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줌인] 하이트진로 실적 꺾이고 '무알콜' 뜬다...'술 덜 마시는 시대' 진입
[트렌드줌인] 하이트진로 실적 꺾이고 '무알콜' 뜬다...'술 덜 마시는 시대' 진입
  • 안지연
  • 승인 2026.05.18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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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 자리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예전처럼 "일단 한잔"이 자연스러운 분위기보다 "오늘은 안 마실게요", "무알콜로 주세요"라는 선택이 익숙해지고 있다.

국내 주류업계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등 주류 3사는 최근 무알콜·비알콜 맥주 라인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때 틈새상품 정도로 여겨졌던 무알콜 맥주가 이제는 침체된 주류 시장의 새로운 성장 카테고리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무알콜·비알콜 맥주 시장은 2010년대 초반 10억원대 규모에서 최근 700억원 안팎까지 성장한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에서는 향후 시장 규모가 2000억원 수준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한다.

특히 성장 속도가 일반 맥주 시장과 다르다. 전체 주류 시장은 소비 둔화와 음주 문화 변화 영향으로 정체 흐름이 이어지고 있지만, 무알콜·비알콜 카테고리는 편의점·대형마트를 중심으로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실적 흔들리는 주류업계

무알콜 시장 확대는 단순한 신사업 차원을 넘어 기존 주류 시장 침체와도 맞물려 있다. 특히 최근에는 하이트진로의 실적 둔화 흐름이 업계 안팎에서 주목받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의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은 2조4986억원, 영업이익은 1721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9%, 17.3% 감소했다. 순이익 역시 57.3% 줄어든 408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서도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다. 하이트진로의 2026년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59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559억원으로 10.8% 줄었다. 1분기 연결 기준 소주 매출은 38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줄었다. 같은 기간 맥주도 7.9% 감소한 1601억원으로 집계됐다.

업계에서는 국내 음주량 감소와 회식 문화 변화가 구조적인 변수로 자리 잡았다고 본다. 실제로 증권가 리포트에서도 "유흥 중심 시장 축소"와 "주류 음용 방식 변화"를 주요 리스크로 언급하고 있다.

결국 주류업계 입장에서는 "술을 덜 마시는 사람"까지 브랜드 안에 붙잡아야 하는 상황이 된 셈이다.

술 안마시는 문화에 주류업계가 방책을 찾고 있다. ⓒGettyImagesbank
'술 덜 마시는 문화'에 주류업계가 방책을 찾고 있다. ⓒGettyImagesbank

"안 마셔도 참여하는 회식"

이러한 트렌드 변화에 기업별 경쟁도 빨라지고 있다.

하이트진로음료의 '하이트제로 0.00'은 국내 초기 무알콜 맥주 시장을 연 대표 제품이다. 오비맥주는 '카스 0.0'을 중심으로 식당 채널 확대에 나섰고, 롯데칠성음료 역시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 등을 앞세워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 업계가 주목하는 건 식당·주점 채널이다. 과거에는 편의점·마트 중심 소비가 많았다면, 이제는 일반 음식점에서도 무알콜 맥주를 자연스럽게 주문하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회식 문화 자체도 달라지고 있다. 예전처럼 2차·3차까지 이어지는 음주 중심 회식보다 식사 위주 모임이 늘어나고, "같이 있지만 꼭 술을 마실 필요는 없다"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여기에 건강관리·운동·다이어트 트렌드까지 겹치면서 20~30대를 중심으로 무알콜 선택 비율도 빠르게 높아지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Z세대의 음주 감소 흐름이 무알콜 시장 확대의 핵심 배경 중 하나라고 보고 있다.

다음 경쟁은 '저도주'

무알콜 시장 확대는 맥주에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에는 저도수 하이볼, 저알코올 와인, 라이트 위스키 등 '로우 알코올(low alcohol)' 시장도 함께 커지고 있다.

다만 수익성은 아직 과제다. 일반 맥주보다 단가 경쟁력이 높지 않은 반면, 마케팅과 연구개발 비용은 더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주류업계가 무알콜 시장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술 소비 자체가 줄어드는 시대에 "안 마시는 사람"까지 놓치면 미래 시장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다.

결국 지금 주류업계의 경쟁은 단순히 어떤 술을 더 많이 파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술 없이도 참여할 수 있는 자리"가 늘어나는 시대에, 누가 새로운 문화를 먼저 장악하느냐의 경쟁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