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잡 인터뷰] “프리뷰 알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추천하진 않아”
[N잡 인터뷰] “프리뷰 알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추천하진 않아”
  • 김다솜
  • 승인 2023.07.1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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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놀면 뭐하니?' 캡쳐화면
ⓒMBC '놀면 뭐하니?' 캡쳐화면

지난해 9월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프리뷰 아르바이트’가 소개된 바 있다. 프리뷰 아르바이트란 촬영 원본에 담긴 출연자의 대화와 상황을 텍스트로 받아적는 일이다. 이런 일거리는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 장단점은 무엇인지 등 5년째 직장일과 프리뷰 알바를 병행하는 N잡러 A씨에게 물어봤다. 

 

Q. 자기소개를 해달라.

A. 서울에 살고 있는 20대 직장인 A라고 한다. 직장에서는 마케터로 일하고 퇴근 후에는 프리뷰 알바를 하는 N잡러다. 최근에는 블로그 수익화에도 관심이 생겨 블로그 활동도 겸하고 있다. 

 

Q. 프리뷰 알바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A. 몇 년 전에 방송국에서 3년 정도 막내 작가로 일했었다. 프리뷰는 막내작가가 하는 업무 중 하나인데 촬영본이 많고 손이 부족할 때 프리뷰 알바를 구해 일을 맡긴다.

건강 문제로 인해 방송 일을 그만두고 나서 1년 정도 쉬었는데 서울에서 자취 중이다 보니 마냥 놀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래서 쉬는 기간 동안 프리뷰 알바를 주업으로 했었고, 회사에 취직하고 난 이후에도 틈틈이 병행하며 부수익을 올리고 있다. 

 

Q. 프리뷰 알바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달라. 

A. 촬영한 원본을 텍스트로 옮기는 작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출연자의 말, 행동, 장소, 화면 전환 등을 빠짐없이 기록해야 한다. 방송본으로 편집할 때 사용할 자료이기 때문에 화면이 전환될 때마다 시간을 체크해준다. 또 화면이 고정돼 있는 경우에도 최대 30초 간격으로 시간을 기록해야 한다. 완성된 프리뷰는 추후 작가나 편집자 등이 방송을 위해 필요한 화면과 대화를 찾는 데 쓰인다. 

예전에는 작가들이 모인 웹사이트에서 프리뷰 알바 공고가 떴는데 해당 사이트가 없어진 이후론 작가들이 모여있는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서 공고를 확인하고 지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Q. 수익은 괜찮은 수준인가? 

A. 솔직히 말해도 되나? 별로다. 내가 처음 프리뷰라는 일을 알게 됐을 때 정산 기준은 통상적으로 분당 250원이었다. 영상 1시간짜리를 작업하면 1만5000원을 받을 수 있다는 거다. 여기서 사업소득공제를 하고 나면 현금으로 쥘 수 있는 금액은 1만4500원 수준이었다.

1시간짜리를 작업할 때 손이 아주 빨라야 2시간, 평균적으로는 2시간 반에서 3시간 정도 걸린다. 그때 기준으로 따져도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수준인 거다. (2017년 최저임금은 6470원이었다) 

요새는 대부분 분당 450원으로 공고가 나온다. 영상 1시간짜리에 2만7000원이니 빠르게 처리한다면 최저임금은 받는 셈이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고 내가 하고 싶을 때만 골라서 할 수 있는 일이니 하고 있는 거다. 만약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 이 일을 시작했다면 만족하지 못했을 것 같다. 

 

Q. 프리뷰 알바로 벌어가는 수익은 월평균 얼마인가? 

A. 부업으로 한 것을 기준으로 제일 많이 벌었을 땐 150만원 정도도 벌었다. 과거형인 이유는 현재는 평균적으로 70만원 수준이기 때문이다. 돈을 150만원 정도로 벌려면 정말 오랫동안 컴퓨터 앞에 앉아서 빠른 속도로 타자를 많이 쳐야 한다. 손목이랑 허리 건강이 정말 안 좋아졌고, 일상생활이나 회사생활에도 지장이 가더라. 

그래서 지금은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건만 처리하고 있다. 퇴근 후나 주말에 내 여가시간을 온전히 누리면서도 월 평균 70만원은 거의 보장되는 것 같다. 여기서 조금 낮을 때도 있고 높을 때도 있지만 말이다. 

 

Q. 수익이 높지 않다는 것 외에 어려운 점이 있다면? 

A. 지금은 거의 1~2곳에서만 일을 받고 있지만, 한창 많이 할 때는 한 달에 10개가 넘는 방송·제작사의 일을 했었다. 그런데 제작사마다 정산 방식이 다 다르기 때문에 이걸 관리하는 것도 어려웠다. 대부분은 해당 촬영본의 방송이 나가고 난 후 1~4주 내에 지급한다. 

그러니까 같은 날에 작업한다고 해도 제작사마다 방송일도 정산 기준도 다르기 때문에 이번달에 150만원 어치 작업을 했어도 정작 다음달에 들어오는 금액은 30만원도 안 될 수도 있다는 거다. 3개월 정도 꾸준히 하면 작업량과 입금액은 거의 비슷하게 맞춰지지만, 초반에는 이런 점 때문에 헷갈리기도 하고 어려움을 겪기도 했었다. 

N잡러 A가 공개한 지난해 프리뷰 알바 기록 일부. 빨간색으로 표시된 것은 정산일자가 늦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N잡러 A가 공개한 지난해 프리뷰 알바 기록 일부. 빨간색으로 표시된 것은 정산일자가 늦어진 것이고 페이 기준이 1600~1800원으로 돼 있는 것은 '분당'이 아닌 '장당'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Q. 프리뷰 알바를 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를 소개해달라. 

A. 한 제작사로부터 3시간 짜리 영상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작업을 하다 보니 1시간 반 이후부터는 각도만 다르고 내용은 동일한 영상인 거다. 그러니까 두 개의 촬영본이 하나의 영상으로 묶여있는 거였다. 그래도 제작사 측에서 별다른 말이 없었기 때문에 두 번째 촬영본도 처음부터 다 프리뷰를 했는데 나중에 입금된 내역을 확인했더니 내가 계산한 페이에서 딱 절반만 들어와 있었다. 

같은 내용에 대한 페이를 두 번 지급할 수 없으니 반만 주겠다는 거였다. 이 문제로 거의 열흘이 넘는 시간동안 입씨름을 벌였다. 결국 나머지 금액도 입금되긴 했지만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너무 컸다. 이후부터는 이런 비슷한 문제가 생길 때마다 제작사와 소통을 하면서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한다. 

이외에도 정산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프리뷰를 맡긴 작가가 퇴사하는 바람에 몇 달씩 입금을 받지 못한 일, 제작사가 고의적으로 입금을 늦췄던 일 등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다. 여러 곳에서 일거리를 받으면 생겨나는 문제라 이것 때문에 일을 줄인 것도 있다. 

 

Q. 다른 이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일인가? 

A. 추천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방송 일을 아예 접해보지 못한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기본적으로 방송 촬영용어에 대해서 어느 정도 숙지가 돼 있어야 하고, 촬영자 혹은 기획자의 의도를 파악해야 일이 쉬워지는 부분도 있다. 

어떤 영상인가에 따라서 난이도 차이도 큰 편이다. 예를 들어 여러 명이 등장하는 촬영본인 경우 화자 한 명 한 명의 말을 다 받아적어야 해서 여러 번 반복적으로 들어야 되는 애로사항도 있다. 이럴 땐 작업시간이 거의 배로 늘어나는데 페이는 고정적이라는 게 치명적이다. 

블로그에 프리뷰 알바 관련한 포스팅을 올린 뒤 프리뷰 알바 공고가 올라오는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 초대해달라는 댓글들이 주기적으로 달리지만, 응답하지 않고 있다. 단순 타이핑 알바라고 하기엔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고, 그래서 초보자들이 하기엔 가성비가 좋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Q. 앞으로도 계속 프리뷰 알바를 할 생각인지? 

A. 이것보다 더 나은 수익 파이프라인을 찾으면 그때 그만둘 예정이다. 그래서 지금은 블로그를 열심히 운영해보려고 하고 있고 밝히긴 어렵지만 이것 외에도 다른 일거리를 구상 중이다. 

요즘 물가가 하도 오르다 보니 가만히 있어도 연봉이 깎이는 세상이라고 하지 않나. 지금까지는 소소한 용돈벌이 정도로 프리뷰 알바를 하며 투잡 활동을 해왔다면, 앞으로는 좀 더 본격적으로 N잡러의 길로 뛰어들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