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전세 20년 만기 눈앞…퇴거 82%는 자발적, "연장 요구는 비양심적 억지"
장기전세 20년 만기 눈앞…퇴거 82%는 자발적, "연장 요구는 비양심적 억지"
  • 안지연
  • 승인 2026.09.1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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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거자 72% 자가 마련, 입주 가구 69.9%는 매달 62만5000원 저축

서울시 장기전세주택에서 계약 만료 전에 퇴거한 가구 10곳 중 8곳 이상이 자가 구입이나 민간 전세 이동을 위해 스스로 짐을 싼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부터 도입 후 처음으로 20년 만기 물량이 나오는 가운데, 일부 입주민이 거주기간 연장을 요구하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비양심적인 억지"라며 예외 없는 퇴거 원칙을 재확인했다.

서울시는 지난 8일 장기전세주택 입주민·퇴거자 13명과 주거·부동산 전문가가 참석한 가운데 '장기전세에서 내 집으로, 서울의 주거사다리 희망토크'를 열었다. 오 시장은 이 자리에서 "거주 기간 만기 이후에도 더 살고 싶다는 분들이 계셔서 시끌시끌한 상황"이라며 "다른 대기자들에게도 같은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계약 연장이나 분양 전환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

서울시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10~19일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장기전세주택 시민인식조사'에서도 73.9%가 20년 만기 거주자의 퇴거에 찬성한다고 답해, 이 같은 원칙에 힘을 싣는 여론으로 풀이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2007년 제도 도입 이후 이달까지 계약기간 만료 전 퇴거한 가구는 1만5529가구로, SH공사 집계 기준 누적 공급량의 34%에 해당한다. 이 중 82.4%는 자가 구입이나 민간 전세 이동 등을 이유로 계약자 요청에 따라 자발적으로 퇴거한 경우였다.

전체 퇴거 가구의 평균 거주기간은 7년6개월로, 최장 거주기간인 20년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퇴거 이후 실제 주거 형태를 보면 장기전세의 '주거사다리' 효과가 뚜렷하다는 분석이다. 2016~2021년 퇴거한 1708가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평균 거주기간은 8년4개월이었고, 퇴거 후 72%가 자가에 거주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공공임대주택 퇴거자의 자가 거주 비율(60%)보다 12%포인트 높은 수치다.

낮은 주거비 부담은 저축과 청약 준비로도 이어졌다. 2022년 SH 패널조사에 따르면 장기전세 입주 가구의 69.9%가 매달 평균 62만5000원을 저축하고 있었고, 청약통장 보유율은 83.7%에 달했다. 향후 희망 주거 형태를 묻는 질문에는 61.3%가 민간아파트 이주를 희망한다고 답해, 장기전세 거주 기간을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준비 기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기준 장기전세주택의 평균 보증금은 2억9300만원으로,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의 41% 수준이다. 서울시가 입주 시 보증금을 시세의 80% 이하로 책정하고 인상률도 연 5% 이내로 제한해온 결과, 현재 거주 가구 전체가 누리는 보증금 절감 규모는 약 10조원으로 추산된다. 단지 입지도 자산 형성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전체 단지의 45%가 지하철역 500m 이내 역세권에, 83%는 초등학교 도보권에 위치해 있다.

문제는 내년부터 시작되는 만기 물량이다. 서울시는 내년 310가구를 시작으로 2031년까지 약 9300가구의 만기가 순차적으로 돌아온다고 밝혔다. 만기가 도래한 주택은 청년·신혼부부용 '미리내집' 및 장기전세주택으로 재공급된다.

일부 입주민들은 20년 가까이 흐르는 동안 서울 집값과 전셋값이 크게 오른 데다 고령층에 접어든 경우도 있어, 기존 보증금 수준으로는 생활권 내 새 거처를 구하기 어렵다며 연장이나 분양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서울시는 애초 계약 조건과 대기 중인 다른 무주택자의 입주 기회를 고려할 때 예외를 둘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장기전세주택은 서울시가 2007년 전국 최초로 도입한 제도로, 현재까지 3만8296호가 공급됐고 누적 입주 가구는 4만5715가구에 달한다. SH공사가 보유한 공공임대주택의 12%를 차지하는 규모다.

도심 아파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도심 아파트 (사진=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