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데이터처가 2025년 12월 발표한 '2025 통계로 보는 1인가구'에서 1인가구의 48.9%가 '외롭다'고 답했다. 전체 가구 평균(38.2%)보다 10.7%포인트 높은 수치다. 통계청이 1인가구의 외로움을 별도 항목으로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첫 측정부터 절반에 육박하는 숫자가 나왔다.
그런데 이 1인가구가 주말에 가장 많이 하는 일은 동영상 콘텐츠 시청(75.7%)이다. 네 명 중 세 명이 쉬는 날 화면 앞에 앉는다. 2위 휴식(73.2%), 3위 컴퓨터 게임·인터넷 검색(22.0%)까지, 상위 3개 여가활동 모두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절반이 외롭다고 말하면서, 외로움을 심화시킬 수 있는 활동에 가장 많은 시간을 쓰고 있는 셈이다.
외로움에도 등급이 있다
같은 1인가구라도 소득에 따라 외로움의 농도는 다르게 나타났다.
월평균 소득 100만원 미만 가구의 외로움 체감 비율은 57.6%로, 600만원 이상 가구(33.0%)의 1.7배다. 저소득 1인가구는 무료 유튜브, 저가 OTT 등 돈이 없고 외로워서 더 값싼 여가에 의존하는 악순환 구조에 놓여 있다.
사회적 안전망도 취약하다. 몸이 아플 때 도움받을 사람이 있다고 답한 1인가구는 68.9%, 돈을 빌려야 할 때는 45.6%, 우울할 때는 73.5%로, 모두 전체 가구 평균을 밑돈다. 외로움은 감정의 문제만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800만 가구가 켜는 화면
국내 1인가구는 804만5000가구, 전체 가구의 36.1%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중 75.7%가 주말에 영상을 본다면, 단순 계산으로도 약 609만 가구가 매주 OTT나 유튜브 앞에 앉아 있다는 뜻이다.
실제 수치로도 이는 증명된다. 2025년 상반기 기준 넷플릭스의 국내 구독률은 54%로 처음 과반을 넘었고,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1406만명에 달한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과 제휴한 뒤 광고형 요금제 이용자가 40%로 치솟았는데, 이 중 47%가 신규 고객이었다. '네넷 제휴'는 사실상 1인가구의 가성비 소비 심리를 조준한 전략이다.
이러한 대열에 통신사들도 합류했다. LG유플러스는 유튜브 프리미엄과 넷플릭스를 묶은 '더블 스트리밍 연간권'을 월 1만5900원(VIP는 1만1900원)에 내놓았고, SKT의 T우주패스는 월 1만3900원에 유튜브 프리미엄과 생활 혜택을 결합했다. 1인가구의 월 구독 지출을 최소화하면서 '이탈 방지'까지 노리는 설계다.
'하고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의 괴리
조사에서 보면 1인가구가 실제로 하는 여가 1위는 동영상 시청(75.7%)이지만, 전체 국민 기준으로 하고 싶은 여가 1위는 관광 활동(65.7%)이고, 2위는 취미·자기개발(41.7%)이다.
화면 앞에 앉아 있는 건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 차선책일 가능성이 높다.
외로움에 접근하는 방식이 달라져야 할 때
WHO는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이 뇌졸중, 심장병, 인지기능 저하, 조기 사망의 위험을 높인다고 경고한다. 서울시는 2025년 '1인가구 맞춤형 멘토링'을 시작해 1000명을 지원하고, 소셜다이닝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프로그램만으로 800만 가구의 외로움을 해결하긴 어렵다. 1인가구 75.7%가 주말 마다 화면 앞에 앉는다면, 그 화면이 관계의 통로가 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