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지 마세요’ 유기 반려동물, 생태계 교란까지…
‘버리지 마세요’ 유기 반려동물, 생태계 교란까지…
  • 김다솜
  • 승인 2023.10.13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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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청주 명암저수지에서 잡힌 리버쿠터 ⓒnewsis
지난 9월 청주 명암저수지에서 잡힌 리버쿠터 ⓒnewsis

지난 8월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인근과 광진구 빌라 밀집 지역에서 블랙 킹 스네이크가 각각 발견됐다. 경남도 성남시에서는 아프리카산 사바나 왕도마뱀이 출현하기도 했다. 모두 국내에 서식하지 않는 종으로 희귀 반려동물을 키우다 유기한 사례로 추정된다. 

이같은 희귀종의 유기 사례가 늘어나면서 생태계 교란이나 감염병 확산 등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 환경노동위원회 간사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실이 환경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야생에서 구조된 동물은 2만161만마리로 6년간 2배 이상 증가했다. 구조된 동물의 종 수도 2017년 259종에서 지난해 317종으로 22%가량 늘었다. 올해도 지난달까지 266종, 1만2821마리의 동물이 구조됐다. 

흔히 유기 반려동물이라 하면 개나 고양이 등을 먼저 떠올리기 쉽지만, 곤충이나 파충류 등 희귀 외래종의 발견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5년간 국내 자연환경에서 처음 확인된 외래종은 20종에 달한다. 이중 곤충이 11종, 파충류 4종, 거미류·어류·복족류·가재류가 각 1종씩이다. 

희귀종 사육에 대한 호기심이 국내 생태계 위협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집에서 키우다 자연으로 버려진 외래거북류는 국내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방사된 외래거북류는 각종 수생 식물과 작은 물고기, 개구리 등의 토종 생물을 잡아먹는다. 구체적인 생태계 교란종 지정이유로는 질병전파 위험, 국내 생물군 유전자 교란, 자생생물 먹이원으로 이용 등이 꼽힌다. 

지난해 국립생태원이 내놓은 ‘외래생물 전국 서식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생태원이 선정한 외래생물 우선 관리지역에서 외래종 거북이 7종 812개체가 발견됐다. 붉은귀거북 518개체, 노란배거북 1개체, 리버쿠터 174개체, 플로리다붉은배거북 12개체, 페닌슐라쿠터 90개체, 중국줄무늬목거북 12개체 등 모두 애완용으로 수입되고 있는 외래거북이다. 

붉은귀거북과 리버쿠터, 페닌슐라쿠터 등 3종은 지난해 개체수와 발견빈도가 증가했으며 이중에서도 붉은귀거북과 리버쿠터는 이미 국내 생태계에 정착해 자연 번식 단계에 들어섰다. 리버쿠터는 남생이, 자라 등 토종 거북을 잡아먹어 환경부에서 생태계 교란 거북류로 지정됐다. 남생이는 이같은 외래종의 유입 등으로 서식지를 잃어 지난 2011년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토끼, 햄스터 등 소동물을 유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반려동물로 개량된 소동물은 야생에 버려지면 살아남기 힘들지만, 소동물을 버리는 것에는 큰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 서초구 몽마르뜨공원에 2010년대 초반 누군가 토끼 한 쌍을 유기해 2018년 개체 수가 90여마리까지 늘어난 사건, 지난해 서울 한 초등학교에서 키우던 토끼 40마리를 방사 명목으로 경기도 군포에 유기한 사건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지난 2020년에는 수원의 한 주택가에서 8마리의 햄스터가 30도가 넘는 불볕더위에 버려진 채로 발견되기도 했다. 

현행법에서는 토끼, 페럿, 기니피그, 햄스터 등도 반려동물로 명시하고 있으며 반려동물 유기는 학대 행위로 최대 300만원의 벌금형이 내려질 수 있다. 동물권단체 하이는 토끼 유기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지난달 15일부터 토끼 유기 방지 버스 광고 캠페인을 한 달 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