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라이프 인터뷰] “1인가구 여성안심 지킴이세트, 만족스럽지만 아쉬운 점도” 
[혼라이프 인터뷰] “1인가구 여성안심 지킴이세트, 만족스럽지만 아쉬운 점도” 
  • 김다솜
  • 승인 2022.07.12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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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1인가구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여성안심 홈세트’, ‘여성안심 지킴이세트’ 등의 이름으로 안전장비 세트를 지원하고 있다. 지자체에 따라 물품 구성은 조금씩 다르지만 문열림센서, 창문 잠금장치, 호신벨 등의 방범·호신용 물품이 주를 이룬다. 

30대 직장인 여성 L씨는 지난해 제주도에서 지원하는 ‘여성안심 지킴이세트’를 받아 사용 중이다. 그에게 직접 실사용 후기를 물었다. 

 

Q. 여성 안심 지킴이세트는 어떻게 알고 신청했나요?

A. 반려견과 산책 중에 주민센터 앞을 지나는데 알림 게시판에 홍보 포스터가 붙어 있더라고요. 바로 검색해서 신청했죠. 신청 마감일이 얼마 안 남은 시기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앞을 지나치지 않았다면 모르고 지나칠 뻔했어요. 이런 게 있다는 것도 그날 처음 알았거든요. 

L씨가 우연히 본 포스터 ⓒ제주도
여성안심지킴이세트 홍보 포스터 ⓒ제주여성인권연대

Q. 신청하고 실제 물품을 받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해요. 

A. 별 거 없었어요. 도내에 거주하는 1인가구 여성인 것 외에는 특별한 조건도 없었으니까요. 신청서 작성하고 등본 떼서 같이 제출하고 그게 다였어요. 그래도 신청자가 적었는지, 지원 대상이 됐다는 연락도 생각보다 빨리 받았던 걸로 기억해요. 원래 이런 거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각오를 해야 하잖아요. 

다만 물품수령까지는 몇 달 정도 시간이 걸렸어요. 원래 방문수령이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계속 보류 상태로 있다가 나중에서야 택배수령으로 바뀌었거든요.  

 

Q. 누군가 설치해주고 가는 게 아니라 직접 설치하는 방식이군요. 

A. 네. 근데 또 설치 방식이 어려운 물품들이 아니어서 괜찮았어요. 설명서도 자세하게 적혀져 있어서 쉽게 설치했습니다. 

 

Q. 어떤 물건을 받으셨나요? 

A. 저는 목걸이형 호신벨이랑 실내용 동작감지센서, 문 열림센서, 홈캠 이렇게 네 가지 받았어요. 원래 포스터에는 4종 중 3개만 선택해서 받을 수 있다고 설명돼 있었는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네 가지가 다 왔더라고요. 덕분에 잘 쓰고 있죠. 

지원받은 물품 중 호신벨
지원받은 물품 중 호신벨

Q. 실제 사용해보니 어떻던가요? 

A. 만족스러웠어요. 사실 물건의 실제 효용보다는 심리적으로 안정을 받을 수 있는 점에서 더 만족스럽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위험한 상황이 닥쳤을 때 저나 제 가족들이 미리 알 수 있겠다 싶으니까요. 

처음엔 목걸이형 호신벨 받았을 때 약간 갸우뚱하긴 했거든요? 이거 실제 소리 들어보면 제 방에 있는 자명종보다 소리가 작아요. 이걸 듣고 과연 누가 위험상황인 줄 알까 싶을 정도예요. 그래도 이걸 당기면 제가 지정한 사람한테 제 위치가 전송된다고 하니까 가방 안에 꼭 넣어서 다녀요. 한 가지 걱정은 다급한 상황에서 과연 이 호신벨의 존재가 떠오를까? 그거죠. 

지원 받은 물품 중 문 열림 센서
지원 받은 물품 중 문 열림 센서

Q. 물품을 받은 후에 사후 관리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A. 맞아요. 1~2달 뒤에 잘 사용하고 있는지, 만족도는 어떤지 등을 묻는 설문조사 요청이 오더라고요. 그것 외에 별다른 사후관리는 없었어요. 

사전에 자기방어훈련을 필수로 들어야 한다고 안내는 받았어요. 근데 코로나19 때문에 교육이 취소됐죠. 저는 오히려 좋았았던 게 이런 훈련의 필요성을 잘 모르겠더라고요. 내가 아무리 조심해서 다녀도 위험한 사람을 만나면 말짱 꽝이지 않나요? 호신술 1~2시간 배운다고 해서 덩치 큰 남자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요. 시간 낭비였을 것 같아요. 

문 열림 센서 알람 받은 화면
문 열림 센서 알람 화면

Q. 전체적인 총평을 하자면 어떤가요? 

A. 지킴이세트를 지원 받아서 사용하는 건 만족해요. 근데 홍보가 너무 안 되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제 주변에 혼자 사는 여성분들한테 이 얘기하면 90% 이상은 다 모른다고 하세요. 요즘처럼 정보가 빨리 퍼지는 시대에 이렇게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건 홍보가 정말 안 되고 있다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진짜 이런 안전 지원을 받아야 하는 분들은 사실 시내에 사는 젊은 여성 1인가구보다 인적 드문 시골에 사는 노인 여성 1인가구라고 생각하거든요. 가로등도 몇 개 없는 인적 드문 골목에 혼자 거주하는 어르신들이 도내엔 정말 많잖아요. 그런데 이런 분들이 과연 이런 사업을 아실지, 또 안다 하더라도 집에 와이파이가 설치돼 있을지 이런 게 조금 걱정돼요. 물론 지원 물품이 전부 IoT 기기들이니까 어쩔 수 없는 조건이라지만, 좀 더 이분들한테 맞는 지원 방법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다른 지역에서 다 하니까 우리도 한다는 식 말고, 도내 사정에 맞는 방법을 고민하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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