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는 모자이크 술잔은 풀샷, ‘술 권하는 미디어’ 방치
저녁 시간대 드라마에서는 사람들이 둘러앉아 맥주잔을 기울이는 장면이 반복된다.
같은 화면 속에서 담배는 손에 쥐어졌다가 내려놓이고, 영화 속 흡연 장면은 모자이크로 가려진다. 그러나 술잔만은 아무런 제약 없이 노출된다.
미디어는 담배는 숨기고, 술은 보여준다. 그렇다면 왜일까.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연간 14조~15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는 질병관리청이 추산한 흡연의 사회적 비용과 맞먹는 수준이다. 특히 이 비용에는 의료비뿐 아니라 조기 사망에 따른 생산성 손실, 노동력 감소 등이 포함돼 실제 사회적 부담은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럼에도 두 행위에 대한 규제 수준은 크게 다르다. 흡연은 방송과 영상 콘텐츠에서 청소년 유해 요소로 분류돼 장면 삭제나 모자이크 처리, 광고 제한 등 강한 규제를 받는다.
이는 흡연 장면 노출이 청소년의 흡연 욕구를 자극하고 실제 흡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에 따른 것이다.
반면 음주는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OTT와 유튜브 등 온라인 콘텐츠에서는 음주 장면이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이를 스트레스 해소나 인간관계의 수단으로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일부 분석에서는 주요 콘텐츠에서 음주 장면이 빈번하게 등장하는 반면, 청소년 접근 제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제도 역시 이러한 차이를 반영한다. 흡연은 법적 규제로 노출과 광고가 엄격히 제한되는 반면, 음주 관련 미디어 노출은 권고 수준의 가이드라인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OTT와 같은 신규 플랫폼은 기존 방송 규제의 적용 범위 밖에 있어 사실상 자율에 맡겨진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불균형이 결국 사회 전반에 왜곡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음주 역시 중독성과 건강 위해성이 분명한 행위임에도, 미디어에서는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문화로 소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조사에서는 청소년이 드라마나 예능 속 음주 장면을 접한 뒤 음주 욕구를 느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흡연과 맞먹는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음주가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현실은 공중보건 정책과 미디어 관리 기준의 불균형을 드러낸다.
전문가들은 음주 역시 사회적 비용과 건강 영향에 맞는 노출 기준과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