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북미 온수기로 성장한 경동나비엔…HVAC 확장에 美 현지 거점 강화
[인사이트] 북미 온수기로 성장한 경동나비엔…HVAC 확장에 美 현지 거점 강화
  • 정단비
  • 승인 2026.10.1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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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동나비엔이 북미 냉난방공조(HVAC) 시장 공략을 위한 현지 기술·교육 인프라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 뉴저지와 캘리포니아 어바인에 거점을 마련하고 제품 개발부터 설치·시공 교육, 품질 대응까지 현지에서 수행하는 체계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행보는 경동나비엔이 추진하는 사업구조 전환을 보여준다. 그동안 콘덴싱 온수기와 보일러를 중심으로 북미 시장에서 성장했다면, 앞으로는 히트펌프와 냉난방 시스템, 수처리까지 제품군을 넓혀 HVAC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미국 현지 생산기지 구축까지 다시 검토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미 사업의 현지화 수준을 한 단계 높이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매출 70% 해외서 발생…북미가 핵심 성장 기반

경동나비엔의 HVAC 사업 확대는 이미 구축한 북미 시장 기반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경동나비엔의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은 약 1조5022억원, 영업이익은 약 1434억원이다. 이 가운데 해외 매출은 1조438억원으로 전체의 69.5%를 차지했다.

특히 북미 시장은 핵심 매출처다. 올해 1분기 북미 매출은 약 2576억원으로 전체 매출 4253억원의 60.6%에 달했다.

경동나비엔은 고효율 콘덴싱 기술을 적용한 가스 온수기와 보일러를 앞세워 미국 시장에서 입지를 구축해왔다. 북미 주거환경에 맞춘 제품 개발과 현지 유통망 확보, 설치·서비스 지원 등이 사업 확대의 기반이 됐다.

이제는 이러한 사업 기반을 온수기와 보일러 이외의 제품으로 넓히려는 단계다.

경동나비엔은 히트펌프와 히트펌프 온수기, 하이드로 퍼네스 등 냉난방 관련 제품을 북미 시장에 선보이며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기존 가스 연소 기술과 전기 히트펌프 기술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제품도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기존 온수기 고객과 유통망을 활용하면서 판매 가능한 제품군을 늘릴 수 있다는 점이 사업 확대의 핵심이다.

사진=경동나비엔 미국 어바인 이노베이션&트레이닝 센터 개소식에서 테이프를 컷팅하는 장면. 사진 왼쪽 세 번째부터 경동나비엔 김용범 영업마케팅 총괄임원, 미국법인 김택현 법인장.
사진=경동나비엔 미국 어바인 이노베이션&트레이닝 센터 개소식에서 테이프를 컷팅하는 장면. 사진 왼쪽 세 번째부터 경동나비엔 김용범 영업마케팅 총괄임원, 미국법인 김택현 법인장.

연구개발과 시공 교육 결합…현지 거점 강화한 이유

경동나비엔은 지난 6일 미국 뉴저지에서 기존 트레이닝 아카데미를 개선해 재개관하고, 9일에는 캘리포니아 어바인에서 새로운 이노베이션 센터와 트레이닝 아카데미 개소식을 진행했다.

두 거점은 북미 동부와 서부에서 현지 기술 지원과 교육 기능을 강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어바인의 이노베이션 센터는 북미 주거환경과 설치 조건에 맞춘 제품 시험, 현장 품질 문제 분석, 부품 개선과 인증 대응 등을 수행한다. 한국 본사 연구개발 조직과도 연계해 현지에서 확보한 정보를 제품 개발에 반영할 계획이다.

트레이닝 아카데미에서는 설치기사와 시공업체, 유통사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제품 설치부터 점검, 고장 진단과 문제 해결까지 실습 중심 교육을 제공한다.

특히 교육 대상 제품을 기존 온수기와 보일러에서 HVAC 및 수처리 시스템으로 확대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북미 HVAC 시장에서는 제품 성능뿐 아니라 설치와 유지보수 역량도 중요하다. 주택마다 배관과 전기설비, 기존 냉난방 시스템이 달라 제품에 맞는 시공 기술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동나비엔이 연구개발과 현장 교육을 연결하려는 것도 이런 문제를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설치 문제와 고객 요구를 제품 설계에 반영하고, 개선된 제품의 사용법을 다시 시공업체에 교육하는 구조다. 신규 HVAC 제품의 시장 안착과 기존 유통·시공 파트너와의 관계 강화에 모두 활용할 수 있다.

히트펌프 시장 확대 기회…경쟁과 수요 변동은 부담

경동나비엔이 HVAC 사업에 무게를 두는 배경에는 북미 냉난방 시장의 기술 변화가 있다.

미국에서는 기존 가스 난방설비와 함께 전기를 이용하는 히트펌프가 냉난방 방식의 대안으로 활용되고 있다. 히트펌프는 외부 공기 등의 열을 이동시키는 방식으로 냉방과 난방을 제공하는 설비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미국 히트펌프 판매량은 2025년 약 13% 감소했지마, 올해 들어 제조사 출하량에서는 반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냉난방공조협회(AHRI) 통계에 따르면 지난 7월 미국의 공기열 히트펌프 출하량은 41만3679대로 전년 동월 대비 17.6% 증가했다.

중장기적인 전기화 흐름 속에서도 주택 경기와 설비 교체 수요, 정책 변화에 따라 시장이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이런 환경에서 경동나비엔은 기존 가스 연소 기술과 전기 히트펌프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기술을 차별화 요소로 육성하고 있다.

지난 9월 북미 에너지효율 관련 기술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NXW700'은 전기 히트펌프를 기본으로 활용하고 필요할 때 가스 연소 시스템을 가동하는 하이브리드 온수기다. 실내 냉난방을 담당하는 HVAC 히트펌프와는 용도가 다르지만, 기존 가스 기술과 전기화 기술을 결합한다는 회사의 개발 방향을 보여준다.

미국 생산기지 재추진…과거 계획과 다른 성과 낼까

경동나비엔이 미국 현지 생산기지 구축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경동나비엔은 지난 2020년 미국 버지니아주 제임스시티카운티에 물류창고를 비롯해 생산공장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에는 해당 시설을 물류거점으로 먼저 활용하고 2024년부터 생산을 시작한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계획했던 현지 생산은 실현되지 않았다. 미국법인 홈페이지에 따르면 해당 시설은 물류창고로 운영되고 있다.

북미 매출이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경동나비엔 입장에서는 현지 생산이 공급 안정성과 물류 대응력을 높일 수 있는 선택지다. 따라서 향후 미국 생산기지 계획이 구체화되는지 여부도 북미 사업 전략을 평가할 주요 지표가 될 전망이다.

신규 HVAC 매출 가시화가 다음 과제

경동나비엔의 사업구조 전환에서 중요한 것은 기존 온수기 사업의 수익성을 유지하면서 신규 HVAC 사업을 성장시키는 것이다.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약 3882억원, 영업이익은 약 84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64.6% 증가했다.

영업이익 증가에는 미국 관세 환급 효과가 반영됐다. 이를 모두 기존 사업의 수익성 개선으로 평가하기는 어려운 만큼 향후 영업이익의 지속성과 신규 사업의 기여도를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특히 히트펌프와 하이브리드 제품을 비롯한 신규 HVAC 사업이 북미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수익성이 얼마나 커지는지가 중요하다.

이번 뉴저지·어바인 거점 강화는 새로운 제품을 현지 시장에 안착시키기 위한 기술·서비스 기반 투자다. 미국 생산시설 계획까지 구체화된다면 기술개발과 판매, 공급망을 연결하는 현지화 전략도 확대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