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락읽기] 가전이 로봇을 넘본다…LG전자, CEO 직속 조직 신설로 '로봇 전쟁' 가세
[맥락읽기] 가전이 로봇을 넘본다…LG전자, CEO 직속 조직 신설로 '로봇 전쟁' 가세
  • 정단비
  • 승인 2026.07.0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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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과 반도체에 이어 로봇이 국내 대기업 미래사업의 공통분모로 떠오른 가운데, LG전자가 로보틱스 조직을 CEO 직속으로 격상하며 사업 속도를 끌어올린다. 삼성전자가 미래로봇추진단을 출범시키고 현대차그룹이 보스턴다이내믹스 아틀라스 양산을 준비하는 사이, LG전자도 조직 개편 카드를 꺼내들며 로봇 경쟁에 본격 합류한 것이다.

연말 인사 앞두고 던진 '원포인트' 카드

LG전자는 6월 30일 로보틱스사업센터를 신설하는 조직개편을 발표했다. 연말 정기 조직개편을 4개월가량 앞둔 시점에 단행된 원포인트 인사라는 점이 눈에 띈다. 일반적인 인사 시즌을 기다리지 않고 따로 조직을 만들었다는 건, 그만큼 속도가 급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센터장은 생산기술원 산하 제조역량강화담당, 생산시스템솔루션담당, 스마트팩토리솔루션센터장을 거친 송시용 센터장이 맡는다.

사진=송시용 로보틱스사업센터장
사진=송시용 로보틱스사업센터장

신설 센터는 사업개발과 영업, 제조·공급망까지 한 조직에 모으는 구조로 짜였다. 기획부터 영업, 생산까지 따로 흩어져 있던 기능을 묶어, 의사결정 단계를 줄이고 실행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도다.

또 센터 산하에는 로봇 학습용 데이터를 전담하는 조직도 별도로 둔다. 로봇이 똑똑해지려면 결국 데이터가 관건인데, 이 데이터를 자체 확보해 로봇파운데이션모델(RFM) 고도화에 곧바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서울 서초구 양재R&D캠퍼스에는 연내 가동을 목표로 대규모 데이터팩토리를 짓고 있고, 60년 넘게 쌓은 모터 기술을 바탕으로 액추에이터 자체 생산과 외부 공급도 함께 추진한다.

엔비디아와의 밀착 타이밍

이번 원포인트 개편의 시점은 LG와 엔비디아의 협력이 빠르게 구체화되는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지난 4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딸이자 옴니버스·로보틱스 마케팅을 담당하는 매디슨 황 수석이사가 먼저 방한해 LG전자를 찾았고, 이달 8일에는 황 CEO가 직접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를 방문해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양사는 레퍼런스 로봇 공동 개발을 포함해 피지컬 AI, AI 인프라, 미래 모빌리티 등 AI 생태계 전반에서 중장기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2주 뒤인 22일에는 현신균 LG CNS 사장, 정수헌 LG사이언스파크 대표, 김병훈 LG전자 CTO 등 경영진과 실무진 30여 명이 미국 산타클라라 엔비디아 본사를 찾아 피지컬 AI·로보틱스 사업화 과제를 구체화하는 후속 협의를 진행했다.

양사 협력의 밑그림은 이미 그려져 있던 것이기도 하다. LG전자가 CES 2026에서 공개한 홈로봇 클로이드에는 엔비디아의 로봇 전용 칩셋 '젯슨 토르'가 탑재됐고, 엔비디아의 아이작 플랫폼을 통한 가상 훈련도 거쳤다. 지난 5월 대만에서 열린 GTC 2026에서는 황 CEO가 피지컬 AI 전용 파운데이션 월드 모델 '코스모스 3' 협력 기업으로 LG전자를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나온 로보틱스사업센터 신설은, 협력 논의를 실제 사업 조직으로 뒷받침하려는 후속 조치로 읽힌다.

삼성·현대차는 '공장부터', LG는 산업·상업·가정 '세 곳 동시에'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LG전자가 그리는 로봇 시장의 그림이다. 기존에 산업용은 자회사 로보스타, 상업용은 베어로보틱스가 맡아왔는데, 여기에 신설 센터가 담당할 가정용 로봇을 더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레인보우로보틱스 창업자를 사내이사로 영입하며 미래로봇추진단을 출범시켰고, 반도체에서 쌓은 자금력을 바탕으로 제조용 로봇을 먼저 키운 뒤 가정·리테일로 확장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 공장에 투입하고, 연간 3만대 규모 양산 체계를 구축한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런 구도에서 LG전자가 가정용 로봇을 처음부터 명시한 점이 차별화 지점이다. 산업용과 상업용을 먼저 다지고 가정으로 확장하는 방식이 아니라, 출발선에서부터 가정용 로봇을 별도 사업 단위로 세운 것이다.

사진=LG 클로이드
사진=LG 클로이드

그 기대감을 앞서 끌어올린 게 지난 1월 CES 2026에서 공개한 가정용 홈로봇 클로이드다. 양팔과 다섯 손가락을 갖춘 휴머노이드 형태로, 빨래를 개거나 식기세척기를 비우고 식탁을 차리는 시연까지 선보이며 '제로 레이버 홈(Zero Labor Home)' 비전을 구체적인 장면으로 보여줬다.

아직 콘셉트 단계라 출시 시기와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가전 기업이 가사노동에 초점을 맞춘 휴머노이드를 전면에 내세운 사례로는 국내 처음이었다.

'원 LG', 그룹 역량을 로봇 한 점으로

이번 개편에서 눈여겨볼 또 다른 대목은 '원 LG(One LG)' 구상이다. LG전자는 신설 센터가 완결형 조직으로 운영되는 만큼, LG CNS와 LG AI연구원 등 계열사 역량을 끌어와 협업하기가 한결 수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로봇 한 대를 완성하려면 하드웨어뿐 아니라 AI 모델, 시스템 통합 역량까지 협업이 필요한데, 이를 그룹 안에서 자체 조달할 수 있다는 게 LG의 강점이다. LG는 로봇 몸체(LG전자), 부품(LG이노텍), 시스템 통합(LG CNS)을 그룹 안에서 수직 계열화한 구조가 가능하다. 

물론 로봇이 실제로 가정에 들어오려면 가격, 안전성, 활용도 검증이라는 또 다른 벽을 넘어야 한다. 로봇이 공장 자동화 영역을 넘어 가전과 결합한 생활 밀착형 제품으로 자리 잡을 경우, 1인가구를 비롯한 소비자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그만큼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LG전자는 이번 조직개편이 의사결정 체계 효율화와 핵심기술 내재화, 원가경쟁력 확보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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