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기] '백룸맵'까지 등장, SNS 타고 번진 '백룸 성지' 열풍의 실상...직접 걸어보니 분위기는 달랐다
[탐방기] '백룸맵'까지 등장, SNS 타고 번진 '백룸 성지' 열풍의 실상...직접 걸어보니 분위기는 달랐다
  • 윤지원
  • 승인 2026.07.15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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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몰·터미널까지 '백룸 성지'로…온라인서 현실 공간 찾는 문화 확산
백룸맵 속 테크노마트부터 동서울터미널까지

영화 '백룸'이 화제를 모으면서 인터넷 밈이었던 백룸은 현실 공간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쇼핑몰과 터미널, 지하통로 등 '백룸 같다'고 알려진 장소를 직접 찾아가는 콘텐츠도 SNS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틱톡 등 SNS에서는 '백룸(Backrooms)'을 연상시키는 공간을 촬영한 사진과 영상이 꾸준히 공유되고 있다. 사람이 거의 없는 쇼핑몰 복도, 오래된 터미널, 형광등이 길게 이어지는 통로 등 평범한 일상 공간이 영화나 게임 속 한 장면처럼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SNS에서 '백룸'을 검색하면 현실 속 백룸 명소를 소개하는 게시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익숙한 공간이 낯설어지는 감각…'백룸'이란

백룸은 2019년 해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인터넷 밈이다. 현실에서 벽을 통과하면 끝없이 이어지는 공간에 갇힌다는 설정에서 출발했으며, 이후 '리미널 스페이스(Liminal Space)'와 함께 하나의 인터넷 문화로 자리 잡았다.

리미널 스페이스는 익숙한 공간이지만 무언가 비어 있거나 달라져 낯설게 느껴지는 공간을 의미한다. 사람이 있어야 할 호텔, 쇼핑몰, 학교, 터미널 같은 장소가 비어 있을 때 느껴지는 묘한 위화감이 대표적이다.

백룸이 인기를 끈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완전히 낯선 공간이 아니라 누구나 한 번쯤 지나쳤던 장소가 사람이 줄어들고 분위기가 달라지는 순간 전혀 다른 공간처럼 느껴진다는 점이다. 익숙함과 낯섦이 동시에 느껴지는 감각이 SNS에서 공유되며 하나의 콘텐츠로 확산되었다.

전국 '백룸 성지' 한눈에…백룸맵도 직접 찾아봤다

인터넷에서 '백룸맵'을 직접 검색해봤다.

지도에는 이용자들이 직접 제보한 백룸·리미널 스페이스 분위기의 장소가 전국 곳곳에 등록돼 있었다. 쇼핑몰과 터미널, 지하통로, 계단, 복도 등 평범한 생활 공간이 대부분이었다.

인터넷에서 검색한 '백룸맵'. 이용자들이 제보한 백룸 분위기의 장소들이 표시돼 있다.

그중 강변 테크노마트는 대표적인 백룸 명소로 등록돼 있었다. 반면 동서울터미널은 지도에는 없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백룸 같다'는 장소로 자주 언급되고 있었다.

과연 현실에서도 인터넷에서 보던 분위기가 느껴질까. 백룸맵 속 장소와 SNS 추천 공간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강변역으로 향했다.

평범한 터미널이 낯설어졌다…동서울터미널에서 느낀 '백룸' 감성 

강변역에 도착해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동서울터미널이었다.

1층은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들로 북적였다. 여행객과 시민들이 오가는 익숙한 터미널 모습이었다.

하지만 2층으로 올라가자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졌다.

긴 복도와 오래된 상가가 이어졌고, 오가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형광등 아래 비슷한 풍경이 반복되면서 조금 전까지 붐비던 공간과 같은 건물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무섭다기보다는 현실감이 옅어지는 느낌이었다. 평소라면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을 공간인데 사람이 줄어들자 마치 게임 속 배경을 걷는 듯한 묘한 위화감이 들었다.

동서울터미널 2층. 승객들로 붐비는 1층과 달리 한산한 복도가 이어졌다.
직접 촬영한 동서울터미널 내부. 반복되는 구조와 적은 인파가 백룸 분위기를 만들었다.

백룸 성지로 꼽히는 강변 테크노마트…사진보다 현실은 덜 극적이었다

동서울터미널과 연결된 강변 테크노마트도 둘러봤다. 백룸맵에서 대표적인 장소 가운데 하나로 등록된 공간이다.

내부에서는 촬영이 제한돼 사진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직접 걸어보니 긴 복도와 반복되는 구조, 오래된 건물 특유의 분위기는 온라인에서 보던 백룸 사진과 비슷한 부분이 있었다.

다만 실제 공간은 인터넷에서 접한 이미지처럼 으스스하거나 공포스럽지는 않았다. 온라인 사진과 영상은 사람이 거의 없는 순간과 특정 구도, 색감을 통해 공간이 가진 분위기를 더욱 극대화한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방문해보니 여전히 사람들이 오가는 일상적인 공간이었다. 오히려 오래된 상업시설 특유의 조용하고 정적인 분위기가 백룸 감성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강변 테크노마트 입구. 오래된 건물 구조와 한산한 분위기가 특징이다.

직접 걸어보니…백룸 콘텐츠가 확산되는 이유

직접 둘러본 결과 백룸이 최근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는 이유는 공포보다 익숙한 공간이 낯설게 다가오는 순간에 있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곳은 동서울터미널이었다. 지금도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공간이지만, 한 층만 올라가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같은 건물 안에서도 공간의 성격이 달라지는 모습은 직접 걸어보지 않으면 느끼기 어려웠다.

사람이 줄어든 터미널과 쇼핑몰을 걷다 보면 평소 익숙했던 공간이 다른 장소처럼 보이는 순간이 있었다.

백룸 콘텐츠는 폐건물이나 별도의 공포 장소를 찾아다니는 방식이 아니다. 리미널 스페이스라는 개념 자체가 사람들로 붐비던 공간이 텅 비었을 때 느껴지는 기묘한 친숙함에서 비롯된 만큼, 매일 지나치는 익숙한 공간이 시간과 분위기에 따라 낯설게 바뀌는 순간을 포착해 공유하는 방식으로 콘텐츠가 소비되고 있다.

특별한 장소를 찾아 나서지 않아도 누구나 일상에서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백룸 콘텐츠가 폭넓게 확산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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