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키오스크 앞에서 돌아서는 노인들...여전히 갈 길 먼 '디지털 격차'
'초고령사회' 키오스크 앞에서 돌아서는 노인들...여전히 갈 길 먼 '디지털 격차'
  • 김영호
  • 승인 2026.04.16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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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발표한 '2025년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령층(55세 이상)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일반국민 대비 71.4%로 나타났다.

전년(70.7%) 대비 0.7%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수치만 보면 개선세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대한민국 시니어 세대가 디지털 사회에서 얼마나 깊은 구조적 소외에 놓여 있는지가 드러난다.


취약계층 중 최하위, 격차는 28.6%p

이번 조사에서 4대 디지털 취약계층의 종합 정보화 수준은 평균 77.5%였다. 저소득층 96.5%, 장애인 83.5%, 농어민 80.0%에 비해 고령층 71.4%는 압도적 최하위다.

일반국민과의 격차는 28.6%포인트. 스마트폰을 들고 있어도 실제로 '활용'하는 데서 벽에 부딪힌다는 의미다.

고령층 내부의 격차는 더 극명하다. 60대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97.7%, 인터넷 이용률은 97.4%로 일반국민에 근접하지만, 70대 이상은 스마트폰 보유율 87.3%, 인터넷 이용률 75.7%로 급격히 떨어진다.

특히 AI 서비스 이용 역량은 고령층 평균 29.1%로, 일반국민 평균(55.3%)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디지털 기술이 AI 중심으로 재편되는 시점에서, 이 격차는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라 앞으로의 사회 참여 자체를 좌우할 변수다.


연 0.7%p 개선, 격차가 줄어들 수 있을까

고령층 디지털 정보화 수준의 연도별 추이를 보면, 2022년 69.9%에서 2023년 70.7%, 2025년 71.4%로 매년 0.7~0.8%포인트씩 올랐다. 단순 산술로 일반국민 수준(100%)에 도달하려면 약 40년이 걸린다.

그사이 디지털 기술은 AI와 초개인화 서비스로 더 빠르게 진화한다. 개선 속도가 기술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격차는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체감적으로 더 벌어질 수 있다.

키오스크 앞에 선 노인, 숫자가 말해주지 않는 현실

통계 너머의 현실은 더 가혹하다. 서울디지털재단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고령층의 키오스크 이용 경험은 57.1%로 2년 전(45.8%)보다 11.3%포인트 높아졌다.

그러나 연령대별로 들여다보면 사정이 다르다. 55~64세는 79.1%가 이용해 본 반면, 75세 이상은 19.1%에 불과하다. 전체 노인 중 키오스크로 주문과 접수를 독립적으로 완료할 수 있는 비율은 17.9%에 그쳤다.

이용 경험이 있는 고령층도 59.6%가 어려움을 겪었다. 주된 이유는 '뒷사람 눈치가 보여서'(53.6%), '선택사항 적용이 어려워서'(46.3%), '용어가 어려워서'(34.0%) 순이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주문 한 번 하지 못해 돌아서는 일이, 은행 창구가 사라진 지점에서 이체 한 건 못 하는 일이 매일 반복되고 있다.

고령층의 디지털 격차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GettyImages
고령층의 디지털 격차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GettyImages

2025년 한국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 20.3%를 기록하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사회의 5분의 1이 디지털 세계에서 체계적으로 배제되고 있다면, 이는 개인의 적응 실패가 아니라 시스템의 설계 실패다.


교육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부는 '디지털배움터' 확대, 경로당·복지관 교육 프로그램, '디지털 포용 어디나 지원단'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연간 0.7%포인트의 개선폭은 이러한 노력이 구조적 문제 해결에 충분하지 않음을 볼 수 있다.

시니어에게 스마트폰 사용법을 가르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서비스를 설계하는 단계에서부터 고령층을 기본 사용자로 전제하는 '디지털 유니버설 디자인'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어야 한다.

무인단말기의 UI 표준 의무화, 대면 서비스 병행 의무, 연령 친화적 인터페이스 가이드라인이 법제화되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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