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 신공항 부지조성, 공사비 급등에 '국가계약법 특례 조항' 신설 목소리 높아져
가덕도 신공항 부지조성, 공사비 급등에 '국가계약법 특례 조항' 신설 목소리 높아져
  • 정단비
  • 승인 2026.08.03 11: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조성공사비가 중동 전쟁발 원가 급등으로 요동치면서, 국가계약 제도 역시 현실에 맞춰 유연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계약 체결 전 발생한 불가항력적 비용 변수를 사업비에 반영하지 못하는 현행 국가계약법의 공백이, 초대형 국책사업 하나를 뿌리째 흔들 수 있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국토교통부에 신공항 총사업비 증액과 함께 특례 조항 신설을 요청했다. 지난해 12월 말 입찰 공고 당시 공사비는 10조7176억원으로 책정됐지만, 이후 반년간 중동 전쟁의 영향으로 유류비와 자재비가 급등하며 공사비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5월 토목 건설공사비지수는 143.30으로 지난해 12월 대비 5.2%가량 상승했다. 이를 반영하면 5월 기준으로만 최소 5000억원 이상 공사비가 오른 셈이고, 상승세가 이어지면 손실 규모가 1조원까지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제는 이 비용 상승분을 지금 구조에서는 사업비에 반영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국가계약법 19조는 계약 체결 이후 발생한 천재지변·전쟁 등 불가항력적 사유에 대해서만 계약금액 조정을 허용한다. 그런데 가덕도 신공항은 예정대로 진행되더라도 오는 11월에야 우선시공분 예비계약이 체결된다.

즉 계약이 체결되기도 전에 이미 반년치 원가 급등분이 쌓였는데, 법은 그 시점의 변수를 아예 계약금액 조정 대상으로 상정하지 않은 셈이다. 기술형 입찰 방식이 적용되는 대형 국책사업일수록 입찰부터 본계약까지 걸리는 기간이 길어 이런 공백이 구조적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이 공백을 떠안는 쪽은 결국 컨소시엄에 참여한 건설사들이다. 부산·경남 지역 건설사 13곳은 내부적으로 5000억~6000억원 수준의 공사비 인상이 필요하다고 보고, 지난달 말 국토부와 부산시 등에 공동 탄원서까지 제출했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컨소시엄 탈퇴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자칫 지분 공백을 메울 곳을 찾지 못해 컨소시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현실적이다. 민간 기업에 사업 지속을 요구하면서 정작 그 손실을 감당할 제도적 장치는 마련해주지 않는다면, 이후 다른 국책사업에서도 같은 문제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다행히 국토부도 이런 문제의식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국토부는 국가계약을 담당하는 재정경제부, 국가사업 비용을 책임지는 기획예산처와 함께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다.

우선 가덕도 신공항 건에 한해 기획처 소관 총사업비 관리지침을 개정해 사업비를 조정하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특정 사업에 대한 특혜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기획처는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혜 논란을 피하려면 개별 사업 단위의 임기응변보다, 계약 체결 전 발생한 불가항력적 사유도 계약금액 조정 대상에 포함되도록 국가계약법 시행령 자체를 개정하는 쪽이 오히려 더 근본적이고 형평에 맞는 해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가 요구하는 대로 외부 충격에 따른 공사비 급등 시 입찰 시점이 아닌 본계약 체결 시점을 기준으로 공사비를 재산정하도록 하는 방식이라면, 특정 기업을 봐주는 것이 아니라 향후 유사 사업 전반에 적용될 수 있는 일반 원칙이 된다.

국토부 역시 착공까지 시간이 걸리는 사업 특성상 사전에 공사비 증액분을 일부 반영하더라도 실제 집행 과정에서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국무조정실에도 협조를 요청한 상태로, 국가계약법과 총사업비 관리지침 개정을 포함한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며 조만간 국무조정실 주관 회의를 통해 결론을 낼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총사업비 10조7176억원이 걸린 국책사업이 공사비 문제로 발목 잡히면 그 부담은 결국 지연된 개항 시기와 늘어난 재정 부담으로 국민에게 돌아온다. 계약 체결 전 발생한 비용 변수까지 사업비에 반영할 수 있도록 국가계약 제도를 손보는 것은 특정 건설사에 대한 특혜가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대외 변수 앞에서 국책사업이 좌초되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봐야 한다.

 

가덕도신공항 여객터미널 조감도 (사진=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가덕도신공항 여객터미널 조감도 (사진=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