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서울공예박물관에서 '분청사기' 배우고, '가죽 화병 만들기'까지
[체험기] 서울공예박물관에서 '분청사기' 배우고, '가죽 화병 만들기'까지
  • 윤지원
  • 승인 2026.07.01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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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비는 무료, 신청은 쉽지 않았다

직접 만들고 배우는 체험형 문화가 하나의 문화 활동으로 자리 잡으면서 박물관도 변화하고 있다. 전시를 관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장품과 연계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 늘고 있다. 그중 서울공예박물관은 분청사기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 ‘분청으로 피우다’를 통해 전통 공예를 현대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한국 분청사기의 역사와 장식 기법을 배우고, 인화·철화·귀얄·조화 기법을 활용해 가죽 화병을 직접 만들어보는 이 프로그램을 체험해봤다. 

신청은 서울특별시 공공서비스 예약을 통해 선착순으로 진행되며, 체험은 서울공예박물관 전시3동에서 1시간 30분 동안 이뤄진다. 정원은 20명이다.

서울공예박물관 전시3동에서 '분청으로 피우다'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예약부터 쉽지 않았다

체험을 신청하기까지가 먼저 관문이었다. 운 좋게 남은 자리를 발견해 예약에 성공했다.

전시3동에 도착해 안내에 따라 들어서니, 도자기 디자인 3가지가 나란히 진열돼 있었다. 입구에서 먼저 그중 하나를 골라야 했다. 어떤 모양으로 화병을 만들지 고민하는 시간부터가 체험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고른 뒤, 원하는 자리에 앉으면 된다.

참가자는 체험 시작 전 원하는 형태의 가죽 화병을 선택한다.

자리에 앉고 나서야 비로소 체험실 전체가 눈에 들어왔다. 20대부터 중장년층까지 연령대가 폭넓었고, 성별도 고르게 섞여 있었다. 무료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인 만큼 인기가 높은데, 그만큼 한 회차에 받을 수 있는 인원은 제한적이라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어 보였다. 실제로 수업 중 강사가 신청 과정에 대해 묻자, 참가자들은 하나같이 "예약하기가 정말 힘들었다"고 말했다.

자리마다 가죽 화병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가죽 조각, 물감, 붓, 도구들이 한눈에 들어오자 본격적인 체험에 대한 기대감이 들었다.

자리마다 가죽 화병 제작에 필요한 재료가 준비돼 있다.

분청사기를 배우다

공예박물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인 만큼, 먼저 한국 분청사기의 역사와 장식 기법에 대한 설명으로 수업이 시작되었다. 분청사기가 무엇인지, 시대에 따라 어떤 기법으로 발전해왔는지 차근차근 설명이 이어졌다. 화면에 띄워진 옛 분청사기 사진들을 보며 설명을 듣다 보니, 단순히 무언가를 만드는 체험을 넘어 전통 공예에 대해 자연스럽게 배우는 시간이 됐다.

강사가 한국 분청사기의 역사와 장식 기법을 설명하고 있다.

분장기법은 인화, 철화, 귀얄, 조화까지 모두 네 가지로 소개됐다. 이 가운데 인화기법은 모든 참가자가 공통으로 체험했다. 화병 뒤편에 자신의 이니셜을 도장처럼 찍어 새기는 방식이었다.

분청사기의 다양한 장식 기법이 담긴 안내 자료.

직접 골라본 '철화기법'

인화기법으로 이니셜을 새긴 뒤에는, 나머지 세 가지 기법 가운데 하나를 직접 골라 화병 전체를 장식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귀얄기법은 굵은 붓으로 시원하게 칠하는 방식이었고, 조화기법은 무늬를 새기듯 도구로 긁어내는 방식이었다. 고심 끝에 철화기법을 선택했다. 붓으로 자유롭게 문양을 그려 넣는 기법이라 나만의 화병을 만들기에 적합해 보였다. 

같은 기법을 고른 참가자들끼리 한 테이블에 모여 작업을 시작했다. 가죽물감을 붓에 묻혀 화병에 무늬를 그려 넣었다. 처음에는 무엇을 그려야 할지 고민되어 몇 번이고 멈칫거렸지만, 몇 번 그어보니 점점 손에 익었다. 

철화기법을 활용해 가죽 화병에 직접 무늬를 그렸다.

가죽물감으로 그림을 다 그린 뒤에는 코팅 작업까지 강사의 도움을 받아 마무리했다. 코팅제를 바르자 화병 표면이 한층 매끈하고 윤이 나는 느낌으로 바뀌었다.

그림을 완성한 뒤 코팅 작업을 진행했다.

마지막으로 박물관 측에서 준비한 조화 중 마음에 드는 꽃을 골라 화병에 꽂았다. 직접 그린 무늬가 입혀진 화병에 꽃까지 꽂고 나니, 비로소 나만의 가죽 화병이 완성됐다.

참가자는 원하는 조화를 골라 화병을 꾸밀 수 있다.

만든 것 이상의 만족감

완성된 화병을 보니 직접 만들었다는 만족감이 남았다. 결과물뿐 아니라 만드는 과정 자체도 체험의 재미를 더했다. 

체험비는 무료였다. 그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다가왔다. 여기에 분청사기와 분장기법에 대해 자세히 배울 수 있었던 점도 의미 있었다. 단순히 만드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전통 공예에 대한 지식까지 자연스럽게 쌓을 수 있는 구성이었다. 

분청 기법을 활용해 완성한 가죽 화병.

만족스러웠지만 아쉬움도 남았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신청은 서울특별시 공공서비스 예약을 통해서만 가능해, 이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신청 자체가 진입장벽으로 느껴질 수 있다. 분청사기와 분장기법처럼 한국 고유의 전통 공예를 다루는 프로그램인 만큼, 외국인 관광객이 참여하기에는 언어나 예약 절차 면에서 다소 어려울 수 있어 보였다. 또 이번 회차는 이미 마감됐지만, 박물관 측은 앞으로 새로운 체험 프로그램들이 계속 추가될 예정이라고 안내했다.

한 가지 더 아쉬웠던 점은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날이 마침 박물관 휴관일이었다는 것이다. 분청사기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니 분청사기를 직접 둘러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지만, 정작 전시실은 문이 닫혀 있어 그럴 수 없었다.

그냥 만드는 게 아니라, 배우면서 만든다

캔들이나 가죽공예, 도자기 클래스처럼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이 하나의 취미로 자리 잡은 지는 이미 오래다. 이번 체험은 거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간 느낌이었다. 단순히 손으로 무언가를 완성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분청사기라는 한국 전통 공예의 역사와 기법을 배운 뒤 그것을 직접 손으로 재현해보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평소 전통 공예에 대해 잘 알지 못했는데, 이번 체험을 통해 분청사기를 조금 더 가까이 접할 수 있었다.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전통 기법을 직접 경험해본 점도 인상적이었다. 

직접 만들고 배우는 체험을 찾고 있다면, 박물관의 체험형 프로그램도 충분한 선택지가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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