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수록 친구 잃는다?"…1인가구 외로움의 진짜 문제
"돈 벌수록 친구 잃는다?"…1인가구 외로움의 진짜 문제
  • 안지연
  • 승인 2026.05.22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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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소득이 올라갈수록 친구가 줄더라"는 한 자취 30대의 글이 화제가 됐다. 댓글에는 "돈이 없어서 외로운 거지 무슨 소리냐"는 반박과 "고연봉일수록 시간이 없어 진짜 친구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공감이 동시에 이어졌다.

비슷한 시기 해외에서는 'Loneliness Economy(외로움 경제)'가 라이프스타일 산업의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고, 미국에서는 성인 38%가 "지난 1년 안에 가족이나 친구와 단절한 경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1인가구 절반 "외롭다"…전체보다 10.7%포인트 높아

국가데이터처의 '2025 통계로 보는 1인가구'에 따르면, 1인가구의 48.9%가 스스로를 "외롭다"고 답했다. 전체 가구 평균(38.2%)보다 10.7%포인트 높은 수치다. 사실상 1인가구 두 명 중 한 명이 외로움을 일상적인 감정으로 경험하고 있다는 의미다.

인간관계 만족도 역시 낮았다. 1인가구의 인간관계 만족도는 51.1%로, 전체 인구 평균(55.5%)보다 4.4%포인트 낮게 나타났다. 2024년 11월 기준 국내 1인 가구는 804만5000 가구로 전체 가구의 36.1%를 차지한다.

위기 상황에서 드러나는 관계망 격차는 더 뚜렷하다. 같은 조사에서 "도움받을 사람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아플 때 68.9% ▲우울할 때 73.5% ▲돈을 빌려야 할 때 45.6%로 집계됐다. 세 항목 모두 전체 가구 평균보다 낮았다. 특히 경제적 위기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는 응답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는 1인가구가 단순히 "외롭다"는 감정 차원을 넘어, 실제 위기 상황에서 동원 가능한 관계망 자체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외로움을 위한 정책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GettyImages
외로움을 위한 정책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GettyImages

"고소득일수록 외롭다"…절반만 맞는 이야기

온라인에서 자주 회자되는 "돈을 많이 벌수록 친구가 없다"는 주장 역시 실제 데이터로 보면 단순하게 설명되지는 않는다.

한국행정연구원의 '2024 사회통합실태조사'는 매년 성인 8000명을 대상으로 사회적 소통과 신뢰, 고립 수준을 추적한다. 해외 연구에서는 오히려 저소득층의 고립 위험이 더 높게 나타난다.

미국 보건복지부 공중보건국이 2023년 발간한 'Our Epidemic of Loneliness and Isolation' 보고서에 따르면 사회적 고립률은 저소득층이 26.4%, 고소득층은 15.6%였다. 단순 수치만 놓고 보면 "경제적으로 어려울수록 외롭다"는 해석이 더 가까운 셈이다.

다만 한국의 1인가구에서는 조금 다른 양상이 나타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학술지 '보건사회연구'에 발표한 '1인가구의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 및 정신건강 문제의 특성과 유형' 논문은 서울시 1인가구를 외로움·사회적 고립·정신건강 기준으로 유형화해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절대적인 외로움 수준은 저소득층에서 높게 나타났지만, 친밀한 관계망이 좁아지는 현상 자체는 직업과 소득이 안정된 1인가구에서도 함께 관찰됐다. 즉 "고소득이라 더 외롭다"기보다는, 외로움과 관계 단절이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외로움이 시장이 된 시대

해외에서는 이런 흐름이 이미 산업 구조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Loneliness Economy'다.

미국 설문조사 업체 Talkspace의 2024년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38%가 "지난 1년 동안 가족 또는 친구와 단절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여론조사기관 YouGov 조사에서도 미국 성인 38%가 형제·자매, 부모, 자녀 등 가족 구성원과 단절 상태라고 응답했다.

이처럼 관계 단절이 보편화되면서 시장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소셜 클럽 멤버십, 러닝·테니스 같은 오프라인 운동 커뮤니티, AI 동반자 앱, 카페·서점·코워킹 공간 등 이른바 '세 번째 공간(third place)' 산업이 동시에 성장하는 흐름이 대표적이다.

외로움이 더 이상 개인의 감정 문제가 아니라 소비와 서비스 수요를 만드는 사회 구조적 현상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형 고립의 특징…"가족 안전망도 약해진다"

한국의 경우 고립 문제가 더 두드러지는 배경에는 가족·친족 중심 안전망의 약화가 있다.

국가데이터처 통계에 따르면 30대 1인가구 비중은 17.4%로, 70세 이상(19.8%), 29세 이하(17.8%)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청년과 중년층 1인가구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가족 바깥의 관계망을 사회 인프라 차원에서 보완하는 정책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정책 관심이 청년 주거와 고령층 돌봄에 집중되는 사이, 35~50세 1인가구의 관계 단절 문제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족·동창·동네처럼 자연스럽게 유지되던 관계는 줄어드는 대신, 비슷한 가치관과 소비 패턴을 공유하는 좁은 관계만 남게 된다. 문제는 이런 구조에서는 위기 상황에서 즉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가 쉽게 줄어든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