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8월 20일 시중 월세 물건을 전세로 전환해 공급하는 '전월세 안심신탁사업'을 발표했다. '8·13 주택 신속공급 방안' 후속조치로 추진되는 이번 사업은 상대적으로 원룸이나 다세대주택 등 비아파트 월세 비중이 높은 청년 1인가구의 주거비 부담 경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최근 전세사기 여파로 임차인의 전세 기피 현상과 임대인의 월세 선호가 맞물리면서 임대차 시장에서는 전세의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신용도가 낮고 연체 리스크가 클수록, 아파트보다 비아파트에 거주할수록 전월세전환율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는데, 원룸이나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월세를 주로 택하는 청년 1인가구가 이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셈이다.
실제 올해 5월 기준 서울 단독주택의 전월세전환율은 6.6%로 아파트(4.7%)보다 약 1.4배 높다.
전월세 안심신탁은 안정화기구-임대인-임차인이 3자 간 전월세 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임차인이 전세금을 안정화기구에 예치하면 기구가 이를 투자·운용해 임대인에게 매월 운용수익을 지급하는 구조로, 임차인 입장에서는 전세로 거주하고 임대인 입장에서는 월세를 받는 효과를 동시에 낼 수 있다.
실무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금 예치·운용·반환과 임대인·임차인 모집 등을 위탁받아 수행한다.
사업에 참여하면 임차인은 월세 대신 전세로 거주할 수 있어 부담이 줄어든다. 소득 등 지원요건을 충족하면 주택기금 전세자금대출(버팀목)이나 시중은행 대출로 전세금을 마련할 수 있는데, 5월 기준 전세자금대출 평균금리(3.97%)가 시중 전월세전환율(5~6%대)보다 낮아 이자 부담이 상대적으로 가볍다.
예를 들어 전세금 2억원 주택을 기존에 보증금 1000만원·월세 74만원 조건으로 빌렸다면, 전세대출(1.6억원) 이자는 월 53만원 수준으로 월세보다 20만원가량 절감된다. 전세금은 안정화기구가 직접 관리해 전세사기 위험도 차단되고, 전세금반환보증·전세대출보증에 별도로 가입하지 않아도 돼 연간 34만원가량의 보증료도 아낄 수 있다.
임대인은 전세금 운용수익을 매달 고정적으로 받을 수 있어 월세 연체나 공실 걱정을 덜 수 있다. 등록 임대사업자가 참여하면 임대보증금반환보증 가입 의무가 면제돼 보증료 부담이 줄고, 소득에 대한 세제지원도 재정경제부와 협의를 마쳤다.
서울 등 규제지역에 거주하던 임대인이 지방으로 이주하며 사업에 참여하면 주택연금도 함께 받을 수 있어, 월세 수익(연 4%대)에 주택연금 수령액(연 1~3%대)을 더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LH 매입임대주택 일부를 안정화기구를 통해 연내 500호 시범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무주택 청년 세대의 주거부담 경감을 목표로 하는 만큼, 1인가구 비중이 높은 청년층의 실질적 체감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다만 이 사업이 오히려 전세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세보증금은 그동안 임대인에게 주택 구입이나 목돈 마련에 사실상 무이자 대출처럼 활용돼 온 자금인데, 안심신탁에 참여하면 이 자금을 자유롭게 쓸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신탁 운용수익이 시중 월세 수준에 못 미치면 임대인이 굳이 참여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이 사업이 법적 의무가 아닌 희망자 대상 시범사업인 만큼, 보증금을 다른 용도로 활용하려는 임대인은 애초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전세를 선호하는 임차인에게는 전세 공급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고 반박했다.
전세와 월세 사이에서 선택지가 좁았던 1인가구 입장에서는, 이 논쟁의 결론이 실제 시장에 나올 전세 매물의 규모를 가를 변수인 셈이다.
사업은 주택 유형 제한 없이 시세 20억원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우선 시행되며, 참여를 원하는 임대인·임차인은 9월 말 공고 이후 HUG 홈페이지나 전국 지사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10월 신청 접수와 11월 3자 약정·계약금 예치를 거쳐 연말부터 순차 입주가 이뤄질 예정이다.
한편 같은날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서울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 '8·13 대책' 후속조치로 주택공급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김 장관은 서울이 집값상승률과 주택보급률 등 여러 지표에서 주택공급 여건이 가장 열악한 지역인 만큼 도심 내 주택공급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며, 재개발·재건축뿐 아니라 순증 효과가 큰 도심 나대지 등을 활용한 공급 확대도 함께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월세 안심신탁이 기존 월세 매물을 전세로 돌려 임차인의 선택지를 넓히는 방안이라면, 이날 논의는 신규 주택 공급 자체를 늘리는 방안이어서, 1인가구 밀집도가 높은 서울에서 두 정책이 함께 작동할 경우 청년 1인가구의 주거 여건에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지켜볼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