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라이프 인터뷰] “집값 매년 오르는데 1인가구 주거비 지원도 유연해져야” 
[혼라이프 인터뷰] “집값 매년 오르는데 1인가구 주거비 지원도 유연해져야” 
  • 김다솜
  • 승인 2022.02.2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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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집값 상승으로 인해 1인가구의 주거비 부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벌이가 한정적인 청년 1인가구에게 주거비 부담은 매년 가중되는 상황이다. 

국무조정실이 발간한 ‘2021 청년정책백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청년1인가구 10명 중 6명은 월세살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의 조사결과를 보면 서울 내 전용 30㎡ 이하 원룸의 평균 월세는 40만원, 임차보증금은 2703만원이었다. 

2020년 기준 20대 임금근로자의 월평균소득이 229만원인 점을 단순 대입해보면 월급여의 약 5분의 1가량을 월세로 지출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도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청년 1인가구의 어려움을 모두 덜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지원사업을 통해 대출을 받아 전세집에서 거주 중인 1인가구 청년을 만나 여러 이야기를 들어봤다. 

 

Q.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A. 서울시 마포구에 살고 있는 30대 중반 디자이너 L입니다. 올해로 자취 14년차입니다.

 

Q. 어떤 계기로 자취를 시작하게 되셨나요?

A. 지방에서 살다가 재수를 하게 되면서 스무 살 때부터 서울에 올라와서 지냈어요. 미대 입시 준비할 때는 홍대 근처 고시원에서 살다가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작은 원룸에서 본격적인 자취가 시작됐죠.

 

Q. 지금 거주 중인 집 소개도 부탁합니다.

A. 서울에서 벌써 6번째 집이에요. 이번 집은 투룸이긴 한데 미닫이문이 달린 작은 방 하나를 거실로 사용하고 있어서 투룸인 듯, 1.5룸인 듯한 환경이에요. 2010년쯤 지어진 건물인데 이 동네에서는 그래도 신축에 속하는 편이고요, 지하철까지는 걸어서 15분 정도? 가깝지는 않아요. 한강이 가까운 게 이 동네의 가장 큰 장점이죠. 아침마다 조깅 중인데 너무 좋아요. YG엔터테인먼트랑도 좀 가까운데요. 연예인은 물론 보기 힘들지만 까만 차는 자주 봅니다. (웃음)

사진=L씨 제공
한강 (사진=L씨 제공)

Q. 그동안 살았던 집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A. 14년 내내 마포구에 있었어요. 첫 집은 3평 정도 되는 원룸이었는데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가 35만원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그후로 10평짜리 원룸으로 이사를 갔는데 여기는 2000만원에 45만원이었어요. 10년도 더 전이라 아무래도 월세가 좀 저렴하죠? 그때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였지만요. 계약기간이 끝나고는 12평 투룸으로 옮겼어요. 여기가 3000만원에 50만원이었는데 여기서 6년을 살다가 중소기업청년 전세자금대출을 받아서 처음으로 전세집에 들어가게 됐어요. 그후로 지금 집까지 전세집만 세 번짼데, 다신 월세로 못 돌아갈 것 같아요. 

 

Q. 한 달에 지출하는 주거비용은 어느 정도인가요?

A. 지금 살고 있는 집 전세보증금이 2억인데요, 안심전세대출로 1억6000을 대출받아서 한 달 이자가 50만원 정도 나가요. 그 외에 전기세, 수도세, 가스비 등등 해서 봄·가을엔 5만원 정도, 여름·겨울엔 10만원 정도 추가로 지출하니까 월평균으로 잡으면 60만원쯤 되겠네요.

 

Q. 자취의 가장 큰 장점 및 단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남 신경 안 쓰고 살 수 있는 게 가장 장점인 것 같아요. 내 마음대로 집을 꾸밀 수도 있고, 먹고 싶은 것도 내 입맛에 맞게 해 먹을 수 있잖아요. 단점은 뭐 매년 오르는 서울 집값?

마포구의 한 골목길 풍경 (사진=L씨 제공)
마포구의 한 골목길 풍경 (사진=L씨 제공)

Q. 14년간 혼자 살면서 터득하게 된 나만의 노하우가 있을까요?

A. 의외로 장판에 색깔에 따라 집 분위기가 달라진다는 것 다들 알고 계신가요. 그리고 수납가구는 이사를 몇 번 다녀도 계속 가지고 다닐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좀 비싼 걸 사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Q. 만약 자취를 처음 하던 시절로 돌아간다면 ‘절대 이것만은 안 한다’ 하는 게 있다면?

A. 다시 돌아간다면 월세 몇 푼 아껴 보겠다고 남이랑 같이 살지 않을 거예요. 자취를 처음 하는 사람이랑 같이 사는 건 정말 힘들더라고요. 웬만하면 혼자 사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Q. 새로 독립한 자취초보들이 알아야 할 것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A.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는 분들은 중소기업청년전세자금대출 꼭 받으세요. 1억을 이자 1%대에 빌려주는 건데, 월세로 50만~60만원씩 지출하는 것보다 훨씬 돈이 절약돼요. 물론 서울은 요즘 2억 아래 집을 구하는 게 힘들어서 무용지물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가능하다면 꼭 알아보는 것을 추천해요.

저는 몇 년 전에 중기청대출을 받았었어요. 월세에서 전세로 옮기는 과정에서 집이 좁아지니까 갖고 있던 짐도 많이 버리고 그랬는데, 경제적으로는 조금 더 여유로워지더라고요.

 

Q. 1인가구로 살면서 이런 정책이 필요하다고 느꼈던 게 있을까요?

A. 대출 지원이 조금 더 유연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집값이 많이 올랐잖아요. 버팀목대출은 전세보증금 범위가 더 넓어졌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도 안심전세대출을 받았지만, 이거 이자가 너무 비싸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A. 저는 이제 나와서 산 지 너무 오래돼서 돌아갈 수 없게 됐지만, 자취를 지금 고민 중인 분들에겐 ‘웬만하면 집에 붙어 있으라’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물론 가족들과 사이가 좋고 부모님이 쫓아내지 않는다는 필수 전제가 있어야 하지만요. 보통 자취 비용이라고 하면 월세만 생각하기 쉬운데 밥값, 생활비 등 지출이 상상 이상으로 많아요. 좋은 집 구하는 것도 너무 힘들고요.

그리고 1인가구 분들 모두 영양제 잘 챙겨 드시고 가능하면 채소나 과일 잘 챙겨 드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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