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신탁 연계한 ‘고객 락인’ 전략…생애 전주기 관리 목표
초기 투자비·수익 구조 한계 과제
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이 초고령사회 진입에 맞춰 요양사업을 미래 핵심 성장동력으로 낙점하고 직접 시설을 짓는 ‘하드웨어 경쟁’애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무형의 서비스를 넘어 고령층의 주거와 돌봄을 책임지는 유형의 인프라를 구축해 고객을 장기적으로 확보하겠다는 포석이다.
금융권의 요양사업 경쟁은 수도권 주요 거점을 중심으로 한 시설 확충으로 나타나고 있다. KB금융은 자회사 KB골든라이프케어를 통해 서울 송파구에 서울 최대 규모인 350명 수용 가능한 요양시설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2028년 개원을 목표로 하는 이 시설은 AI 기반의 돌봄 기술 ‘에이지테크’를 적용해 미래형 모델을 제시할 계획이다. 이미 위례, 서초, 은평 등 수도권 5개 지역에서 요양시설을 운영 중인 KB금융은 실버타운과 요양원을 연계한 단계별 케어 체계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신한금융 역시 신한라이프케어를 필두로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초 경기 하남 미사에 문을 연 요양시설은 전 객실을 1인실로 구성하고 자동 목욕 시스템 등 고급 편의시설을 갖췄다. 신한금융은 이를 시작으로 부산 해운대, 서울 은평과 송파 등지로 시설을 순차적으로 확대해 전국 단위의 요양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하나금융도 최근 경기 고양 지축동에 첫 번째 프리미엄 요양시설 기공식을 열며 본격적인 참전을 알렸다. 2027년 완공 예정인 이 시설은 도심 접근성과 자연환경을 동시에 갖춘 입지를 내세우고 있다. 하나금융은 시니어 특화 브랜드’ 하나더넥스트’를 통해 금융 서비스부터 주거와 돌봄 시설 운영까지 이어지는 시니어 사업 생태계를 완성하겠다는 전략이다.
금융-생활 결합 통해 ‘락인’ 효과 극대화
수익성 확보·규제 장벽 해소는 여전히 숙제
금융지주들이 요양시설 직접 운영에 뛰어드는 배경에는 고령층 고객의 장기적인 관계 유지가 자리잡고 있다. 요양시설은 입소자가 장기간 머무는 공간인 만큼 이를 매개로 퇴직연금 관리부터 자산 운용, 증여·상속 설계에 이르기까지 폭 넓은 금융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산 규모가 큰 베이비부머 세대가 후기 고령층으로 진입함에 따라 이들의 노후 자산을 관리할 수 있는 접점을 선점하는 것이 금융그룹의 미래 경쟁력을 결정짓는 요소가 됐다.
단순한 돌봄을 넘어 헬스케어와 금융 상담을 결합한 통합 모델도 구체화되고 있다. 요양원 입소 전후 과정에서 필요한 보험금 진단이나 노후 소득 설계를 시설 운영과 병행함으로써 고객이 다른 금융사로 이탈하는 것을 방지하는 락인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본격적인 세 확장이 이어지고는 있으나 사업적 측면에서의 과제도 남아 있다.
요양사업은 대규모 부지 확보와 건물 신축 등 초기 투자 비용이 막대한 반면, 인건비와 시설 유지비 등 고정비 비중이 높아 단기간에 흑자를 내기 어려운 구조다. 실제로 시장에 먼저 진출한 선발주자들도 매출 성장세와 별개로 운영 초기 적자 단계를 벗어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법적·제도적 제약도 사업 확장의 걸림돌로 꼽힌다. 현행 규정상 일정 규모 이상의 요양시설을 운영하려면 사업자가 토지와 건물을 직접 소유해야 해 부동산 매입 비용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또한 프리미엄 서비스를 표방하면서 발생하는 높은 이용료가 중저가 돌봄 수요를 외면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어 공공성과 수익성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것 역시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