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매물이 마르고 집값은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자금 여력이 크지 않은 2030세대가 오히려 서둘러 '내 집 마련'에 나서고 있다. 더 늦으면 지금보다 더 비싸게, 혹은 전세조차 구하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매수를 앞당기는 모양새다.
직방이 대법원 등기정보광장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생애최초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연립주택 등) 매수는 7547건으로 집계됐다. 8월12일 집계 기준으로 2021년 11월 7886건 이후 4년8개월 만에 가장 많은 규모이며 전월(7210건) 대비 4.7% 늘었다.
연령별로는 20·30대의 증가세가 뚜렷했다. 30대 매수는 6월 3979건에서 7월 4300건으로 늘며 전체의 57.0%를 차지했고, 20대도 765건에서 887건으로 늘어 비중이 10.6%에서 11.8%로 높아졌다. 반면 40대(19.2%→18.6%), 50대(9.1%→7.6%), 60대(4.5%→3.6%)는 모두 비중이 줄었다.
20·30대를 합치면 전체 생애최초 매수의 68.8%에 달한다. 생애최초 주택 구입에는 상대적으로 완화된 대출 기준이 적용되는 만큼, 자금 여력이 크지 않은 청년층일수록 오히려 전세 매물 부족과 집값 상승에 떠밀리듯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나마 여기라면"…은평구로 몰린 청년 매수세
자치구별로는 은평구가 841건으로 서울 전체의 11.1%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은평구 비중은 올해 1~5월 5~6%대에 머물다 6월 8.7%, 7월 11.1%로 두 달 만에 약 1.9배로 뛰었다. 상대적으로 진입 가능한 가격대에 지하철 3·6호선 접근성, 재개발로 조성된 대단지 등이 맞물린 결과다.
자금이 넉넉지 않은 청년층이 예산 안에서 살 수 있는 지역을 찾아 움직이는 모양새다. 실제 은평구 아파트의 동일 단지·동일 면적 기준 신고가 거래 비중도 4월 18.1%에서 7월 28.7%까지 넉 달 연속 상승했다. 노원구(8.0%)와 강서구(7.0%)가 뒤를 이었다.
비아파트 LTV 60%로 풀었지만…"애초에 살 신축이 없다"
정부도 이 불안을 인지하고 있다. 지난 13일 발표한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은 비아파트로 청년 수요를 분산시키려는 성격이 짙다.
일반주택 신축을 위한 멸실 예정 주택 매입 시 담보인정비율(LTV)을 기존 0%에서 규제지역 여부와 관계없이 60%로 완화했고, 신축 비아파트를 준공 후 1년 내 매입하는 경우에도 규제지역 30%, 비규제지역 60%의 LTV를 적용하기로 했다. 내년에는 만 39세 이하 청년이 4억원 이하 비아파트를 생애 최초로 구입할 때 이용할 수 있는 청년미래보금자리론도 나온다.
하지만 정작 청년층이 살 수 있는 신축 물량 자체가 부족하다는 게 문제다. 국토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 일반주택(비아파트) 착공 물량은 1만4000가구로 최근 10년 평균 5만6000가구의 25% 수준에 그쳤고, 올해 1~6월에도 10년 평균의 24.3%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수도권 아파트 착공이 10년 평균의 75.7% 수준까지 회복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수도권 비아파트 착공은 2021년 6만2552가구에서 지난해 1만3747가구로 4년 새 약 78% 줄었다. 대출 문턱은 낮췄지만 매입할 신축 자체가 없다면, 청년층의 불안은 결국 아파트 매수 쏠림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재명 대통령 "공급은 늘리되 집값 폭등 가능성은 경계"
공급을 둘러싼 정치권의 온도차도 감지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8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을지1 및 국무회의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용적률 규제 완화,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완화, 임대주택 비율 완화 등 재건축 규제 완화 방안을 언급하자 "공급을 늘리자는 것이지 집값을 폭등시킬 가능성을 높여서는 안 된다"며 규제 완화의 양면성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한성숙 국무총리에게 주택 공급 효과는 높이되 집값 상승 위험은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건설업계와 직접 만나 현장 요구를 청취할 것을 지시했다. 청년층이 체감하는 조급함과 달리, 공급 확대의 속도는 정부와 서울시 간 이견 속에 더디게 조율되고 있는 셈이다.
아파트도, 빌라도 다 올랐다…"더 늦기 전에" 심리 자극
이런 가운데 서울 집값은 이미 올해 최고 상승폭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7월 전국 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 주택종합(아파트·연립주택·단독주택)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1.09% 올라 올해 들어 가장 큰 오름폭을 나타냈다.
유형별로는 아파트가 1.27% 상승해 오름폭이 가장 컸고, 빌라 등 연립주택도 0.96% 올라 지난해 10월 이후 9개월 만에 최고 상승폭을 기록했다. 주택종합 기준 자치구별로는 성북구가 1.73%로 가장 높았고 노원구(1.64%), 중랑구(1.35%), 구로구(1.33%), 강동구(1.29%) 등이 뒤를 이었다.
아파트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저렴한 연립주택까지 함께 오르면서, 눈치를 보며 전세를 유지하던 청년층에게는 "선택지가 점점 줄어든다"는 압박으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자금 여력이 충분치 않은 2030세대가 오히려 먼저 매수에 나서는 지금의 흐름은, 공급 대책의 효과가 체감되기까지 이들의 불안이 얼마나 더 매수를 앞당길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