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KBS 추적 60분, '본죽 갑질' 왜곡 방송하고도 나몰라라
[취재수첩] KBS 추적 60분, '본죽 갑질' 왜곡 방송하고도 나몰라라
  • 오정희 기자
  • 승인 2015.04.13 18:36
  •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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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관철동 본아이에프 본사 앞에서 본죽가맹점협의회 회원들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본아이에프에 항의하고 있다.

KBS '추적 60분'이 지난 4일 방영한 '10년차, 가맹점 사장의 눈물' 편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추적 60분'에서는 직접적으로 브랜드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해당 방송이 본죽을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업체 '본아이에프'를 겨냥했다는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게됐다.

포털 사이트 인기 검색어에 '추적 60분' 방송 관련 검색어가 등재되자 많은 인터넷 언론사들은 앞다퉈 이에 대한 보도를 내보냈다.

기자 역시 본죽의 갑질에 대해 기사를 작성했고, 본아이에프가 본죽을 운영하는 힘없는 생계형 가맹점주들의 고혈을 빨아 배를 불린다는 내용은 네티즌들의 공분을 자아냈다.

이후 상대적 약자인 가맹점주들을 상대로 단물만 빨아먹고 버리는 식의 스토리는 프랜차이즈업계에서 자주(?) 발생하는 일인만큼 '추적 60분' 방송에 의존하기 보단 심층취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런 가운데, 취재 과정에서 다소 충격적인 일련의 상황들이 있었다. '추적 60분' 방송에 출연한 점주들은 본죽을 운영하다 유사 브랜드와 계약을 한 가맹점주들이었고, 이들은 본아이에프와 소송을 진행 중이었던 것이다.

또 취재과정에서 최근 방송에 출연한 한 가맹점주가 자신의 지역구 의원을 찾아가 억울함을 호소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지만 사실관계를 알아본 해당 의원실은 "추적60분이 너무 과하게 방송하지 않았나"라며 "계약서를 보니 양도, 인수도 가능했고 공정하게 보도하지 않았다. 그쪽(추적 60분) 보도가 도의가 아니었지 않나 생각한다. 가맹점주의 편을 들어주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게다가 지난 10일 본아이에프 본사 앞에서 열린 가맹점주들의 규탄집회는 참가자가 100여명으로 알려졌으나, 경찰 추산 50명, 본사 추산 40명이었다. 실제로 현장에 있었던 기자의 육안으로도 100명이 모였다고 보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특히 일부 참가자들은 규탄 집회를 여는 정확한 이유 조차 모르고 그 자리에 있어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취재를 하면 할수록 '추척 60분'의 '10년차, 가맹점 사장의 눈물' 편은 사실과 달랐고 공중파 시사프로그램의 횡포에 오히려 '본죽' 측이 피해를 당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 마저 들었다.

공중파의 시사프로그램 보도 이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게 되면 일명 '받아쓴다'라고 하는 인터넷 언론사의 기사 반복 생성으로 여론이 형성되기 마련이다.

본아이에프도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약자의 고혈을 빨아먹는 나쁜 기업으로 낙인찍힘과 동시에 갑질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며 비난을 받고 있다. 일부에서는 '본죽 불매운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까지 보이고 있다.

물론 무조건 본죽 사측의 편을 들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본사를 향한 불매운동은 고스란히 나머지 가맹점주의 피해로 돌아가고 있으며, 앞서 '황토팩에 쇳가루가 유입됐다'는 허위 사실 보도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황토팩 제조업체인 '참토원' 사건도 있지 않았는가. 대주주였던 배우 김영애는 이 사태 이후 남편과 파경을 맞고 자살 충동까지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 전 이영돈 PD는 그릭요거트 논란에 진행하던 방송에서 퇴출되기도 했다.

공중파 방송만을 믿고 이를 사실인양 보도한 점에 대해 기자 역시 반성하며, 공중파 시사프로그램의 잘못된 방송으로 '제2의 황토팩'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이 사태에 대한 취재를 이어 갈 것을 밝힌다.

(데일리팝=오정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