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개 식기 진열된 그릇도매상가…직접 둘러보며 비교해봤더니
최근 남대문시장 그릇도매상가를 찾는 2030 자취생들이 늘고 있다. 보통 자취를 시작하면 다이소부터 찾기 마련이다. 밥그릇 하나도 1000원이면 살 수 있을 만큼 가격 부담이 적고, 집 근처 어디서나 쉽게 찾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가격만 보면 다이소가 더 저렴한데, 사람들은 왜 남대문까지 찾아가는 걸까. 직접 방문해 가격과 종류, 쇼핑 환경을 비교해봤다.
회현역에서 내려 3층으로
남대문시장 그릇도매상가는 회현역 5번 출구 인근 중앙상가 C동 3층에 자리 잡고 있다. 지하철역에서 내려 상가 입구까지는 도보로 5분 남짓 걸렸다. 3층으로 올라가자 그릇도매상가 입구가 눈에 들어왔다.
상가 안으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빼곡하게 진열된 그릇들이었다. 통로 양옆에는 접시와 밥그릇, 국그릇이 층층이 쌓여 있었고 진열대는 천장 가까이까지 이어졌다.
걷는 동안 유리그릇이 부딪히는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어디선가 종이박스를 뜯는 소리와 비닐 포장 소리가 들려왔다. 단순한 소매점이 아니라 실제로 식기류가 끊임없이 유통되는 시장이라는 사실이 실감났다.
그릇만 있는 게 아니었다
처음에는 접시와 밥그릇 정도를 생각하고 방문했지만 실제 규모는 예상보다 훨씬 컸다.
머그컵과 와인잔, 종지, 냄비, 쟁반은 물론이고 각종 커트러리와 주방 소품까지 주방에서 사용하는 거의 모든 물건을 찾아볼 수 있었다.
한 가게를 둘러보고 나오면 바로 옆 가게에 또 다른 종류의 식기가 진열돼 있었다. 같은 접시라도 색감과 재질, 크기가 모두 달랐다.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이어졌고, 한 층 전체를 둘러보는 데만 한 시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다이소에서는 필요한 물건만 골라 계산대로 향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곳에서는 구경 자체가 하나의 재미처럼 느껴졌다.
다이소와 다른 건 '선택지의 폭'이었다
직접 둘러보며 느낀 가장 큰 차이는 선택지의 폭이었다. 다이소가 기본적인 디자인과 가격대의 제품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면, 남대문시장 그릇도매상가는 디자인과 가격대 모두 훨씬 다양했다.
식당에서 사용할 법한 흰색 식기부터 감성 카페에서 볼 법한 도자기 접시, 캐릭터 식기, 수입 브랜드 제품까지 한 공간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몇 천 원대의 실용적인 그릇부터 브랜드 식기까지 가격대 역시 폭넓게 형성돼 있었다.
다이소와 남대문시장 모두 제품을 직접 보고 만져볼 수 있다는 점은 같다. 온라인과 달리 실제 색감과 무게감을 확인하고 살 수 있다는 것도 두 곳의 공통된 장점이다. 차이는 그 안에서 고를 수 있는 선택지의 범위였다. 다이소가 정해진 범위 안에서 고르는 방식이라면, 남대문시장에서는 훨씬 다양한 종류를 둘러보며 취향에 맞는 제품을 찾을 수 있었다.
다만 온라인에서 마음에 드는 제품을 미리 찾아두고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려는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릇도매상가 특성상 워낙 많은 가게에서 다양한 제품을 취급하다 보니 특정 제품을 콕 집어 찾기는 쉽지 않았다.
가격표 없는 가게가 더 많았다
쇼핑 방식은 다이소와 확연히 달랐다.
다이소는 대부분의 상품에 가격표가 붙어 있어 원하는 제품을 골라 계산대로 가면 된다. 하지만 남대문시장 그릇도매상가는 달랐다. 가격표를 붙여놓은 가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았다. 마음에 드는 제품이 생기면 직원에게 직접 가격을 물어봐야 했다.
처음 방문한 사람 입장에서는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었다. 마음에 드는 제품을 발견할 때마다 가격을 물어봐야 했기 때문이다.
직접 밥그릇 하나의 가격을 물어봤다. 재질과 디자인에 따라 차이는 있었지만 대체로 3000원에서 6000원 사이였다.
반면 다이소에서는 비슷한 크기의 밥그릇을 1000원에서 2000원 사이에 구매할 수 있었다. 가격 차이는 분명 존재했다.
하지만 단순히 가격만으로 비교하기는 어려웠다.
남대문시장에서 본 제품들은 재질과 무게감, 질감이 모두 달랐다. 색감과 마감에서도 차이가 느껴졌다. 결국 같은 밥그릇 하나를 두고도 가격을 우선할지, 디자인과 재질을 우선할지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자취생도 눈길 갈 만한 그릇들
남대문시장 그릇도매상가가 꼭 혼수나 대량 구매를 위한 공간만은 아니었다.
상가를 둘러보다 보니 캐릭터 식기나 감성적인 도자기 그릇처럼 자취생이 관심 가질 만한 제품도 쉽게 눈에 띄었다.
전체 식기를 새로 장만하기보다 마음에 드는 접시 하나, 머그컵 하나를 고르는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인 공간처럼 보였다.
실제로 식탁 위에 올려둘 작은 접시를 유심히 살펴보는 젊은 방문객들도 적지 않았다.
가격만 놓고 보면 다이소가 유리하지만, 직접 보고 고르는 재미와 다양한 디자인은 남대문시장만의 강점으로 느껴졌다.
다이소의 강점은 분명했다
반대로 다이소의 장점도 분명했다.
매장 안은 깔끔하게 정돈돼 있었고 기본적인 식기류가 종류별로 정리돼 있었다. 원하는 물건을 찾기도 쉬웠다.
디자인은 남대문만큼 다양하지 않지만 깔끔하고 무난한 제품이 많았다. 1000원에서 2000원대 밥그릇부터 5000원 안팎의 제품까지 가격 부담도 적었다.
무엇보다 쇼핑 시간이 짧았다. 필요한 제품을 빠르게 고르고 바로 계산할 수 있었다.
그릇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자취방을 처음 채워야 한다면 접근성과 가격 면에서 여전히 강력한 선택지였다.
그래서, 남대문까지 갈 만할까
접근성만 놓고 보면 다이소가 압도적이다. 동네마다 매장이 있고 가격 부담도 적어 필요한 그릇을 빠르게 마련하기에 좋다.
반면 남대문시장 그릇도매상가는 일부러 시간을 내 찾아가야 하는 곳이다. 하지만 직접 둘러본 결과, 수천 개의 식기를 비교하며 고를 수 있었고 몇 천 원대의 실용적인 그릇부터 수입 브랜드 식기까지 선택의 폭도 넓었다. 무엇보다 사진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들어보고 만져보며 고를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결국 남대문시장 그릇도매상가는 단순히 저렴한 그릇을 사러 가는 곳이라기보다, 다양한 식기 사이에서 마음에 드는 그릇을 찾는 공간에 가까웠다. 그릇이 당장 필요하다면 다이소로도 충분하지만, 식탁 분위기를 바꿔줄 그릇을 직접 고르고 싶다면 한 번쯤 찾아가볼 만한 가치가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