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정비사업 2031년까지 8만7000가구 순증...입주물량은 반토막 '공급절벽' 현실화
서울 정비사업 2031년까지 8만7000가구 순증...입주물량은 반토막 '공급절벽' 현실화
  • 김영호
  • 승인 2026.08.13 10: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시가 2031년까지 정비사업을 통해 주택 8만7000가구를 순수하게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정비사업이 기존 주택을 헐어 오히려 공급을 줄인다는 일각의 지적을 반박하는 수치다.

그러나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오히려 급감하고 있어, 정비사업 물량이 실제 입주로 이어지기까지 상당한 공급 공백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253개 정비사업지에서 2031년까지 총 31만가구를 착공할 계획이다. 기존 주택의 멸실 물량을 모두 반영해도 약 8만7000가구(39.2%)가 순증한다는 게 서울시의 추산이다.

이 가운데 임대주택은 4만8000가구가 확보된다. 최근 3년간 준공된 정비사업 59곳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사업 전보다 주택 수가 36.4%(약 2만가구)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유형별로는 재건축이 44.2%(약 1만3000가구), 재개발이 27.4%(약 7000가구) 순증해 재건축의 증가폭이 더 컸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용산구 서계·청파동 정비사업 현장을 찾아 정비사업이 서울의 실질적인 주택 공급 확대 수단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용토지 확보가 어려운 서울 여건상 신규 택지 개발보다 기존 시가지를 고밀로 재정비하는 방식이 사실상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취지다.

서계·청파동은 서울역 인근의 대표적 노후 저층 주거지로 꼽혀왔던 곳으로, 신속통합기획과 모아타운 등 민간 정비사업 7곳이 진행 중이며 아직 세대수가 확정되지 않은 1곳을 제외한 6곳만 합산해도 기존 6393가구에서 8088가구로 1695가구(26.5%) 순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정비사업 처리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제도 정비에도 나선다. 인허가 단계별 소요 기간을 미리 정해두는 표준처리기한제를 도입하고, 여러 개별 심의를 하나로 묶어 처리하는 통합심의와 단계별 절차를 동시에 진행하는 병행처리 방식을 넓혀 사업 기간 자체를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개별 사업지의 공정 관리도 촘촘히 들여다볼 방침이다.

다만 여러 사업지의 이주 시점이 한꺼번에 겹칠 경우 주변 전월세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만큼, 사업장별 이주 일정과 인근 임대차 동향을 서울시 차원에서 함께 들여다보기로 했다. 아울러 재개발 임대주택 의무비율 완화, 민간정비사업 용적률 법정 상한의 1.2배 확대 등 규제 완화 방안도 정부에 건의한 상태다.

문제는 정비사업 성과가 나타나기까지 시차가 크다는 점이다.

착공부터 입주까지 통상 2~3년이 걸리는 데다 최근에는 공사 기간이 3년 이상으로 늘어나는 추세여서, 당장 눈앞의 공급 공백을 메우기는 어렵다. 통상 업계에서 서울의 한 해 적정 입주물량은 4만5000호 안팎으로 거론된다.

그런데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R114의 집계 기준 2027년 서울 입주예정물량은 1만7197호로, 이 적정선의 3분의 1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KB부동산 데이터허브 집계로는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이 3만4616가구였던 것이 내년 1만6575가구로 절반에도 못 미치는 47% 수준까지 떨어지고, 2027년에는 1만5000가구대까지 낮아져 1990년 조사 이래 2년 연속 최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부동산R114 기준으로도 올해 4만2611가구였던 서울 입주물량이 내년 2만9161가구로 31.6% 감소하고, 임대·도시형생활주택을 뺀 순수 아파트만 집계한 직방 통계에서는 감소폭이 48.5%까지 벌어진다.

입주물량 감소는 전세시장 구조 자체를 흔들고 있다. 전세를 낀 매수(갭투자)의 여지가 좁아지면 매도자 우위 시장에서 집주인이 세입자를 두지 않고 직접 들어가 사는 경우가 늘게 되고, 그만큼 시중에 나오는 전세 매물 자체가 줄어드는 흐름으로 이어진다.

이 경우 전세를 구하지 못한 수요가 월세로 옮겨가면서 전월세 가격 상승 압력이 함께 커질 수 있다는 게 시장의 우려다. 정비사업을 통한 순증 효과가 현실화되기까지는 수년의 시차가 불가피한 만큼, 그 사이 공급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가 향후 관건이 될 전망이다.

 

도심 아파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