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어려움, 우울..고령자·1인가구 자살 위험 취약 
경제적 어려움, 우울..고령자·1인가구 자살 위험 취약 
  • 김다솜
  • 승인 2023.11.09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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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국의 자살률이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살 위험에 취약한 고령인구와 1인가구의 증가로 인해 나타나는 사회적 여건의 변화를 살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복지포럼 10월호에 실린 ‘자살에 영향을 미치는 한국사회의 여건 탐색’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자살률은 2011년 31.7명에서 2021년 26.0명으로 감소 추세에 있으나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보고서는 자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회 요인 중 하나로 인구구조의 변화를 꼽았다. 우리나라는 장기간 지속된 출생아 수 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사망자 수 증가로 2020년 처음 인구 데드크로스를 기록했으며 인구 자연감소 규모는 증가 추세에 있다.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900만명을 넘어 총인구 대비 비중이 2000년 7.2%에서 2022년 17.5%로 확대됐다. 2020년부터 향후 10년간 고령인구는 490만명 증가하는 반면 생산인구는 357만명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고령인구는 자살 위험에 취약한 대상으로 고려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지난해 통계청 사회조사 결과 65세 이상에서 ‘자살 충동이 있었다’고 응답한 비율은 5.5%로 전체 연령층 평균(5.7%)보다 낮은 수준이긴 했지만, 2010년 4.9% 이후 자살 충동을 경험한 비율이 증가한 연령층이기 때문이다. 

또 고령인구는 다른 연령층에 비해 자살 충동은 낮으나 자살 시도가 사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65세 이상 고령인구의 자살 충동 원인을 살펴보면 다른 연령층 대비 ‘신체적·정신적 질환, 장애 때문에’의 비중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질환, 우울감, 장애와 더불어 고독 때문에 자살 충동을 느낀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특성을 고려해 자살 위험 요인을 파악하고 차별적인 관리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또 대표적인 사회 구성 변화로 ‘1인가구의 급증’을 꼽았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 유형 중 1인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15.5%에서 2021년 33.4%로 증가해 사회 구성의 주된 계층이 되고 있다. 특히 전체 1인가구 중 20세 이상 34세 미만 청년층의 비율은 2015년 27.3%에서 2020년 36.2%로 급증했으며, 65세 이상 고령층 비율은 같은 기간 23.5%에서 31.9%로 늘었다. 

1인가구는 소통의 결여, 외로움과 고독, 경제적 문제 등을 혼자 부담해야 하는 환경에 처해 있는 만큼 사회적으로 고립되거나 신체·정신건강 위험에 취약하다. 지난해 통계청 조사 결과 1인가구의 자살 충동 경험은 7.9%로 2인 이상 가구(5.3%)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1인가구의 자살 충동 이유는 ‘신체적·정신적 질환 또는 장애’(36.0%), ‘경제적 어려움’(26.7%) 순으로 높았으며, ‘외로움, 고독 때문에’라는 응답률도 16.5%로 2인 이상 가구원(5.6%)보다 3배 이상 높았다. 

고령인구 및 1인가구의 증가 등 인구구조, 가구 구성의 변화는 사회적 관계망의 형성 과정과 강도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사회적 고립은 곤란한 상황에서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친구나 친지 등 사적 지지체계가 없는 경우를 뜻하는데, 사회적 고립도를 통해 사회적 관계망이 얼마나 효율적인지, 사회적 유대가 얼마나 넓게 퍼져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세계행복보고서 2023’에 따르면 한국의 사회적 고립 인구 비율은 지난해 기준 19.0%로 OECD 가입국 중에서도 높은 편이다. 2021년 통계청 조사에서도 ‘낙심하거나 우울해서 이야기 상대가 필요한 경우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응답률은 79.6%로 2년 전대비 3.7%p 감소했다. 

보고서는 “이같은 사회적 관계망은 다양한 인구집단에서 자살생각과 직간접적 유의미한 관계가 있는 만큼 대상별 자살예방 정책을 시행하는 데 주목해야 할 사회적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자살에 영향을 미치는 여건으로 경제성장 둔화 및 계층 간 불평등 심화, 고용불안, 신종감염병, 기후변화 등이 꼽혔다. 

보고서는 “자살에 영향을 주는 사회 여건은 변화하고 그 영향력 또한 시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며 “정책의 대상이 되는 위기군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선제적으로 발굴하는 체계가 중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