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주거기준' 도입 통한 주거권 보장 촉구
최근 정부와 지자체가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한 다양한 건축 규제와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법 적용의 시차로 인해 정작 청년층과 이주노동자 등 취약 1인가구가 밀집한 노후 거처들은 여전히 위험에 방치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 도입된 강화 기준들이 대부분 '신축' 건물에만 적용되는 탓에, 기존 건축물(기축)에 거주하는 1인가구는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갇혀 있다는 지적이다.
5월 21일 환경정의가 개최한 '기후위기시대 최소한의 집' 토론회에서는 현행 최저주거기준의 예외 규정과 기존 주택 관리의 공백이 집중적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제도의 혜택이 미치지 못하는 노후 고시원과 반지하 주택의 재생산 구조를 끊어내고, 보편적인 주거권을 보장할 수 있는 새로운 기준 설정이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 2022년 이후 신축 고시원만 안전? 노후 거처에 갇힌 청년·이주민
'서울특별시 건축 조례'에 따르면 신축·증축·용도 변경되는 고시원에 대해 강화된 건축 기준을 적용, 최소 전용면적의 경우 개별 방의 면적은 전용면적 7㎡ 이상, 화장실 포함 시 9㎡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선미 성북주거복지센터 센터장은 고시원의 실내 환경과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된 건축 기준은 2022년 이후 신규로 개설된 분에 한해서만 적용된다고 지적하며, 이로 인해 청년 1인가구나 저소득 이주노동자들이 저렴한 임대료를 찾아 주로 진입하는 다수의 노후 고시원은 강화된 법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한 채 과거의 위험한 환경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시차 문제는 반지하 주택이나 옥탑방에서도 동일하게 발생한다. 집중호우가 발생했을 때 침수로 인해 천장이 무너지거나 고질적인 누수와 곰팡이로 삶이 파괴되는 반지하 가구, 에어컨도 설치되지 않아 옥외 열기를 온몸으로 받아내야 하는 옥탑방 주민들의 고통은 현재 진행형이다.
주거 복지 인프라가 신규 주택에 집중되는 사이, 기존의 불량 주거지가 기후위기 시대의 위험한 수용소로 고착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 예외 규정 전면 불허하고 '적정주거기준' 신설해야
이와 관련해 배연희 LH 토지주택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현행 법령상의 예외 규정으로 인해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불량 주택이 계속해서 시장에 신축·재생산되는 구조적 맹점을 꼬집었다.
배 책임연구원은 이러한 악순환을 차단하기 위해 신축 건축물에 대해서는 최저주거기준 미달 예외 규정을 전면 불허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동시에 이미 지어진 기축 미달 주택은 유도주거기준으로 편입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주거 환경 개선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기후위기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최저주거기준의 보완을 넘어, 한 단계 상향된 보편적 기본주거 기준인 '적정주거기준'을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단열 및 에너지 효율화 규제, 침수 방지 시설 설치 의무화, 재난 대응 인프라 확충 등의 구체적 기준이 법제화되어 주택 공급 단계부터 강제되어야만 실효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법제 전반에 공통된 주거권 보장 목표가 수립되어야만 1인가구의 한 칸의 방이 재난으로부터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최후의 방어선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