것인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인가?' (출처=청년재단 [리얼리뷰 청년매거진 202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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