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장기전세주택 '시프트'가 도입 20년 만에 첫 계약 만료 시점을 맞으면서 퇴거를 둘러싼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강동구 강일동, 송파구 장지동 일대 단지에서 최장 거주기간이 끝난 장기전세 입주민들이 계약 연장이나 분양전환을 요구하고 나서면서다.
입주민들은 20년 가까이 거주하는 동안 주변 전셋값이 크게 올라 같은 생활권에서 대체 주거지를 구하기 어려워졌다고 호소하고 있다.
서울시 입장은 원칙론에 가깝다. 최초 입주자 모집공고와 임대차계약서에 '최장 20년 거주'와 '분양전환 불가'가 명시된 만큼, 이제 와 조건을 바꾸면 공공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신뢰가 흔들린다는 논리다.
이미 같은 조건으로 퇴거했거나 다른 주거지를 마련한 기존 입주자와의 형평성 문제도 걸려 있다.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계약 연장과 분양전환은 허용하지 않되, 만기 가구의 이주 부담을 줄일 대체 공공임대 방안을 검토 중이다.
만기 도래 물량은 앞으로 빠르게 늘어난다. 내년 310가구를 시작으로 2028년 682가구, 2029년 1747가구, 2030년 2452가구, 2031년에는 4170가구가 20년 거주기간 종료를 맞는다. 갈등이 일회성 사건으로 끝나지 않고 매년 반복될 구조라는 뜻이다.
여기서 짚어야 할 지점은 애초에 '20년'이라는 기간이 무엇을 위해 설계됐느냐는 것이다. 최장 20년 거주는 그 기간을 꽉 채워 살라는 보장이 아니라, 입주민이 그 안에서 소득을 늘리고 자산을 형성해 만기 전에 다른 주거지로 자립할 수 있도록 마련한 유예 기간에 가깝다.
그런데 소득이 늘면 재계약 자격을 잃거나 임대료가 오를 수 있다는 이유로 소득 증가를 할 수 없었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이 제도의 취지와 정면으로 어긋난다.
이러한 논리라면, 20년이라는 유예 기간 자체를 자립의 기회가 아니라 머물기위한 조건으로 소비했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대중이 이런 주장을 궤변으로 보는 시각이 많은 것도 이 지점과 무관하지 않다.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를 두고 '공공임대의 역설'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자립을 지원하겠다며 만든 제도가, 정작 입주민이 자립하지 않는 것을 합리적 선택으로 만드는 유인구조를 낳았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시프트를 '20년짜리 사회실험'이라 부르며, 결과적으로 실패한 실험이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자립을 유도하는 장치 없이 20년을 묶어두고 만기 시점에 일괄 퇴거를 요구하는 방식이 처음부터 지속 가능한 설계였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서울시가 이 물량을 회수해 신혼부부 대상 장기전세주택Ⅱ '미리내집'으로 전환해 2027년부터 2031년까지 연평균 400호 이상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한 번의 20년 실험에서 나타난 퇴거 갈등과 자립 유인 부재 문제를 그대로 안은 채 같은 방식의 장기임대를 다시 반복하는 셈이어서,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근거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효성 있는 자립 유도 장치 없이 기간만 다시 채우는 방식이라면, 20년 뒤 같은 논란이 되풀이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