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소비·친환경 트렌드에 비거니즘 급부상 
가치소비·친환경 트렌드에 비거니즘 급부상 
  • 김다솜
  • 승인 2022.10.18 15: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newsis
ⓒnewsis

과거 소수의 ‘유별난 문화’로 인식됐던 채식주의가 MZ세대의 가치소비와 친환경 소비트렌드에 힘입어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동물 복지와 탄소중립에 목적을 둔 비거니즘은 단순 식생활을 넘어 하나의 생활 양상으로 뻗어나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이 같은 내용 등을 담은 ‘비거니즘의 부상’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비건 인구는 지난해 기준 1억8000만명(인도 제외)이며, 2008년 15만명에 불과했던 국내 비건 인구도 2018년 150만명, 2021년 250만명 등 최근 3년간 67% 급증했다. 

비건은 1944년 영국비건협회 창립자인 도널드왓슨이 최초 정의했다. 당시에는 비유제품 채식주의로 통했지만 1951년부터 ‘인간이 동물을 착취하지 않고 살아야 한다는 원칙’의 의미로 사용돼왔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사람들이 자신의 건강한 삶은 물론 동물복지 및 지구 환경 보존에 큰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며, 특히 가치소비 성향을 따르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채식을 선호하는 ‘비건’ 문화가 뚜렷한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또 최근에 와서 비거니즘은 식생활을 넘어 가죽제품, 화장품, 자동차 내장재 등 동물 착취를 통해 생산된 제품 사용을 거부한다는 철학적 의미로 확대됐다. 삶의 전반에서 동물 보호라는 가치를 실현한다는 것으로 기존 채식주의보다 상위 개념으로 통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전체 소비자 중 36%는 비건 제품에 대한 구매 의향이 있었고, 20%는 이미 구매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비건 제품 구매 의향 및 경험은 연령이 낮을수록, 여성일수록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비건 제품을 구매하는 이유(중복응답 가능)로는 ‘단순 호기심’(40%), ‘환경보호’(36%), ‘건강’(32%), ‘동물보호’(24%) 등이 꼽혔다. 보고서는 이 같은 결과에 대해 MZ세대의 가치 소비가 아직은 안착하는 과정 중인 것으로 풀이했다. 

비건 제품 중 식품을 소비하는 이들의 대부분은 향후 비건인(人)의 삶의 방식이 사회의 큰 갈래를 차지할 것으로 확신했는데 특히 여성의 경우 63%가 이에 대해 동의했다. 또 가격이 비싸도 재구매 할 것이라고 답했다. 

비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국내 식물성 대체육 식품시장도 확대하는 추세를 보인다. 아직 글로벌 시장 대비 비중은 0.3%로 미미한 수준이지만 2016년 155억원에서 2025년 271억원(전망)으로 연평균 8.3%의 성장세가 점쳐지는 것이다. 

과거 ‘콩고기’와 달리 최근 대체육은 대기업들의 관련 브랜드 출시와 기술개발 등을 통해 실제와 유사한 고기맛과 식감을 구현하며 수요·판매량이 빠르게 증가하는 중이다. 또 최근에는 식물성 대체육보다 배양육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2040년에는 대체육·배양육이 전체 육류 시장의 60%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패션·뷰티시장에서도 비건 제품의 수요는 확대되고 있다. 비건 패션 시장은 연평균 13.6%씩, 비건 뷰티 시장은 연평균 12.2%씩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 보험 등 금융사들도 친환경 경영 강화를 위해 사내 식당에서 채식 식단을 제공하거나 비건 관련 이벤트 상품을 출시하는 등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또 공공, 숙박업, 제약업, 자동차 업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비거노믹스를 추진하는 추세다. 

보고서는 “‘가심비’와 ‘돈쭐’로 대변되는 MZ세대의 소비신념은 소비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적지 않음을 의미한다”며 “깐깐해지는 이들을 포용하기 위해 ESG경영으로 결부되는 비거니즘에 더욱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비건 관련 상품 개발 및 서비스 제공 시 필요한 비건 인증이나 채식지수 정량화를 위한 지수개발 및 시스템 관리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