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이 도입 20년 만에 첫 계약 만기를 맞으면서 입주민과 서울시 간 갈등이 본격화하고 있다. 내년부터 2031년까지 5년간 만기가 도래하는 물량만 9000가구를 넘어서는 가운데, 일부 입주민이 계약 연장과 분양 전환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무주택 대기 수요자들의 반발도 커지는 양상이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 따르면 장기전세주택의 20년 의무임대기간 만료는 내년부터 본격화한다. 2027년 310가구를 시작으로 2028년 682가구, 2029년 1747가구, 2030년 2452가구, 2031년 4170가구 등 만기 물량이 해마다 늘어나며 5년간 총 9361가구가 계약 종료를 앞두고 있다.
신혼부부 특화형인 미리내집을 합친 장기전세주택 전체 물량은 6월 말 기준 3만7712가구에 달한다.
강동구 강일리버파크·고덕리엔파크 등 만기가 임박한 단지의 입주민들은 최근 입장문을 내고 시세 대비 저렴한 보증금으로 20년 거주를 약속받고 입주했다며 계약 연장이나 분양 전환 등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20년 전 시세의 80% 수준 보증금으로 들어와 살아온 만큼, 만기가 됐다고 곧바로 시세 수준의 보증금을 마련해 나가라는 것은 지나치다는 논리다.
입주 당시 중년이었던 주민 상당수가 고령층에 접어든 점, 그 사이 집값과 전셋값이 크게 오른 점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반면 서울시는 추가 계약 연장이나 분양 전환 제도는 별도로 운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장기전세주택 최장 거주기간이 끝나면 기존 임대차계약과 관련 법령에 따라 퇴거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는 설명이다.
장기전세 입주자의 평균 전세 보증금은 3억4900만원으로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 6억4800만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혜택을 20년간 누려온 만큼, 계약이 끝나면 순번을 기다려온 다른 무주택자에게 주거 기회가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서울시 논리다.
서울시는 만기 물량을 회수해 신혼부부 대상 장기전세주택Ⅱ '미리내집'으로 전환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2027년부터 2031년까지 연평균 400가구 이상을 미리내집으로 순차 공급할 방침이다.
이를 두고 청약을 기다려온 무주택 대기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형평성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같은 장기전세주택 제도인데 기존 입주민에게는 퇴거를 요구하면서 다음 입주자에게는 우선매수청구권 등 혜택을 주는 미리내집으로 물량을 넘기는 구조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만기 입주민의 요구를 특혜로 보는 시각이 확산되면서 여론도 입주민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분위기다.
특히 장기전세 입주민 측이 명도소송을 해도 수년의 시간을 끌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을 담은 인터뷰가 온라인 상으로 퍼져가면서 반감은 더 커지는 모양새다. 더불어 퇴거 시점을 최대한 늦추려 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순번을 기다려온 무주택자들의 입주 기회만 계속 미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뒤섞이고 있다.
20년간 자립 기반을 마련하라는 제도 취지와, 20년을 채운 실거주자의 현실적 부담 사이에서 어떤 결말이 나올지 세간의 이목이 주목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