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꿀팁] 원룸 곰팡이 "세입자 책임 아니다"…민법으로 본 임대인 수선의무
[자취꿀팁] 원룸 곰팡이 "세입자 책임 아니다"…민법으로 본 임대인 수선의무
  • 김영호
  • 승인 2026.06.0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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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 500만원을 걸고 들어간 원룸, 석 달 만에 벽지가 검게 변했다. 집주인에게 고쳐달라고 했더니 "환기를 제대로 안 해서 그런 것 아니냐"는 답이 돌아왔다. 퇴실할 때 보증금을 못 돌려받을까 불안한데, 이건 정말 세입자 책임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건물 구조나 환경 문제로 생긴 곰팡이는 민법상 임대인이 고쳐야 할 '목적물 하자'에 해당한다는 것이 법원과 분쟁조정위원회의 일관된 판단이다. 다만 세입자가 제때 통지하지 않았거나, 고의·과실로 손해를 키운 경우에는 책임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민법 제623조, 임대인은 '사용 가능한 상태' 유지해야

민법 제623조는 "임대인은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하고 계약존속중 그 사용,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이 곰팡이 분쟁의 법적 근거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임대인의 수선의무가 발생하는지 여부는 목적물의 종류 및 용도, 파손 규모와 부위, 사용·수익에 미치는 영향, 수선 용이성과 비용, 계약 당시 상태와 차임액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건물의 단열 부족, 창호 결함, 외벽 하자 등 구조적 요인으로 생긴 결로와 곰팡이는 대부분 임대인 책임으로 본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은 2023년 10월 13일 선고한 2023가단129096 판결에서 심각한 결로와 곰팡이로 정상 생활이 불가능한 아파트를 제공한 임대인에게 계약금 상당액 3300만원을 손해배상하라고 명령했다. 임차인이 지속적으로 수리를 요청했으나 임대인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이 결정적이었다.

곰팡이로 인한 분쟁에 대한 해결 방안은? (이미지=AI생성)
곰팡이로 인한 분쟁에 대한 해결 방안은? (이미지=AI생성)

세입자 책임 인정되려면? 고의·과실 입증은 임대인 몫

반대로 세입자 책임이 인정되는 경우도 있다. 장기간 환기를 전혀 하지 않았거나, 곰팡이를 발견하고도 수개월간 방치해 손해를 확대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다만 임차인의 책임이 인정되려면 고의 또는 과실이 있고, 그 과실이 곰팡이 발생의 직접 원인이어야 하며, 이 점을 임대인이 입증해야 한다. 단순히 "환기를 안 한 것 같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다.

민법 제634조는 "임차물의 수리를 요하는 때에는 임차인은 지체없이 임대인에게 이를 통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곰팡이를 발견했는데도 임대인에게 알리지 않아 수선 기회를 주지 못한 경우, 임대인의 책임이 제한될 수 있다.

사진 찍고, 문자 남기고, 내용증명 보내라

곰팡이 분쟁에서 이기려면 입증이 핵심이다. 곰팡이를 발견한 즉시 사진과 영상을 찍어두고, 문자나 카카오톡 같은 기록이 남는 방식으로 임대인에게 수리를 요청해야 한다. 통화는 증거로 쓰기 어렵다.

임대인이 수리를 거부하거나 미루면 내용증명으로 다시 한 번 통지한다. 이 과정이 나중에 분쟁조정이나 소송에서 '지체 없이 통지했다'는 증거가 된다.

협의가 안 되면 대한법률구조공단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수수료는 1만∼10만원이며, 소액임차인·기초생활수급자·국가유공자는 면제된다. 신분증, 주민등록초본, 등기부등본, 임대차계약서, 건축물대장과 사진 같은 입증 자료를 준비하면 된다.

일률적 잣대는 없다…구체 사안별로 달라

곰팡이 책임 소재는 구체적인 사안마다 다르다. 같은 곰팡이라도 원인이 건물 하자인지, 세입자의 과실인지, 아니면 복합 요인인지에 따라 책임 비율이 나뉜다. 법원과 분쟁조정위원회도 개별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중요한 건 세입자가 "무조건 내가 배상해야 하나"는 불안에 갇히지 않는 것이다. 법은 구조적 하자에 대해서는 임대인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 복잡한 사안이라면 변호사 상담을 받는 것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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