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라이프 인터뷰] “자취는 ‘생존’..잘 살겠다는 다짐이 애늙은이 만들었죠”
[혼라이프 인터뷰] “자취는 ‘생존’..잘 살겠다는 다짐이 애늙은이 만들었죠”
  • 김다솜
  • 승인 2022.03.18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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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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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자취는 실전이라고 한다. 하지만 똑같은 말을 백번 들어본들 부딪혀 보기 전에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쉬이 알기 어렵다. 

자취 6년차가 된 이 혼족은 자신의 자취 생활을 생존 그 자체라고 표현했다. 자유와 낭만으로 가득할 것만 같은 20대의 자취 생활이 어째서 생존이라는 단어로 설명되는 것인지 직접 들어봤다. 

 

Q. 만나서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안녕하세요. 저는 인천에 거주하고 있는 20대 중반 밍밍입니다. 반갑습니다.

 

Q. 자취 시작한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A. 고등학교 때는 기숙사에서 지내다가 대학 진학하면서 본격적인 자취를 시작했어요. 

 

Q. 지금 살고 있는 집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A. 부산에서 살다가 인천으로 올라온지 얼마 안 됐어요. 부산에서 자취방을 두 곳 거쳤는데, 둘 다 월세 원룸이었어요. 

인천에 올라와서는 LH전세대출을 받아서 복층 오피스텔에 입주하게 됐어요. 2018년에 지어진 건물이라, 기존에 제가 알던 것과는 다른 점이 많았죠. 예를 들면 대기전력 줄일 수 있는 콘센트나 버튼식 주방 콘센트 이런 거요. 그래서 유튜브를 보면서 집에 대한 공부도 해야 했어요. 

지금 살고 있는 동네는 인프라가 좋은 편이에요. 도시형생활주택이라 지하철역과도 10분 정도로 가깝고요, 다이소나 올리브영 같은 쇼핑시설도 근거리에 있어요. 근처에 아라뱃길이 있는데 아직 가보진 않았어요. 조만간 운동 삼아 나가볼까 생각 중입니다. 

 

Q. 한달 생활비는 어느 정도 지출하시나요? 

A. LH전세대출로 들어와서 다달이 이자 지출이 있어요, 한 20만원 정도요. 관리비가 10만~20만원 정도 되고 기타 공과금이 5만원 정도 되네요. 

사실 여기 들어오기 전에 간과 했던 부분이 관리비인데요, 계약 전에 분명히 물어보기도 했고 그래서 당시에는 금액이 크지 않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막상 집에 들어와서 매달 내다 보니 굉장한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전에는 월세로 살았기 때문에 지금 금액과 비슷하게 냈는데, 관리비를 따로 지출한다고 하니 받아들이기가 어렵더라고요. 물론 어쩔 수 없는 거라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식비는 원래 주당 4만원으로 잡았었는데, 물가가 너무 올라서 올해부터는 5만원으로 잡았어요. 그래서 월 20~25만원 정도를 식비에 쓰고 있습니다. 그외에 휴대폰, 보험, 교통, 용돈 등등 다 해서 한달에 85~90만원 정도를 계획해서 소비하고 있어요.

 

Q. 현재 자취 생활의 만족도를 10점 만점으로 점수를 매긴다면 몇 점일까요? 

A. 4점요. 복층으로 이사를 오니까 공과금이 너무 많이 나와요. 제가 2월 초에 이사 왔을 땐 집 온도가 13도였어요. 요샌 날씨도 많이 풀리고 보일러도 계속 돌리니까 17도까지 올랐어요. 물론 20도까지 온도를 높일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공과금 폭탄이 나올 것 같아서 좀 춥게 지내고 있어요. 이런 환경에 적응해야 해서 점수를 낮게 줬어요. 

 

Q. 우리집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템 소개해주세요. 

A. 가습기랑 습도계요. 코로나19 때문에 호흡기 건강에 더 신경 많이 쓰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습도 유지가 중요하겠더라고요. 그래서 가습기를 구매했고, 적정 습도를 정확하게 유지하려고 습도계도 샀어요. 제가 춥게 지내면서도 아직 감기에 걸리지 않은 이유가 아마 습도를 적정하게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여러분도 가습기는 꼭 구매하셨음 좋겠습니다. 

 

Q. 자취의 장단점을 꼽아주실 수 있을까요? 

A. 나만의 독립된 공간이 있다는 건 가장 큰 장점이겠죠. 뭘하든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는 것, 제가 먹고 싶은 것을 가득 사거나 침대에서 뒹굴뒹굴하고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추고. 이런 자유가 있는 게 가장 좋아요. 또 한 가지를 더 꼽자면 학교나 회사 위치가 바뀌더라도 비교적 자유롭게 이사할 수 있는 점도 있어요. 

하지만 아플 때 혼자 있어야 하고, 매번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건 여전히 힘들어요. 집에 자잘자잘하게 고쳐야 하는 게 생길 때도 혼자라서 힘든 부분이 있고요. 그리고 아무래도 제일 큰 단점은 두 명 이상 살 때보다 치안이 좋지 않다는 것이겠죠. 

 

Q. 자취 생활을 하며 후회되는 점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A. 혼자 있으면 너무 공허해서 유튜브를 많이 봤어요. 외롭고 공허하니까 뭔가 틀어야 될 것 같아서 유튜브를 보다 결국 중독이 돼 버렸거든요. 그 시간에 다른 활동을 했다면 더 좋았을 텐데, 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혼자 사는 건 장점도 많지만 정말 외로워요. 이제 이 문제점을 알았으니 자기계발이나 다른 활동들을 하면서 성장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Q. 자취생활을 처음 할 때로 돌아간다면 꼭 하고 싶은 게 있나요? 

A. 제가 자취를 시작하고 3년간은 요리를 전혀 안했거든요. 그때는 이건 내가 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근데 코로나19가 시작되고 음식을 배달로 먹어야 하는 상황이 오면서 식비를 줄이기 위해서 요리를 시작했어요. 

여전히 아주 잘하는 건 아니지만 유튜브를 보면서 따라하고 원리를 이해하고 나니 응용할 수 있는 정도가 되면서 삶의 질이 달라졌어요. 제가 제일 자신 있는 요리는 파스타, 미역국, 떡국, 계란말이 등입니다. 할 수 있는 요리 3가지만 만들어도 삶이 정말 많이 변화한답니다. 

 

Q. 나의 자취생활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A. 자취 생활은 생존이다. 

저는 누구보다 잘 살고 싶었어요. 절대 가난을 겪지 않겠다고 스스로 결심했었죠. 나이답게 살고 싶었고 평범한 20대를 누리고 싶었지만, 엄격한 돈 관리와 계획하에 이뤄지지 않으면 불안했어요. 그래서 신중하게 생각하느라 저 자신이 겁쟁이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고요. 

지금도 저를 지키기 위해 결심했던 것들이 강박과 압박으로 다가올 때가 있어요. 삶이라는 것은 끝없는 선택과 책임의 연속이고, 누구든 이 길을 똑같이 걸을 테지만 그걸 알아도 아직도 많이 어렵다고 느껴져요. 가난했던 과거와 잘 살려는 의지가 저를 애늙은이로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도 시간이 흐르는 대로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Q. 자취를 새로 시작하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독립된 공간이 생긴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제부터는 스스로 관리해야 하는 것들이 점점 더 많아질 거예요. 너무 어려워하지 마시고, 온라인상의 여러 정보 공유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자취에 대해 공부하면 더욱 편안한 삶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저도 자취를 6년 정도 했지만 아직도 배워야 할 게 많아요. 

모두 좋은 일이 있길 바라며, 항상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