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삶인터뷰] ‘도시 누렁이 축복쓰’ 유튜브 운영자 인터뷰, “애초에 혼자 산다면 입양 지원 불가인 곳도 많아요”
[혼삶인터뷰] ‘도시 누렁이 축복쓰’ 유튜브 운영자 인터뷰, “애초에 혼자 산다면 입양 지원 불가인 곳도 많아요”
  • 이수현
  • 승인 2023.11.07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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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가구가 늘면서 반려견과 함께 생활하는 가구도 늘고 있지만 여전히 입양을 망설이는 이들도 많다. 망설이는 이유로는 입양 과정의 어려움, 반려견 혼자 보내는 시간에 대한 고민, 비용 등 저마다의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특히 혼자 가계를 책임져야 하는 1인 가구에게 비용 부담은 빼놓을 수 없는 문제다.

실제로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가 발간한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 올해 순수 양육비(진료·치료비 제외)는 월평균 15만4000원으로 2년 전보다 1만4000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반려동물에게 투자하는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입양을 결정하고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고 있는 1인 가구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인 가구 반려인 생활을 보여주는 '도시 누렁이 축복쓰' 유튜브 채널 운영자인 축복이 보호자를 만나 이야기 나눠봤다.

축복이를 만나 입양하는 과정부터 축복이와 10년 가까이 지낸 지금의 모습까지, 반려견과 함께 생활하는 1인 가구의 생활을 들여다봤다.

ⓒ'도시 누렁이 축복쓰' 유튜브 채널 운영자 제공
ⓒ'도시 누렁이 축복쓰' 유튜브 채널 운영자 제공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도시 누렁이 축복쓰' 라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1인 가구 반려인 생활을 영상으로 제작하고 있는 30대 직장인입니다.

Q. 축복이와 함께 시간을 보낸지 얼마 정도 되셨나요? 혼자 살고 있을 때 반려동물 입양을 결심하게 된 계기도 궁금합니다.

축복이를 2014년도 여름에 입양했으니 어느덧 만 9년이 넘었네요. 당시 저는 대학원생이었는데요. 강아지를 유별나게 좋아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유기견 문제에 관심이 많았고 자연스럽게 보호소 봉사활동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괜스레 유기견 공고 사이트나 보호소 카페 등을 확인하기도 했죠.

그러다 축복이 공고를 보게 된 거예요. 이유를 콕 집어 말하긴 어렵지만, 축복이 사진을 보자마자 첫눈에 반해버렸어요.

당시 공고문에는 축복이에게 들어온 입양 문의가 한 건도 없어서 안락사 위기에 처해있다고 나와있었는데, 그 이후로 축복이가 꿈에도 나오고 눈에 계속 밟히더라고요. 이 친구를 놓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혼자 사는 자취생이었지만, 용기내 축복이를 가족으로 맞이하게 됐습니다.

Q.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아요. 축복이를 입양하는 과정은 어땠나요?

저는 제일 먼저 축복이 게시물을 올린 담당자에게 연락했습니다. 약속을 잡고 보호소에 찾아가 축복이 실물을 봤죠. 그날 바로 축복이를 데려온 건 아니었어요.

한 생명을 책임지는 중차대한 결정인 만큼 저도 신중했고, 보호소 담당자 역시 20대 중반 자취생이 보호자로서 적격한지 등을 평가하는 시간을 가졌던 것 같아요.

이후에 보호소를 한 번 더 방문해서 축복이 기본 검진을 같이 진행하고 담당자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돌이켜보면 그날이 일종의 면접이었던 것 같아요. 그날 담당자가 저한테 이런저런 질문을 많이 하셨고, 저는 제가 얼마나 유기견 입양에 진심인지를 허심탄회하게 들려드렸거든요.

그렇게 보호소에 세 번째 방문하는 날, 필요 서류들을 작성하고 축복이를 집에 데려올 수 있었죠.

ⓒ'도시 누렁이 축복쓰' 유튜브 채널 운영자 제공
보호소에서 ⓒ'도시 누렁이 축복쓰' 유튜브 채널 운영자 제공

 

1인 가구인 경우 유명 동물보호단체가 보호하는 강아지나, 이미 가정집에서 임시 보호 중인 강아지를 입양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입양 경쟁률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애초에 혼자 사는 이들은 지원 불가인 곳이 많거든요.

입양 생각이 있다가도 이 문턱을 넘지 못하고 강아지를 사는 친구들도 있더라고요.

하지만 조금 더 시야를 넓히고 품을 들이면 칼같이 안락사를 시행하는 열악한 보호소들을 찾을 수 있어요. 그런 곳들은 당장 한 마리라도 살려야 한다는 마음이 간절하기 때문에 1인 가구여도 준비만 충분히 됐다면 제 경험상 입양이 가능합니다.

Q. 처음 반려동물을 자취방으로 데려올 때, 어떤 준비를 하셨나요? 주의해야 할 점도 궁금합니다.

'자취방'이어서 더 특별하게 필요한 '물품'은 없는 것 같아요. 어느 공간이든 강아지를 입양한다면 기본으로 배변패드, 강아지 밥그릇과 물그릇, 사료, 간식, 산책용 하네스, 강아지 방석은 필수겠죠?

축복이와 빠르게 친해지기 위해 다양한 간식을 구비해두고 애정공세를 펼쳤던 기억도 나네요 :)

'자취방'은 아무래도 일반 가정집보다 대부분 크기가 작을 거예요. 제가 살던 오피스텔도 원룸은 아니었지만 아파트 주거 공간보다는 작았거든요. 그래서 제일 중요한 건 강아지와 산책을 자주 나갈 준비가 돼 있냐는 겁니다.

대학원생이던 당시 저는 시간이 지금보다 더 많았어요. 주중에도 하루에 2~3번씩은 축복이가 답답하지 않도록 산책하러 나갔죠. 종종 차를 가지고 한강 공원이나 월드컵 경기장 인근 공원에 나가기도 했고, 주말에는 축복이랑 여행도 많이 다녔고요.

특히, 처음 강아지를 데려올 땐 보호자와 애착을 쌓을 시간이 중요한데, 아침 일찍 나가서 밤늦게 들어온다면 그럴 시간이 부족하겠죠?

경제적 여유도 어느 정도 뒷받침돼야 해요. 강아지를 키우다 보면 돈이 참 많이 들거든요. 자취방으로 반려동물을 데려올 땐 이 친구가 갑자기 아프더라도 치료 비용을 모두 감당하고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지 반드시 고려하셨으면 합니다.

한 생명체를 평생 책임지는 문제이다 보니 이 점을 절대 무시할 수 없어요.

Q. 말씀하셨던 것처럼 반려동물을 기른다고 하면 ‘비용’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아요. 혼자 살 때와 비교해 한달 기준 어느정도 비용이 더 추가되는지 궁금합니다.

비용은 달마다 조금씩 달라지긴 하는데요. 대략 계산해보면, 한 달에 최소 40만 원의 고정 비용이 드는 것 같아요. 이건 사료와 습식캔, 각종 영양제, 그리고 제가 출근하는 동안 보내는 강아지 유치원 비용을 포함한 금액이에요.

또 연말이나 연초마다 정기 예방 접종 (10만 원대)과 건강검진 (20만 원대)을 진행하고 있어요.

강아지 옷이나 집, 각종 액세서리 등도 꾸준히 구매하게 될 텐데, 이때도 지갑이 말 그대로 탈탈~ 털린답니다.

무엇보다 강아지가 아프면 동물병원을 찾아야 하는데요. 현재까지 대중화된 의료보험이 없어서 한 번 가면 적게는 5만 원에서 많게는 수십 만 원이 깨지기도 하죠. 이러다 보니 축복이에게 들어가는 비용이 한 달에 백만 원이 넘는 달도 있습니다.

유치원에서 ⓒ'도시 누렁이 축복쓰' 유튜브 채널 운영자 제공
유치원에서 ⓒ'도시 누렁이 축복쓰' 유튜브 채널 운영자 제공

Q. 1인 가구가 반려동물을 기를 때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 반려동물이 혼자 있는 시간인 것 같아요. 이 부분은 어떻게 해결하고 계시는지 궁긍합니다.

1인 가구는 아무래도 강아지를 오롯이 혼자 돌봐야 한다는 부담이 클 텐데요. 저는 출근하는 동안에 축복이를 강아지 유치원에 맡겼어요. 집 근처에 축복이를 돌봐 줄 수 있는 시설이 있어서 다행이었죠.

축복이는 사실 MBTI로 따지면 극 I인 내향적인 성향이라 친구들이 북적이는 환경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어요. 그래도 집에 혼자 있지 않고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이 저에게는 큰 위로가 되더라고요.

해외 출장을 갈 때도 열흘 동안 해당 시설에 축복이 호텔링을 맡겼는데요. 걱정하지 말라고 사장님이 매일 축복이 사진과 영상을 보내주셨죠. 매일 아침 축복이 사진을 보며 힘든 일정을 버텨낸 기억이 나요.

현재는 축복이가 나이가 들면서 체력이 더 떨어졌고, 제가 더 넓은 아파트로 이사를 해서 예전만큼 축복이를 유치원에 자주 보내진 않고 있어요. 그래도 언제든 도움이 필요할 때 축복이를 돌봐 줄 곳이 있다는 건 1인 가구에게 큰 위안이 됩니다.

요즘은 이렇게 반려견 관련 시설이 잘돼 있어서 혼자여도 충분히 강아지를 키울 수 있더라고요.

하지만, 혼자 살아도 큰 어려움 없이 반려견을 10년 가까이 키울 수 있었던 건 축복이를 함께 사랑해준 가족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도시 누렁이 축복쓰' 유튜브 채널 운영자 제공
전주집에서 ⓒ'도시 누렁이 축복쓰' 유튜브 채널 운영자 제공

1년에 2~3번씩 전주에 계시는 부모님이 축복이를 2주 정도 맡아서 돌봐주고 계세요. 축복이에게는 해마다 여름 방학과 겨울 방학이 있는 셈이죠.

방학 동안 축복이는 규율 없는 세상에서 맛난 거 잔뜩 먹어서 행복하고, 저는 오랜만에 저만의 시간을 만끽하고 체력을 보충할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1인 가구여도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맞을 때는 주변 가족이 함께 지지하고 환영해주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생각보다 큰 힘이 된답니다.

Q. 유튜브 영상을 보면 반려동물과 함께 여행도 자주 가시는 것 같아요. 반려동물과 함께 여행을 간다고 하면 주로 어떤 지역을 선호하시나요? 여행 준비 과정에서 우선순위로 고려하시는 부분도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거의 주말마다 축복이와 여행을 다니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서울 한가운데에 살다 보니 축복이나 저나 숨이 막히고 답답할 때가 많거든요. 그래서 자연 친화적인 곳으로 가서 함께 힐링하고 돌아오는 거죠.

여행지는 주로 강원도 고성이에요. 바다는 서해보다 동해가 최고이기도 하고, 그중에서도 고성은 제일 끝자락에 있어서 사람이 크게 붐비지 않거든요.

축복이와 여행 준비를 하면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크게 세 가지예요. 1. 한적한 곳인가 2. 강아지 동반 식당과 카페가 있는가 3. 깨끗하고 느낌 있는 반려견 동반 펜션이 있는가를 봅니다.

ⓒ'도시 누렁이 축복쓰' 유튜브 채널 운영자 제공
강원도 고성 여행 ⓒ'도시 누렁이 축복쓰' 유튜브 채널 운영자 제공

사람들이 너무 붐비는 관광지는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기에 눈치가 보이고 축복이와 마음껏 놀기 어렵거든요. 고성 끝 쪽에 위치한 해변과 호숫가는 속초, 양양과 달리 사람이 거의 없을 때가 많아요. 그럼 저도 잠시나마 축복이와 해변가를 자유롭게 거닐 수 있으니 행복하죠.

반려견과 여행을 다니면서 저도 알게 된 건데, 요즘에는 지역마다 반려견 동반 식당과 카페가 한두 개씩은 꼭 있더라고요. 그 지역을 가기 전에 미리 이런 시설들을 검색해서 동선을 짜곤 해요.

젊은 사람들이 감각 있게 꾸며놓은 반려견 동반 숙소도 꽤 많은데요. 저는 주로 네이버와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소를 검색합니다. 에어비앤비도 요즘에는 반려견 동반 숙소들만 볼 수 있어서 유용하더라고요.

Q. 마지막으로 반려동물 입양을 고민하고 있는 1인 가구 분들을 위해 하고 싶으신 말씀 있으시면 해주세요.

ⓒ'도시 누렁이 축복쓰' 유튜브 채널 운영자 제공
강원도 고성 여행 ⓒ'도시 누렁이 축복쓰' 유튜브 채널 운영자 제공

9년 전 축복이를 입양하기 전까지 저도 참 많이 고민 했던 것 같아요. 내가 정말 보호자로서 자격이 있긴 할까, 평생 이 강아지를 책임질 자신이 있나… 1인 가구 반려인을 바람직하게 보지 않는 시선도 입양을 망설이게 된 이유 중 하나였죠.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맞이할 때는 어느 때보다 신중하고 치열한 고민이 필요해요. 하지만! 그 모든 고민을 잠시 뒤로 하고 직접 보호소를 찾아간, 즉흥적이고도 용기 있는 행동이 있었기에 축복이가 안락사를 면하고 저와 가족이 될 수 있었습니다.

마음의 준비가 어느 정도 됐다는 판단이 서면, 지체 말고 용기 내서 손 내밀어 달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이름을 불러주지 않아 꺼져가는 생명이 너무나 많습니다. 사지 말고 입양하시길 바랍니다. 나의 삶이 더욱 의미 있고 다채로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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