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세계적으로 환경보호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이에 따라 각 기업들도 친환경 행보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다가서고자 하는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와중에 친환경을 내세운 과장광고가 만연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 기업의 친환경 행보, 이제 선택 아닌 필수?
얼마 전 유럽의회(EU)는 ‘기업 지속 가능성 보고지침(CSRD·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를 채택했다. 이는 기업이 사람과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공개하도록 의무화함으로써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지침은 글로벌 수준의 지속가능성 보고 기준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기업에 환경권리와 사회적권리 등 지속가능성 문제에 대해 보고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각 기업은 ESG 전략과 목표 및 진행상황, 제품 및 서비스, 비즈니스관계, 공급망 등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정보를 공개해야 함으로써 광범위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에선 이미 기후 리스크 공시법이 지난해 통과된 바 있다. 기후위기 관련 정보를 연차보고서에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하는 법으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오는 연말부터 미국 내 모든 상장사에 기후변화 정보공시를 적용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작년 1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기업공시제도 종합 개선방안에서는 2025년부터 일정 규모 이상 자산을 보유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ESG 공시 의무화 방침이 게재돼 있다. 또 2030년부터는 나머지 모든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ESG 공시를 의무화한다는 계획이다.
■ 그린워싱 사례 살펴보니
이처럼 국내외를 불문하고 기업의 친환경 행보가 요구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포착된다. 바로 그린워싱(Green-washing)이다. 우리 말로는 ‘위장환경주의’로 기업에서 실제로 친환경 경영을 하고 있지 않으면서도 마치 친환경인 것처럼 속여 경제적 이익을 보는 행위를 뜻한다.
지난 4월,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는 광고감시 당국 광고표준위원회(ASA)가 다국적 은행 HSBC 그린워싱 광고에 대해 경고 처분을 내릴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작년 10월 영국 브리스톨과 런던의 버스정류장에 게재된 두 개의 광고가 문제가 된 것인데, 이 포스터와 관련해 ASA에 들어온 민원은 45건이나 된다. 해당 포스터들은 각각 ‘HSBC은행은 고객들이 넷제로(net-zero)로 전환하도록 1조달러(약 1200조원)를 제공할 것’, ‘12만톤의 탄소를 가두기 위해 나무 200만 그루를 심을 것’ 등의 내용을 담는다.
ASA 측은 이에 대해 “HSBC가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회사에 지속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는 사실은 생략하고 자사의 녹색 이니셔티브만을 선별적으로 홍보함으로써 고객들을 현혹시켰다”고 지적했다.
당국은 HSBC의 공시 자료 등을 살펴본 결과를 토대로 이같은 판단을 내렸다. HSBC가 석유 및 가스 프로젝트에 재정을 지원해 연간 3580만 톤의 이산화 탄소 배출 효과를 내고 있었다는 것이다. 또 2040년까지 발전용 유연탄 광산 사업에 자금 조달을 지속하겠다는 계획도 들어있었다.
당국은 “향후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 환경 관련한 내용을 내세울 경우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정보를 빠뜨리지 말 것”을 주문했다. ASA는 그린워싱 광고 감시를 지속·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 그린워싱, 어떻게 판단하지?
HSBC와 같은 그린워싱 사례는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얼마 전 경제민주화시민연대가 시민사회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49.8%는 ESG 워싱 문제에 대해 “왜곡 매우 심각하다”고 답했다. 또 전체 응답자의 88.5%는 ESG 워싱이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어떤 기준을 가지고 그린워싱을 판단할 수 있을까? 캐나다의 친환경 컨설팅 기업 테라초이스(Terra Choice)가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7가지 기준으로 그린워싱을 구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첫 번째는 ‘상충 효과 감추기’다. 긍정적인 영향만을 확대해 환경을 파괴하는 요인은 감추는 행위를 말한다. 친환경 제품이라고 마땅히 증명할 근거 없이 친환경을 주장하는 ‘증거 불충분’, 광범위한 용어나 의미 파악이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는 ‘애매모호한 주장’ 등도 그린워싱 판단 기준에 포함된다.
친환경과 관련이 없는 내용을 왜곡시켜 주장하는 ‘관련성 없는 주장’, 인증되지 않는 마크를 도용하는 ‘거짓말’, 친환경적 요소는 맞지만 환경에 해로운 상품에 적용하는 ‘유해상품의 정당화’, 부적절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인증되지 않는 라벨을 사용하는 ‘부적격한 인증 라벨’도 속한다.
환경부에서는 제품의 생산부터 폐기까지의 전 과정에서 타제품에 비해 자원을 절약할 수 있거나 환경오염 영향이 적은 제품을 대상으로 인증마크를 부여하고 있다.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받을 수 있는 마크로,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