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노동조합법(노조법 2·3조)이 3월 10일 시행됐다.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이 법의 핵심은 사용자 정의의 확대다. 직접 고용계약을 맺지 않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라면 교섭 의무를 지는 '사용자'가 된다.
배달 라이더, 택배 기사, 청소 용역 노동자 등 플랫폼·특수고용직 종사자들이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원청이 "우리는 계약 당사자가 아니다"는 이유로 교섭을 거부하던 시대가 오늘부터 끝난다. 개정법은 직접 근로계약을 맺지 않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자를 사용자로 규정했다. 노조법상 사용자 정의가 72년 만에 바뀐 것이다.
지금까지 플랫폼·물류 업계의 구조는 이랬다. 택배 기사, 배달 라이더, 청소 용역 종사자는 법적으로 개인사업자 형태로 일했다. 그러나 배송 단가, 업무 배정 알고리즘, 평가 시스템은 원청이 설계하고 운영했다. 계약 상대는 대리점이나 협력업체였지만, 일의 조건은 플랫폼이 정했다.
개정법은 원청이 배송 단가와 알고리즘을 설계하고 평가 시스템을 운영한다면, 그것이 근로조건에 대한 '실질적 지배'로 판단될 수 있다는 점이 주요하다.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는 현재 최소 200만 명으로 추산된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019년 166만명으로 집계한 수치를 기준으로 한 추정치다. 배달 라이더, 퀵서비스, 홈클리닝 종사자 대부분이 여기 포함된다.
그동안 택배·배달 업계 하청 노동자들은 근로조건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원청 대기업이나 플랫폼 기업과 교섭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 속에 있었다.
이와 관련해 플랫폼 업계는 경계하고 있다. 배송 단가 결정 구조, 업무 배정 방식, 실적 평가와 페널티 부과 체계 등이 근로조건에 대한 '구조적 통제'로 판단될 경우, 원청이 단체교섭 의무 주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배달 플랫폼 업계는 라이더에 대한 사용자성이 사실상 없다는 입장이다. 라이더의 절반 이상이 전업이 아닌 부업·겸업으로 일하고, 대부분이 고용계약 없이 자유롭게 플랫폼을 선택해 일한다는 이유다.
반면 택배 노동자들의 시각은 다르다. 전국택배노동조합은 "그동안 택배사들은 계약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교섭을 거부해왔다"며 원청이 직접 교섭에 참여하게 된다면 여러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법은 시행됐지만, 쟁점은 이제부터다.
특정 플랫폼 기업이 사용자인지 아닌지는 노동위원회가 1차로 판단한다. 하청 노조가 원청에 교섭을 요구했으나 원청이 거부할 경우 노조는 노동위원회에 시정신청을 할 수 있고, 노동위원회의 사용자성 판단 기간은 최대 20일이다.
고용노동부는 사용자성 등 쟁점에 대한 유권해석을 지원하기 위해 법률·현장 전문가로 구성된 단체교섭판단지원위원회를 운영한다. 그러나 이 위원회의 판단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
이에 최종 판단은 행정소송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중노위 관계자에 따르면 첫 적용 사례는 4월 중순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경총 등 경영계 6단체는 법 시행 전날까지 시행 연기와 완화를 촉구했다. 경총은 "일부 노동계는 사용자성 인정 가능성 여부와 무관하게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고 있어 노사 간 분쟁이 지속될 것"이라며 정부와 노동위원회의 엄정한 판단을 요구했다.
이 법이 배달·배송·청소 종사자에게 즉각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건 아니다. 사용자성이 인정되려면 노동위원회의 판단이 필요하고, 노조가 조직돼 있어야 교섭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청은 오늘부터 "계약 당사자가 아니다"는 이유만으로 교섭을 거부할 수 없다. 실질적 지배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협상 테이블에 나와야 하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