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이앤씨의 아크로 딜레마' 안 하면 해지, 해지하면 소송...법정 다툼 256건 육박
'DL이앤씨의 아크로 딜레마' 안 하면 해지, 해지하면 소송...법정 다툼 256건 육박
  • 정단비
  • 승인 2026.04.15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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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이앤씨가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를 둘러싼 정비사업 갈등이 잇따르고 있다. 부산 우동1구역에선 420억원 규모 소송을 직접 제기했고, 성남 상대원2구역에선 약 9849억원 규모 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 직후 법적 대응을 공식 예고했다.

DL이앤씨의 2025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계류 소송은 원고 80건(소송금액 5807억원), 피고 176건(3274억원)으로 합산 256건이다. 전년 219건(원고 61건 5055억원·피고 158건 2476억원) 대비 1년 새 37건 늘었다. 이 중 시공사 계약 갈등에서 비롯된 정비사업 분쟁은 9건이다.


아크로가 뭐길래

아크로는 DL이앤씨가 1999년 주상복합·오피스텔에 적용하던 이름으로 2013년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로 재정비했다. 현재는 한강변이나 서울 핵심 입지에만 적용하는 프리미엄 라인으로, DL이앤씨 내부에 별도의 브랜드 심의 기준이 있다.

조합 입장에서 하이엔드 브랜드는 단순한 이름이 아니다. 분양가와 시세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입주 이후 가격 방어력도 달라진다는 인식이 정비업계 전반에 퍼져 있다. 재건축·재개발은 한 번 지으면 수십 년이 지나야 다시 고칠 수 있는 구조라 조합원들은 브랜드를 포기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반면 DL이앤씨 입장에서 아크로를 적용하면 설계 변경과 공사비 증가가 불가피하다. 공사비가 오르면 조합원 분담금도 늘어난다. 브랜드를 주면 비용 갈등, 안 주면 계약 해지. 어느 쪽을 선택해도 분쟁이 따라오는 구조다.


광천동·신당8구역에서도 반복

이러한 패턴은 수년 전부터 반복됐다. 광주 광천동 재개발조합은 2015년 DL이앤씨 등 건설사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선정했지만 2020년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 등 116개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2021년 계약을 해지했다. 컨소시엄 측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고 1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조합이 항소해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서울 신당8구역도 마찬가지다. 조합은 2020년 DL이앤씨와 도급계약을 체결했지만 아크로 적용이 거절되자 2021년 계약을 해지했다. DL이앤씨가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심은 조합이 약 80억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양측 모두 항소해 서울고등법원에서 2심이 진행 중이다. DL이앤씨는 1심 판결을 근거로 조합 소유 부동산 25필지에 강제경매를, 5필지에 추가 가압류를 걸어놓은 상태다.


우암2구역·단계주공·덕현지구는 공사비 갈등

공사비 갈등에서 비롯된 소송도 줄줄이 진행 중이다. 부산 우암2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을 상대로 한 250억원 규모 손해배상 청구소송(2022년 9월 제기)과 울산 단계주공아파트 재건축조합을 상대로 한 200억원 규모 대여금 반환 청구소송(2025년 9월 제기)이 각각 1심 진행 중이다. 

반대로 덕현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DL이앤씨를 상대로 222억원 규모 부당이득반환 청구소송(2024년 10월 제기)을 냈고 1심이 진행 중이다.


'비수도권 첫 아크로' 부산 우동1구역, 소송으로 마침표

부산 우동1구역은 DL이앤씨가 2021년 3월 비수도권 최초로 아크로 브랜드를 내걸며 수주한 사업장이다. 부산 해운대구 삼호가든아파트를 지하 3층~지상 28층, 14개 동, 1481가구로 재건축하는 사업이다. 수주 당시 제시한 3.3㎡당 공사비는 609만원이었지만 이후 848만원까지 올랐다.

조합은 2024년 11월 시공사 선정을 취소했다가 6개월 만에 번복했고, 그 사이 DL이앤씨는 남아 있던 보증금 약 250억원에 가압류를 걸었다. 이후에도 공사비 협상은 타결되지 않았고 조합은 지난해 11월 재차 취소를 결의했다.

이어 DL이앤씨는 올해 1월 420억원 규모 대여금 반환 청구소송을 냈다. 도급계약 한 번 체결하지 못한 채 4년 만에 법정 다툼으로 귀결됐다. 조합은 새 시공사 선정 후 보증금으로 대체 반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재입찰에서 두 차례 유찰된 뒤 수의계약으로 전환해 현재 대우건설로부터 의향서를 받은 단계다. 새 시공사 선정이 늦어질수록 이자 부담도 조합 몫이다. 


성남 상대원2구역 9849억 계약 해지, 법정으로 가나

상대원2구역은 성남 중원구 상대원동 일대 최고 29층, 43개 동, 4885가구 규모의 재개발 사업이다. 조합은 2015년 DL이앤씨를 시공사로 선정했고 2021년 'e편한세상'으로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이주와 철거를 마치고 올해 6월 착공을 목표로 협상을 이어가던 중이었다.

하지만 조합은 2023년부터 아크로 적용을 요구했고, DL이앤씨는 이를 거절했다. 이어진 조합장 해임안 가결과, 해임 무효 주장, 그리고 DL이앤씨와의 계약 해지 등 일련의 사건이 이어졌다.

4월11일 열린 정기총회에서 DL이앤씨와의 계약 해지 안건은 참석 1205명 중 1101명 찬성으로 가결됐다. 해지 금액은 약 9849억원으로 DL이앤씨 지난해 연결 매출의 13.3% 규모다. GS건설 신규 선정 안건은 현장 직접 참석 정족수를 10여명 차이로 채우지 못해 무산됐다. 이에 기존 시공사와 결별하고도 새 시공사가 없는 공백 상태가 됐다

DL이앤씨는 "시공자 지위확인 등 법적 대응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또 한 건의 소송 추가를 예고했다.

 

사진=DL이앤씨 로고
사진=DL이앤씨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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