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이 개인 감정을 넘어 하나의 산업으로 커지고 있다. 가족·친구와의 관계 단절이 늘어나면서 이를 메우는 친구 만들기 앱, AI 동반자 서비스, 오프라인 커뮤니티 시장까지 빠르게 성장하는 흐름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관계 끊기(no contact)’ 문화가 사회 현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 YouGov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38%가 부모·형제·자매·자녀·조부모 등 가까운 가족과 현재 절연 상태라고 답했다. 형제·자매와 단절됐다는 응답은 24%, 부모와 단절됐다는 응답은 16%였다.
관계 단절 경험 자체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미국 조사기관 Talker Research가 2026년 진행한 설문에서는 미국인의 38%가 “지난 1년 동안 친구나 가족과 연락을 끊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Z세대 응답자의 60%가 같은 경험을 했다고 답해 젊은 세대일수록 ‘관계 정리’ 문화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AI 친구·정서 챗봇 시장 급성장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가장 빠르게 커지는 영역 중 하나가 AI 컴패니언(인간과 정서적 교류가 가능한 동반자 역할을 하는 AI) 시장이다.
시장조사업체들은 AI 친구·감정 대화 챗봇·정서형 음성 서비스 등을 포함한 글로벌 AI 컴패니언 시장 규모가 2025년 약 370억 달러 수준에 이르렀고, 향후 2035년에는 5500억 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혼자 사는 인구 증가와 사회적 고립, 정신건강 수요 확대가 시장 성장을 이끄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AI 컴패니언 서비스는 단순 챗봇을 넘어 감정 대화와 일상 대화를 이어가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퇴근 후 대화를 나누거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용도로 사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학계 역시 관련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2025년 공개된 한 연구에서는 전 세계 AI 동반자 플랫폼 이용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감정 교류형·연애형 AI 서비스 사용이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쉽게 연결되는데 더 외롭다”
흥미로운 점은 디지털 관계 서비스가 늘어날수록 오히려 오프라인 만남 수요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는 북클럽·소규모 커뮤니티·동네 모임·취향 기반 살롱 같은 오프라인 커뮤니티 비즈니스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쉽게 연결되는 SNS 관계보다 직접 만나 시간을 보내는 관계를 선호하는 흐름이 강해졌다는 분석이다.
배경에는 외로움을 공중보건 문제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미국 공중보건국(U.S. Surgeon General)은 2023년 보고서에서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을 흡연·비만에 준하는 공중보건 위험 요소로 규정했다. 사회적 연결이 약한 경우 심혈관 질환과 우울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함께 제시됐다.
이후 영국은 2018년 ‘외로움 담당 장관’을 신설했고, 일본도 2021년 비슷한 역할의 담당 조직을 만들었다. 외로움이 개인 감정이 아니라 보건·복지·경제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도 커지는 ‘혼자’의 비용
한국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통계청에 조사에서 1인가구 상당수가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했고, 위기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없다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특히 청년 1인가구는 경제적 불안과 사회적 고립이 동시에 겹치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한국은 아직 친구 만들기 앱이나 AI 동반자 서비스 시장 규모를 체계적으로 집계한 공식 통계가 많지 않다. 글로벌 시장처럼 외로움 자체가 하나의 산업으로 측정되는 단계까지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AI 친구, 마음건강 앱, 오프라인 소셜 모임, 취향 기반 커뮤니티 서비스까지 ‘혼자 사는 사람의 외로움’을 겨냥한 서비스는 계속 늘어나는 분위기다.
문제는 시장 성장 속도만큼 실제 외로움 감소 효과가 나타나는지는 아직 검증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일부 연구에서는 AI 동반 서비스가 단기적인 정서 안정에는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외로움 수준이 다시 원래 수준으로 돌아가는 경향도 확인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