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인공지능(AI) 사업의 무대를 넓히고 있다. 자체 AI 모델 개발에 머물지 않고 데이터센터와 해저케이블 등 인프라를 별도 전문회사로 묶는 한편 국민 대상 AI 서비스와 사이버보안 특화 AI까지 동시에 추진한다.
각 사업만 보면 서로 다른 프로젝트지만 최근 행보를 연결하면 방향은 뚜렷하다. AI 모델을 개발하는 영역에서 데이터센터라는 물리적 인프라, 실제 이용자가 접하는 서비스, AI 시대의 보안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는 모습이다.
AI 경쟁이 모델 성능을 겨루는 단계에서 인프라 확보와 서비스 확산, 산업별 특화 AI 경쟁으로 넘어가면서 SKT도 AI 사업의 기반을 넓히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AI 모델 개발 넘어 데이터센터까지…'AI 인프라' 별도 회사로
SKT의 변화가 가장 명확하게 드러나는 곳은 데이터센터 사업이다.
SKT는 지난 27일 100%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를 존속회사와 신설회사로 인적분할하고, 데이터센터와 해저케이블 사업을 담당하는 신설회사 'SK호라이즌'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현재 운영 중인 데이터센터 8곳과 울산·구로 등 건설 중인 AI 데이터센터를 포함해 총 318MW 규모의 인프라 확장을 SK호라이즌이 맡는다.
여기에 KKR과 IMM인베스트먼트-스톤브릿지 컨소시엄으로부터 총 3조8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 절차가 완료되면 KKR과 IMM 컨소시엄은 각각 29%, 20%의 지분을 갖고 SKT는 51%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된다.
SKT가 데이터센터 사업을 별도 법인으로 떼어내면서 외부 자본까지 끌어들인 것은 AI 인프라를 통신사업의 부대 영역이 아닌 별도의 성장사업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GPU뿐 아니라 전력·냉각·네트워크·부지 등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사업이다. AI 서비스가 확대될수록 이를 뒷받침하는 컴퓨팅 인프라 수요도 함께 커지는 만큼, SKT 입장에서는 AI 사업 확장을 위한 물리적 기반을 확보하는 의미가 있다.
SKT는 AI 데이터센터 사업 개발을 담당하는 SK하이퍼와 함께 역할도 나눴다. SKT가 AI DC 사업의 전체 전략과 글로벌 협력을 맡고, SK호라이즌은 데이터센터 운영과 인프라 확장을, SK하이퍼는 신규 AI 데이터센터 사업 개발에 집중하는 구조다.
SK하이퍼는 2029년 5GW, 2035년 15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단계적으로 확보한다는 계획을 제시한 상태다.
국민 AI 비서로 서비스 영역 확대…'모델'을 실제 사용으로 연결
인프라와 함께 SKT가 확보하려는 것은 AI의 실제 사용자 접점이다.
SKT는 2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추진하는 '모두의 AI' 사업의 수행사업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SKT는 이번 사업을 위해 자사를 포함해 AI 검색, 금융·결제, 모빌리티, 미디어, 헬스케어, 교육, 돌봄 등 각 영역의 대표 기업·기관 20곳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SKT 컨소시엄은 자체 개발한 'A.X K2'를 중심으로 다양한 국내 AI 모델을 활용해 국민 대상 AI 서비스를 구축한다. SKT는 베타 서비스를 거쳐 연내 정식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구상하는 서비스는 단순한 질의응답형 챗봇과는 거리가 있다.
정부24와 PASS 연계를 통해 각종 증명서 발급을 지원하고, 건강검진과 진료·처방 관련 정보를 바탕으로 건강관리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 등이 포함된다. 취업준비생에게 채용정보와 청년정책을 함께 안내하거나 소상공인의 매출·비용·세금 등을 정리해 정부 지원사업을 안내하는 기능도 준비한다.
전화와 문자로 AI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특징이다. 스마트폰 앱을 중심으로 한 기존 AI 서비스의 이용 장벽을 낮춰 고령층과 디지털 취약계층까지 사용자를 넓히겠다는 취지다.
이 과정에서 AI의 역할도 달라진다. 정보를 검색해 답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용자의 상황을 파악해 필요한 정보를 제시하고, 예약이나 전화 등 다음 단계의 행동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AI 모델 자체의 성능뿐 아니라 통신망과 고객 접점을 활용해 실제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느냐가 SKT의 서비스 전략에서 중요해지는 이유다.
보안 AI까지 확보…AI가 커질수록 방어 기술도 중요
AI를 활용하는 영역이 넓어질수록 보안 역시 핵심 인프라가 된다.
SKT는 최근 업스테이지와 함께 사이버보안 특화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과기정통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 2차 단계평가를 통과한 3개 팀 가운데 포함된 기업들이다.
이번 컨소시엄에는 SK쉴더스·안랩·시큐아이·이글루코퍼레이션·라온시큐어·스마트엠투엠·에임인텔리전스·지니언스·파이오링크 등 9개 보안기업과 고려대·숭실대,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KISIA)가 참여한다.
각 기업은 보안관제와 위협 분석, 악성코드 분석, 네트워크·접근통제, 취약점 점검 등 각자의 전문 영역을 맡는다.
특히 실제 보안 운영 현장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모델 개발과 검증에 활용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모델을 만든 뒤 실제 관제 환경에서 성능을 확인하고 다시 개선하는 순환 구조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SKT와 업스테이지는 각각 A.X K 계열과 Solar Open 계열 모델을 기반으로 보안 특화 모델을 개발할 예정이다.
AI 에이전트와 결합할 경우 위협을 탐지하는 수준을 넘어 분석과 대응 등 보안 업무의 일부를 자동화하는 것도 목표로 제시했다.
'AI 모델' 하나로 승부하기보다 생태계 전체를 넓힌다
최근 SKT의 행보를 종합하면 AI 사업을 특정 모델 하나의 경쟁으로 가져가기보다 모델·인프라·서비스·보안을 각각 강화하는 방식으로 확장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모델 분야에서는 자체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고 업스테이지와 보안 AI를 공동 개발한다. 인프라에서는 SK호라이즌과 SK하이퍼로 데이터센터 사업의 운영과 개발을 분리한다. 서비스에서는 '모두의 AI'를 통해 국민 대상 AI 서비스를 확대한다.
여기에 보안기업·대학·협회 등 외부 파트너를 대거 끌어들이고 있다.
AI 사업에서 모든 기술을 한 기업이 직접 확보하기보다 각 분야의 전문성을 결합하는 방식이다. SKT가 통신사로서 가진 네트워크와 고객 기반, AI 모델 개발 경험, 데이터센터 운영 역량을 다른 기업의 기술·데이터와 연결하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 사업에서 3조원대 외부 투자를 유치했다는 점은 AI 인프라 사업을 키우는 데 필요한 자본을 외부에서 확보했다는 의미가 있다.
다만 AI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자본과 전력이 필요한 만큼 계획한 용량을 실제 가동하고 안정적인 수익으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외부 투자금을 확보한 만큼 향후 투자와 사업 확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
한편 SKT가 최근 AI 모델 개발과 데이터센터 분리, 국민 AI 서비스, 보안 특화 AI를 잇달아 내놓은 배경에는 이런 AI 산업의 변화가 깔려 있다.
AI 모델이라는 '두뇌'만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구동할 인프라와 실제 이용자가 만나는 서비스, 그리고 AI를 지킬 보안까지 사업 범위를 넓히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