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련 기술 유지하며 인건비 절감 효과…청년 고용 충돌 완화 기대
근로자 소득 공백 해소 가능하지만 고용 안정성·임금 하락은 과제
국내 주요 대기업을 중심으로 정년퇴직한 직원을 계약직으로 다시 채용하는 ‘정년 후 재고용’ 제도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AI와 로봇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산업 현장의 숙련된 노하우를 당장 대체하기 어렵다는 판단과 함께 법적 정년 연장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는 기업들의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산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노동조합과의 합의를 통해 내년부터 정년 후 재고용 제도를 시행하기로 확정했다. 기술력과 전문성을 갖춘 퇴직 예정자가 희망할 경우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최대 1년간 더 근무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다.
이로써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등 국내 4대 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모두 정년 후 재고용 제도를 운영하게 됐다.
이미 제도를 시행 중인 기업들은 적용 범위를 넓히는 추세다. 현대차는 지난 2021년부터 ‘숙련재고용제도’를 통해 생산직 퇴직자를 최대 2년간 고용하고 있으며, 포스코는 기술직을 대상으로 했던 선별 재고용을 사실상 전수로 확대했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해부터 자녀가 3명 이상인 직원이나 고숙련 전문가를 대상으로 정년 이후에도 근무할 수 있는 시니어 트랙 제도를 공식화했다.
기업들이 일률적인 정년 연장보다 재고용을 선호하는 배경에는 경제적 실리가 자리잡고 있다. 정년을 법적으로 연장하면 기존의 높은 호봉과 근로조건이 그대로 유지돼 기업의 비용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반면 재고용 방식은 퇴직 후 신규 계약을 맺는 형태이기에 임금을 신입사원 초임이나 정년 직전의 일정 비율 수준으로 조정할 수 있다.
현장에서는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과 기술 전수 문제도 재고용 도입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정밀 제조나 특수 공정 등 숙련공의 감각이 필요한 영역에서는 AI가 인간의 노하우를 완전히 대체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고령 인력을 별도의 계약직으로 운용함으로써 청년층이 선호하는 정규직 일자리와의 충돌을 피할 수 있다는 점도 기업 입장에서는 긍정적 요소다.
정부도 ‘재고용’ 뒷받침…낮은 임금과 근로 안정성은 과제
정부도 이같은 흐름을 뒷받침하기 위해 지원책을 운영 중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를 계속 고용하는 사업주에게는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이 지급된다. 이는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하며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 한해 근로자 1인당 월 최대 40만원을 3년간 지원한다.
해당 장려금을 받기 위해서는 정년 제도를 1년 이상 운영해야 하며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정년 연장, 폐지 또는 퇴직 후 6개월 이내 재고용 등의 내용을 명시해야 한다. 특히 재고용의 경우 1년 이상의 근로계약을 체결해야 하며 사업주의 배우자나 직계존비속 등 특수관계인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다만 재고용 방식이 근로자에게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년 연장이나 폐지에 비해 고용의 질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국고용정보원의 ‘고령자 계속고용에 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재고용 형태는 다른 계속고용 방식과 비교했을 때 고용 안정성과 처우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재고용형의 임금 유지율은 79.2~87.8% 수준으로 감소율이 가장 높았다. 만 60세 이후 평균 근속 기간 분석에서도 재고용은 약 38개월로 정년 폐지나 연장형에 비해 짧았다. 퇴직 후 국민연금 수령 시기까지의 소득 공백을 메우는 대안이 될 수는 있으나 실질적인 고용안정성을 보장하기엔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