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독립도 전통 가족도 아닌 '유연한 연결'
1인도 2인도 아닌 '1.5가구'가 2026년 주요 생활 트렌드로 부상했다.
김난도 서울대 명예교수 연구진이 발표한 '트렌드 코리아 2026'은 2026년 10대 소비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로 '1.5가구'를 제시했다.
1.5가는 "완전한 1인도, 전형적 가족도 아닌 유연 결합형 생활 단위"를 말한다. 혼자 사는 독립성은 유지하면서도 필요에 따라 외부 자원과 느슨하게 연결되는 방식이다.
'트렌드 코리아 2026'은 1.5가구를 단순한 주거 트렌드가 아니라 "관계에 대한 새로운 정의"로 해석한다.
과거에는 혼자 살거나(1인가구), 가족 단위로 살거나(다인가구) 둘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제는 혼자 살면서도 느슨하게 연결되는 중간 지대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각자 방식으로 고립 피한다"
'트렌드 코리아 2026'은 1.5가구를 크게 세 유형으로 분류한다.
지원 의존형은 1인가구지만 본가 근처에 사는 경우다. 물리적으로는 독립했지만 필요할 때 부모의 지원을 받는다.
독립 지향형은 친구나 연인과 함께 살지만 각자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한다. 같은 집에 살아도 각자 방이 있고, 각자 생활 패턴을 존중한다.
시설 활용형은 코리빙하우스나 셰어하우스를 이용하는 경우다. 최소한의 개인 공간은 확보하되 공용 공간을 함께 쓰며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서울 코리빙하우스는 2025년 2월 기준 7371가구로 집계됐다. 2016년과 비교하면 4.8배 증가한 수치다.
코리빙하우스는 1인실과 공용 공간을 결합한 주거 형태다. 프라이버시는 지키되 공용 공간을 함께 쓴다. 입주민끼리 커뮤니티 활동을 기획하는 곳도 있다.
또 셰어하우스는 여러 명이 한 집에 살지만 각자 방을 갖는 형태다. 보증금과 월세 부담을 줄이면서도 완전히 혼자가 아닌 환경을 원하는 2030세대에게 인기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1인가구 증가로 원룸 수요만 늘 것으로 예상했지만, 최근 2~3년 사이 코리빙이나 셰어하우스 문의가 크게 늘었다"며 "혼자 살되 외롭지 않은 주거 형태에 대한 수요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완전히 혼자는 외롭고, 완전히 함께는 부담"
1.5가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1인가구의 양대 고민을 해결하기 때문이다.
하나는 심리적 고립이다. 혼자 사는 자유는 좋지만 아플 때나 외로울 때 기댈 곳이 없다는 불안감이 있다. 1.5가구는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필요할 때 연결될 수 있는 안전망을 만든다.
다른 하나는 경제적 부담이다. 1인가구는 주거비와 생활비를 혼자 감당해야 한다. 1.5가구는 비용을 분담하거나 가족 지원을 받아 경제적 압박을 줄인다.
이는 개인의 자율성을 지키면서도 공동체의 이점을 누릴 수 있다.
반려동물·반려식물도 1.5가구 구성원
1.5가구의 '0.5'는 사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반려동물이나 반려식물도 포함된다.
혼자 살지만 반려동물과 생활하며 정서적 안정을 얻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반려동물 전용 가구 브랜드 '하밋'은 사람 가구와 반려동물 공간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제품을 선보였다. 시몬스의 멀티브랜드 'N32'은 반려동물 전용 '쪼꼬미 매트리스'를 공개했으며, 한샘도 5여년 전부터 반려동물 전용 가구를 선보이고 있다.
반려동물 전용 가구 브랜드로 퍼시스그룹의 일룸이 만든 '캐스터네츠' 시리즈와 신세계까사의 '몽스' 등이 있다.
특히 이들은 혼자 사는 자율성 해치지 않는다는 장점으로 이상적인 동거인(?)으로 꼽히고 있다.
2026년 소비 트렌드…"나를 중심으로 쪼개고, 선택한다"
'트렌드 코리아 2026'은 1.5가구 외에도 개인 중심 소비와 관련된 여러 키워드를 제시했다.
필코노미는 기분이 소비의 동인이 되는 경제를 뜻한다. 사람들이 자신의 기분을 진단하고 관리하며 전환하기 위해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한다하는 것을 말한다.
또 픽셀라이프는 디지털 이미지 단위인 픽셀처럼 작고 빠른 단위로 소비하는 현상이다. 숏폼 영상, 팝업스토어, 미니 사이즈 제품 등이 대표적이다.
프라이스 디코딩은 가격을 암호 해독하듯 분석하며 구매를 결정하는 소비자의 등장을 뜻한다. "왜 이 가격인가"를 따져본 후 구매한다.
건강지능HQ는 단순히 수명을 늘리는 차원을 넘어 삶의 질을 높이는 역량으로서 건강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건강을 관리하는 시대가 왔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