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밥 먹을 사람은 필요하지만, 매주 안부 전화를 주고받는 친구는 부담스럽다. 2030 1인가구 사이에서 '관계의 중간 지점'을 찾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그 결과 중 하나가 취미·관심사 기반 소규모 모임 앱이 성장하고 있다.
운동·독서·사진·외국어 공부·보드게임·쿠킹클래스 같은 카테고리를 따라, 같은 동네·같은 관심사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일회성 혹은 정기 모임으로 연결된다.
초기에는 소모임을 통한 동회회 형태의 모임이 많았지만, 점차 원데이 클래스·취미 소모임을 결합한 구조로 세를 넓히고 있다. 공통점은 모두 '다수의 가벼운 모임'을 전제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중고거래 플랫폼인 당근에서도 소모임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진한 우정'보다 '적당한 교류'
이런 현상을 설명하는 키워드로 자주 쓰이는 표현이 '느슨한 연결(Weak Ties)'이다. 사회학자들이 20세기 후반부터 주목해 온 개념인데, 가까운 가족·절친이 아니라 약한 관계망에서 새로운 정보와 기회가 생긴다는 연구가 쌓이면서 최근 한국에서도 자주 인용된다.
2030 참여 동기는 대체로 고정 친구 관계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외로움은 달래고 싶다는 점이 크다. 또 직장·학교 밖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갈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결혼·육아라는 '자연스러운 관계망 확장 이벤트'가 점점 미뤄지거나 선택지에서 빠지면서, 관계망을 스스로 '설계'해야 하는 세대가 된 결과이기도 하다.
'관계도 구독한다'는 비유
이런 흐름을 두고 최근 일부 매체는 'MZ는 인간관계를 구독한다'는 표현을 썼다. 매달 구독료를 내고 영상·음악·가전을 쓰듯, 매주·매달 원하는 모임에만 참가비를 내고 관계를 누리는 방식이 닮았다는 뜻이다. 실제 앱 안에서 참가비는 건당 1만원 안팎에서 프리미엄 클래스 수만원대까지 다양하고, 멤버십·정기 구독 모델도 속속 등장 중이다.
가벼움의 그림자: 피로·안전·비용
가볍고 유연한 관계가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같은 모임에 반복 참여하면서도 깊은 관계로 이어지지 않아 '만나도 외롭다'는 피로가 쌓일 수 있다.
이와 함께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오프라인 모임 특성상 안전 문제가 따른다. 스토킹·개인정보 오남용 사례가 보고되면서 각 플랫폼은 실명 인증·후기 기능·신고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지만, 완벽한 장치는 아직 없다.
더불어 느슨한 관계지만 참가비·클래스 비용이 누적되면 월 고정 지출이 커진다.
1인가구 시대가 새로 쓰는 '친구'의 정의
통계청 인구총조사 기준 1인가구 비중은 매년 역대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 혼자 사는 삶이 소수 사례가 아니라 인구 구조의 표준이 된 이상, 관계망을 개인이 능동적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요구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언제든 연결될 수 있지만, 언제든 물러설 수도 있는 관계.' 이 어정쩡해 보이는 중간 지점이, 지금 2030 1인가구가 찾아낸 현실적 타협점이다.
앞으로 이 느슨한 연결이 깊은 연대로 진화할지, 아니면 더 파편화된 '관계 쇼핑' 쪽으로 기울지는 함께 만들어 갈 문제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