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talk] 쿠팡 김범석, 미국 시민권이 준 특권...3370만명 개인정보 유출에도 "나는 미국인"
[이슈talk] 쿠팡 김범석, 미국 시민권이 준 특권...3370만명 개인정보 유출에도 "나는 미국인"
  • 정단비
  • 승인 2025.12.29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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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 거주하며 글로벌 비즈니스 일정이 있어 출석이 불가합니다"

12월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청문회.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초유의 사태를 일으킨 쿠팡의 실질적 지배자 김범석 의장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증인석에는 부임 일주일밖에 안 된 미국인 법률 전문가 해롤드 로저스가 앉았다.

한국에서 태어나 자랐고, 한국말을 쓰며, 한국 소비자로부터 연 30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한국 최대 이커머스 기업을 경영하지만, 김범석은 법적으로 '외국인'이다. 그리고 이 신분은 그가 한국 국민 앞에 서지 않아도 되는 중요한 근거가 됐다.


3370만명 유출, 그러나 총수는 '해외 출장 중'


2025년 11월 29일, 쿠팡은 고객 계정 약 3370만개가 무단 유출됐다고 발표했다. 이름, 이메일, 배송지 주소, 공동현관 비밀번호, 주문내역까지 유출됐다. 

그러나 김범석 의장은 사과 한 마디 없었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국회 현안질의, 청문회 등에 김 의장이 연이어 불참하자 국회는 김 의장을 국회증언감정법 위반으로 고발하기로 했다.

청문회장에 나온 로저스 대표는 김범석의 사과 의향과 소재를 묻는 질문에 "김 의장과 이번 청문회 관련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며 "쿠팡 한국법인 대표인 제가 책임지겠다"고 답했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로저스 대표는 허수아비에 불과하다"며 "의미 없는 답변만 반복하고 있어 더 이상 질문하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해롤드 로저스는 쿠팡 Inc의 최고관리책임자(CAO) 겸 법무총괄로, 김범석 의장과 같은 하버드대 출신이다. 쿠팡 Inc의 실질적 '2인자'로 알려졌다.

업계는 이를 두고 "쿠팡이 이번 사태를 경영 책임보다는 법률 대응 중심으로 관리하겠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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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국 시민권자니까" 책임 회피의 패턴


김범석 의장이 청문회를 회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시기 사건 불출석 사유 결과
2015년 협력업체 갑질 의혹, 산자위 국감 "농구하다 아킬레스건 부상" 불출석
2024년 초 택배 노동자 과로사, 블랙리스트 의혹 "해외 행사 참석" 불출석
2024년 10월 정무위 국정감사 (14일·28일) "해외 사업 일정" 불출석
2025년 12월 개인정보 유출 청문회 "글로벌 비즈니스 일정" 고발

김 의장은 불출석 사유서에서 "본인은 현재 해외에 거주하고 근무하는 중으로, 전 세계 170여 국가에서 영업하는 글로벌 기업의 CEO로서 공식적인 비즈니스 일정이 있는 관계로 부득이하게 청문회에 출석이 불가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쿠팡 매출의 90% 이상은 한국에서 나온다. 3370만명의 한국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 이보다 중요한 '비즈니스 일정'이 무엇이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하나같이 무책임한, 인정할 수 없는 사유"라며 "대한민국과 국민, 국회를 우롱하고 있는 김범석 등에게 반드시 합당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Bom Kim, 정신차려라" 조국의 경고


정치권의 분노는 거셌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12월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자상거래법상 임시중지명령을 내리거나 개인정보보호법상 최대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 쿠팡이 계속 책임을 회피하고 피해회복조치를 미루면 단행해야 한다"며 김범석 의장을 직접 겨냥했다.

조 대표는 "우월적 지위를 즐기면서 오만방자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쿠팡에는 강한 경고가 필요하다"며 "개인정보보호법 제64조의2에 따라 전체 매출의 최대 3%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 쿠팡의 작년 매출은 약 41조원이니 약 1조원을 부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그는 김 의장을 향해 "대한민국 정당의 대표로 말한다. 검은 머리 외국인 Bom Kim(김 의장의 영문명 이름), 정신차려라. I am warning you(당신에게 경고한다)"라고 말했다.


특권의 구조: '외국인'이라 법적 강제 어려워


김범석 의장이 청문회를 거부할 수 있는 주요 근거는 그의 미국 시민권 신분이다.

김 의장은 쿠팡 한국 자회사 대표이사가 아니다. 미국 법인 쿠팡 Inc 이사회 의장 겸 CEO이다. 법적으로는 '외국인 투자자'이자 '해외 거주 경영인'이다.

현재 한국 국회가 김 의장이 미국에 머물면서 대응한다면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것이 난감한 상황이다. 국회증언감정법 위반으로 고발한다고 해도 검찰 수사 가능하나 소환 거부 시 강제 수단이 제한적이다.

이후 국정조사로 전환 시 동행명령장을 발부해도 해외 거주자에겐 실효성이 의문이고, 결국 강제구인은 사실상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에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국회 불출석 외국인 경영주 입국금지법'을 발의했다. 국회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정당한 이유 없이 불출석한 외국인에 대해 입국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통과되면 김범석 의장은 병역 기피로 입국이 금지된 가수 스티브 유(유승준)처럼 한국에 들어올 수 없게 된다


공정거래법 규제의 사각지대


한국 공정거래법은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규모기업집단'에 엄격한 규제를 적용한다. 하지만 쿠팡은 특수한 위치에 있다.

공정위는 2018년 쿠팡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했지만, 2021년부터 4년 연속 김범석 의장이 아닌 '쿠팡 법인'을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했다.

이로 인해 김범석 의장은 특수관계인 거래 공시 의무에서 면제됐으며, 총수 일가 경영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게 됐다.


김범석 의장은 나타날 것인가


국회는 김범석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를 연달아 꺼내들고 있다. 12월 30~31일에는 6개 상임위 연석 청문회(과방위·정무위·국토위·환노위·기재위·외통위)가 예정됐다.

민주당 허영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고발 조치와 국정조사, 동행명령장 발부 등을 통해서 참석을 강요할 수 있는 수단을 만들겠다"며 "기재위에서는 국세청을 통한 특별세무조사도 함께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김현 과방위 간사는 "국정조사 카드는 아직 살아있다"며 "2단계로 국정조사를 통해 김범석 의장이 반드시 국내에 와서 책임 있는 답변과 후속 조치를 할 수 있도록 끝까지 일하겠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김범석이 30-31일 연석 청문회에 나올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정부가 쿠팡 영업정지 가능성을 검토하고, 국회는 특별세무조사 카드까지 꺼내든 상황에서 김범석이 영업 전반에 대한 고강도 제재 리스크를 감내하며 재차 불출석할지가 관건이다.

<기자 talk> 제2, 제3의 김범석

쿠팡 사태는 단지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다. 국적을 활용한 규제 회피라는 모델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실제로 최근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미국 법인 설립 후 역진출" 방식이 증가하고 있다.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하고, 투자 유치에도 유리하며, 향후 승계에도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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