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 2025년 4분기 건설공사 계약액은 79조5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 늘었다. 2022년 2분기(82조7000만원)의 96% 수준까지 되돌아온 수치다.
하지만 회복의 수혜는 철저히 대형사 몫이었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2025년 4분기 상위 1~50위 기업의 계약액은 40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0% 증가했다. 반면 51~100위 기업은 5조1000만원으로 19.9% 줄었다. 101~300위도 5조9000만원으로 3.0% 감소했다.
전체 파이가 커지는 동안 중위권은 오히려 쪼그라든 것이다. 상위 50개사가 전체 계약액(79조5000만원)의 절반을 단독으로 가져간 셈이다.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이를 방증한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12년 연속 1위다. 상위 3사 체제도 수년째 고정된 상태다.
과거 1994년 포스코그룹 내 건설 계열사를 통합해 출범한 포스코개발(현 포스코이앤씨)은 불과 3년 만인 1997년 10위권에 진입했다. 그룹 내부 물량을 발판 삼아 치고 올라온 경우다.
2000년대 들어서는 외환위기로 동아건설·쌍용건설 등 기존 강자들이 무너지면서 LG건설(현 GS건설)이 그 자리를 채우며 5위권에 안착했다. 대형사의 공백이 새로운 강자의 등장을 허용했던 시대였다.
2010년대에는 그룹 배경 없이 성장한 사례도 있었다. 중흥건설은 2010년 시공능력평가 104위 중소건설사였다. 광주에 기반을 둔 이 회사는 수도권 택지지구를 중심으로 자체개발사업을 확장하며 매년 순위를 끌어올렸다. 2016년 33위, 계열사 중흥토건은 2020년 15위까지 올랐다. 외부 차입 대신 자체 자금으로 사업을 굴리는 방식이 통했다.
지금은 그 경로 자체가 막혔다. 포스코건설식 성장의 전제였던 그룹 내부 물량은 대기업 계열 건설사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다. 중흥건설식 성장의 전제였던 자체개발사업은 PF 시장이 얼어붙고 민간 주택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더 이상은 불가능한 일이다. 택지를 확보하고 자체 자금으로 분양을 밀어붙이던 성장 공식은 고금리·미분양·자금 경색의 삼중고 앞에서 성립하지 않는다.
자본·인력 한계에 중소 건설사들 "할 수 있는 사업 제한적"
올해 1~3월 건설업체 폐업 건수는 823건으로 12년 만에 최대다. 지난해에는 종합건설사 신규 등록(528건)보다 폐업(675건)이 많은 역전 현상까지 나타났다. 시공능력평가 20~100위 중견 건설사 27곳의 공사 미수금은 1년 새 41.3% 급증해 5조 2607억원에 달했다. 한국은행도 지방 중소건설사 한계기업 비중이 16.7%로 전년보다 4.4%포인트 늘었다고 경고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대형사와는 인력 구성, 규모 자체가 달라 할 수 있는 사업이 제한적이다"라며 "대형사처럼 개발부터 시행, 건설을 다 해야 이익을 남길 수 있는데, 중소 건설사가 대규모 재개발을 했다가는 잘못하면 회사가 한 번에 넘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 관계자는 "시공 순위를 올라가려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데, 중소 건설사들 다들 재정이 어렵다"며 "결국 자재 비용을 남겨서 이익을 조금이라도 남기는 수밖에 없다"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4분기 공공부문 계약액은 30조5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3% 늘었다. 항만·공항·도로 등 대형 토목 사업이 견인한 결과다. SOC 예산이 확대될수록 입찰 자격 요건이 높은 대규모 사업이 늘어나고, 그 수혜는 대형사에게 집중된다. 공공 발주 증가가 업계 전반의 회복이 아닌 상위사 독식 구조를 심화시키는 결과로 작용했다.
대형 건설사들은 여기에 더해 SMR(소형모듈원전), 수소, 해외 EPC 등 신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다. 초기 대규모 자본과 기술력이 전제되는 영역이다.
이러한 대형 사업에 중소·중견사는 입찰 자격조차 갖추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올해 건설투자 증가폭이 약 2%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제한적인 회복 속에서 중소사가 체급을 키울 공정한 기회는 더 줄어든다. 건설업계의 사다리는 기울어진 정도를 넘어, 이미 일부 계단이 사라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