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는 좋은데 외롭긴 싫어'…1인가구의 다음은 '1.5가구'다
'혼자는 좋은데 외롭긴 싫어'…1인가구의 다음은 '1.5가구'다
  • 안지연
  • 승인 2026.08.11 11: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혼자 살아도 완전히 혼자이긴 싫다"

요즘 1인가구를 설명하는 말이 하나 늘었다. '1.5가구'다. 침해받을 수 없는 '1'의 자율성은 그대로 두고, 느슨한 '0.5'만큼의 연결감을 더하는 생활방식을 가리킨다.

올 초 서울대 김난도 명예교수는 '트렌드리아 2026'에서 이를 "초솔로사회의 실용적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1.5가구의 핵심 특징이자 딜레마를 "연결되고 싶지만 얽매이고 싶지는 않다"는 이중적인 욕구로 짚었다. 완전히 혼자이고 싶지도, 완전히 누군가에게 얽매이고 싶지도 않다는 뜻이다.

1인가구가 늘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이 흐름을 다 설명하기 어렵다. 혼자 사는 사람이 많아진 건 이미 익숙한 얘기다. 새로운 건 그 안에서 '완전한 독립'과 '적당한 연결' 사이의 지점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졌다는 점이다.

이러한 이중적 욕구는 서로 다른 방향의 정서 두 가지가 겹친 결과로 볼 수 있다. 혼자 있는 시간에서 더는 결핍을 느끼는 않는 감정과, 그렇지만 완전한 고립은 경계하는 감정이다. 1.5가구는 이 두 정서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으려는 시도에 가깝다.

1.5가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5가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혼자가 좋다"는 확실하다, 다만 "완전히 혼자"는 아니다

1.5가구라는 개념이 성립하려면 두 가지가 함께 있어야 한다. 자율에 대한 분명한 선호, 그리고 그럼에도 사라지지 않는 연결 욕구다.

앞쪽은 이미 낯설지 않다. 혼자 사는 삶을 결핍이나 과도기로 설명하던 시절은 지났고, 하나의 생활 방식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문제는 뒤쪽이다. 오픈서베이가 지난 5월 발행한 '청년 1인가구 트렌드 리포트 2026'을 보면 단서가 나온다. 독립 1년 미만 1인가구의 삶의 만족도는 69.6%에 그치는데, 10년 이상 거주자는 91.1%까지 올라간다.

갓 독립했을 땐 외로움을 느낀다는 답이 많지만, 햇수가 쌓이면서 편안하다, 혼자서도 잘 해낸다는 쪽으로 응답이 옮겨간다.

지출도 같은 흐름을 따라간다. 독립 초기엔 생필품과 병원비 지출이 많지만, 거주 기간이 길어지면 경조사비처럼 사람과의 관계를 챙기는 데 쓰는 돈이 늘어나는 추세다다. 혼자 산 시간이 쌓일수록 관계에 쓰는 돈과 시간이 함께 늘어나는 셈이다.

시장은 이미 '적당한 거리'를 팔고 있다

코리빙하우스처럼 개인 공간과 공용 공간을 나눈 주거 형태가 늘어나는 것도 같은 흐름 위에 있다. 완전한 독립도 완전한 동거도 아닌, 딱 그만큼의 거리를 설계 단계에서부터 파는 셈이다.

소셜다이닝이나 러닝크루, 독서모임처럼 정해진 시간에만 느슨하게 모이는 서비스도 비슷한 수요를 겨냥한다. 매일 얼굴을 마주하는 관계보다 필요할 때만 만나는 관계를 원하는 사람이 늘면서, 이런 서비스가 하나둘 자리를 잡고 있다.

1인가구가 계속 늘어나는 지금, 다음 질문은 "혼자 살 것인가"가 아니라 "얼마만큼 연결될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다. 1.5가구라는 이름은 그러한 질문에 대한 답이라고 볼 수 있다.

자율은 지키되 관계는 놓지 않는 삶, 그 적당한 거리를 어떻게 재느냐가 다음 몇 년의 소비와 주거를 결정할 기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