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이앤씨가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를 통해 재무지표 개선에는 성공했으나, 그 대가로 심각한 인력 유출과 정비사업 현장의 신뢰 위기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DL이앤씨의 2025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약 3870억원으로 전년 대비 42% 이상 급증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대외 악재 속에서도 부채비율을 84% 수준으로 유지하며 대형 건설사 중 독보적인 재무 건전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화려한 실적 이면에는 뼈아픈 인력 감축이 자리 잡고 있다. 최근 4년 사이 DL이앤씨의 주택사업본부 인력은 약 2500명대에서 1800명대로 30%가량 급감했다. 이는 10대 건설사 중 가장 가파른 감소세다.
이에 대해 DL이앤씨 관계자는 “타사보다 인력 감축 폭이 큰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며 “주택 착공 현장이 부족하고, 영업이익을 높일 수 있는 고마진 사업 위주의 선별 수주 원칙에 따라 사업 볼륨에 맞춰 인력이 조정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수주 양보다는 질에 집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필요 인력이 줄었다는 논리다.
상대원2구역 '아크로' 갈등 지속
인력 공백의 부작용은 정비사업 현장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경기 성남시 최대 재개발지인 상대원2구역(4885가구)은 하이엔드 브랜드인 '아크로(ACRO)' 적용 문제를 두고 갈등이 시작됐다.
조합원들은 인근 안양 등 타 지역 사례를 들며 '아크로' 적용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으나, DL이앤씨가 수용 불가 방침을 고수하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이미 'e편한세상'으로 설계를 마치고 인허가 절차가 완료된 상태라 브랜드를 바꾸면 사업 지연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DL이앤씨가 인력 부족으로 인해 조합과의 세밀한 소통에 실패하면서 갈등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조합과의 갈등은 대의원회를 통해 시공사 선정 취소 안건까지 가결됐다. 이후 GS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 사안은 조합장이 해임되면서 조합과 DL이앤씨가 시공사 선정 총회를 두고 줄다리기 중이다. 조합장은 해임 총회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을 하고, 조합 대의원회 결의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한 상황이다.
갈등 봉합을 위해 박상신 DL이앤씨 대표이사 부회장이 직접 조합원을 만나기도 했다. DL이앤씨는 "우리만큼 상대원2구역의 컨디션을 잘 아는 곳이 없다"며 시공권 수성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갈등은 이어질 전망이다.
내실 경영인가, 시장 위축인가…'아크로' 명성 흔들
업계에서는 고마진 사업지만 수주하겠다는 전략이 결과적으로 주택 시장에서의 장악력 약화와 브랜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간 DL이앤씨는 신중한 정비사업 전략으로 인해 압구정, 성수 등 서울 핵심 수주전에서 '아크로'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익을 위해 조직을 축소하는 사이, 경쟁사들은 공격적인 인력 운용과 유연한 브랜드 전략으로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수익성 지상주의가 결국 '내실 경영'이 아닌 '시장 퇴보'로 귀결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켜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