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필요하지만 술 권유는 싫다…’소버 큐리어스’ 확산
비·무알코올 시장 성장에 주류업계도 마케팅 변화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하나의 취향으로 자리 잡고 있다. Z세대를 중심으로 ‘취하지 않는 음주’가 확산하며서 비·무알코올 시장과 주류업계의 마케팅도 달라지는 모습이다.
진학사 캐치가 Z세대 구직자 134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음주 문화 조사에서 응답자의 42%는 평소 전혀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답했다. 술을 줄이거나 마시지 않는 이유로는 건강이나 비용보다 ‘술을 좋아하지 않아서’라는 응답이 53%로 가장 많았다.
술을 마시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과음은 점차 멀어지는 모습이다. 음주자 가운데 ‘평소 술자리에서 적당히 취기만 느낀다’는 응답이 63%였고 ‘가볍게 입만 댄다’는 응답도 29%를 차지했다. 완전히 취할 때까지 마신다는 응답은 8%에 그쳤다.
술자리 횟수가 전보다 줄었다는 응답도 음주자의 59%에 달했다. 술을 줄이거나 마시지 않는 이유는 ‘술을 좋아하지 않아서’가 53%로 가장 높았고 건강·체중 관리 19%, 숙취와 다음 날 컨디션 관리 16%, 비용 부담 6% 등의 순으로 이어졌다.
눈에 띄는 점은 술을 덜 마신다고 해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자리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전체 응답자의 64%는 회식이 가끔 또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답했다.
대신 원하는 회식 방식이 달라졌다. ‘딱 1시간 진행하는 간단한 회식’이 29%로 가장 선호도가 높았고 ‘자율 참석 회식’이 28%로 2위를 차지했다. 반면 최악의 회식으로는 ‘과도한 술 권유’가 41%로 가장 많이 꼽혔다. ‘2·3차로 길어지는 회식’도 17%를 차지했다.
술은 덜 마시지만 분위기는 즐긴다
이같은 흐름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키워드가 ‘소버 큐리어스’다. 맑은 정신을 뜻하는 소버(Sober)와 호기심을 뜻하는 큐리어스(Curious)를 결합한 표현으로, 반드시 완전히 금주하기보다 자신의 컨디션이나 취향에 따라 음주량을 줄이고 저도주나 논알코올 제품을 선택하는 생활방식을 의미한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알코올 소비량이 2021년 이후 감소하는 가운데 논알코올 바가 등장했고 술 없이 식사와 대화를 즐기는 모임도 확산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술을 마시는 사람과 마시지 않는 사람이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음주 선택권을 존중하는 ‘스마도리(스마트 드링킹)’ 문화가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런 변화는 주류 소비 방식뿐 아니라 ‘술자리의 시간’을 바꾸고 있다. 버드와이저는 지난 7월 서울 이태원의 한 베이커리 카페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EDM 파티 ‘얼리 버드’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늦은 밤 술을 마시는 대신 낮 시간에 비알코올 음료와 음악을 즐겼다. 밤새 술을 마시며 춤추는 기존 파티와 달리 아침이나 낮에 음악을 즐기는 ‘모닝 레이브’ 문화를 겨냥한 행사다.
하이트진로 역시 대학 축제에서 비·무알코올 제품 시음 부스를 운영했고 오비맥주도 스포츠 이벤트 등에 무알코올 제품을 활용하는 등 주류업계 전반에서 관련 마케팅이 확대되고 있다.
제품 판매도 증가세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비·무알코올 맥줏 시장 규모는 2014년 81억원에서 2021년 415억원, 2023년 644억원으로 성장했다. 업계에서는 시장 규모가 2027년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30세대의 구매 비중도 일반 주류보다 높다. 이마트의 올해 1~4월 구매 데이터를 보면 전체 주류 구매 고객 중 2030세대 비중은 약 30%였지만 논알코올 와인은 40.3%, 논알코올 맥주는 41.6%로 각각 40%를 넘어섰다.
반대로 전체 주류 소비는 둔화하는 흐름이다. 2026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류 출고량은 전년보다 5.2%, 출고금액은 3.6% 감소했다. 와인과 위스키 시장 역시 수입 규모가 줄어드는 등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0.0’이라고 다 같은 제품 아니다
비·무알코올 제품이 늘면서 소비자가 알아둬야 할 점도 있다. 이름은 비슷하지만 ‘무알코올’과 ‘비알코올’은 알코올 함량에서 차이가 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검사 기준상 무알코올 제품은 에탄올 함량이 0.001% 미만으로 검출 기준보다 낮은 제품이다. 반면 비알코올 제품은 에탄올이 0.001% 이상 1% 미만 포함될 수 있다.
제품 제조 방식도 다르다. 일반 맥주나 와인처럼 발효 과정을 거친 뒤 증류나 역삼투압 등을 통해 알코올을 제거하는 방식은 기존 주류와 비슷한 맛과 향을 구현하기 쉽지만 소량의 알코올이 남을 수 있다. 처음부터 발효를 제한하거나 하지 않고 원료를 배합해 술과 비슷한 맛을 내는 방식은 알코올을 사실상 없앨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0.0’, ‘0.00’, ‘논알코올’ 같은 앞면 문구만 보고 알코올이 전혀 없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제품에 ‘무알코올’ 또는 ‘비알코올’이라고 표시돼 있는지, 비알코올 제품이라면 에탄올 함량 관련 문구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정확하다.
운전이나 임신 등 알코올 섭취를 반드시 피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비알코올 제품에는 소량의 알코올이 포함될 수 있는 만큼 알코올이 없는 제품인지 표시사항을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무알코올 제품이라도 당류와 열량 등 영양성분은 제품마다 다르기 때문에 건강관리 목적으로 선택한다면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