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구제하는 내구제대출? 범죄연루 가능성 ‘주의’ 
나를 구제하는 내구제대출? 범죄연루 가능성 ‘주의’ 
  • 김다솜
  • 승인 2023.04.10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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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

# A씨는 온라인에서 ‘선불유심 내구제대출’ 홍보 게시물을 보고 업자에게 연락해 본인의 신분증을 발송한 대가로 현금 10만원을 받았다. A씨는 몇 달 후 경찰로부터 10여개의 대포폰이 자신의 명의로 개통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A씨는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약식 기소돼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최근 A씨의 사례와 유사한 내구제대출 피해자가 급증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내구제대출이란 나를 스스로 구제하는 대출이라는 의미로, 본인의 명의의 휴대폰을 개통해 단말기를 넘긴 뒤 그 대가로 현금을 수수하는 방식의 불법사금융 대출이다. 주로 제도 금융권에서 대출이 불가한 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내구제대출 이용자는 수백만 원에 이르는 소액결제 및 통신요금을 부담하게 되거나 자신이 넘긴 휴대폰이 대포폰으로 악용되는 등의 피해를 입게 된다. 나를 스스로 구제한다는 의미와는 정반대로 오히려 더 과도한 빚을 떠안게 되거나 범죄에 연루될 위험 부담까지 지게 되는 것이다. 

내구제대출 불법 업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 피해자 역시 대포폰 제공 행위로 인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내구제대출 피해 사례는 최근 몇 년 사이 급증하는 모습이다. 경찰청의 대포폰 적발현황을 살펴보면 2017년 1만5910대에서 2021년 5만5141대로 늘었다.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내구제대출 피해신고는 지난해에만 1만350건에 달한다. 

특히 청년층에서 피해가 심각하지만, 공범으로 낙인찍힐 것을 우려해 신고를 꺼려하는 모습이다. 청년 경제문제 해결을 위해 설립된 광주청년드림은행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전체 내담자 377명 중 34명(9%)은 내구제대출 피해자였다. 이들 중 경찰에 피해 사실을 신고한 청년은 2명에 불과하다. 

대부금융협회 불법사금융 거래분석 결과에 따르면 내구제대출 피해자들의 평균 대출금액은 382만원, 연환산 평균금리는 무려 414%에 달했다. 단순 계산을 적용하면, 382만원을 빌린 대가로 갚아야 하는 금액이 평균적으로 연간 1581만4800원 수준인 셈이다. 

 

■ 내구제대출 피해 예방하려면 

내구제대출 피해가 발생하는 흐름을 살펴보면, 대개 불법업자들은 전단지나 인터넷 등을 통해 쉽게 급전을 제공한다는 감언이설로 피해 대상을 물색한다. 피해자는 전화 상담 후 개통한 기기당 일부 현금을 받은 뒤 휴대전화를 업자에게 넘기게 된다. 

대부분 이때부터 피해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피해자 명의의 휴대폰으로 게임머니, 상품권 등을 결제함에 따라 피해자는 소액결제 대금 등이 포함된 수백만원의 휴대폰 요금을 청구받는다. 또다른 범죄조직에 피해자의 휴대폰이나 유심을 넘겨 금전적 이익을 취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넘어간 피해자의 휴대폰은 대포폰으로 사용돼 보이스피싱이나 또 다른 불법사금융 피해자를 양산하는 데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 본인도 모르는 사이 범죄에 연루돼 형사처벌까지 받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선 먼저 내구제대출은 정상적인 대출상품이 아니며, 이로 인한 피해 발생시 구제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해야 한다. 아울러 휴대폰을 타인에게 제공한 것만으로도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점 등을 유의해야 한다. 

만약 급전이 필요해 대출상품을 이용하고자 한다면, ‘등록대부업체 통합조회’ 서비스를 통해 정상적인 업체 및 상품이 맞는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또는 금융감독원 불법사금융피해 신고센터를 통해 상담을 받을 수도 있다. 

급전이 필요하지만 대출이 쉽지 않은 경우라면, 신용회복위원회나 서민금융진흥원 등 관련 기관에 적극적인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방법이다. 

정부는 최근 내구제대출 피해 등을 방지하기 위해 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소액생계비 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신청조건은 신용평점 하위 20%, 연소득 3500만원 이하 등이며, 서민금융진흥원을 통해 대출자격조회 및 상담이 이뤄진다. 

1인당 최대 10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는데, 최초 이용시에는 한도가 50만원이며 6개월 성실상환시 50만원을 추가로 대출받을 수 있다. 연 이율은 15.9% 금리인데 이 역시 6개월 성실상환시 최대 3% 금리 인하가 이뤄진다. 최종 9.9%까지 금리 인하를 받을 수 있으며, 서민금융진흥원 금융교육 이수시 0.5%의 우대금리가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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