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인터뷰부터 AI 과제까지 달라지는 채용 전형
프롬프트 제출 요구에 개인 노하우 제공 논란도
기업들이 자기소개서를 없애거나 실제 직무 역량을 확인하는 항목으로 바꾸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작성한 글만으로는 지원자의 역량을 구분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구직자들은 자소서 폐지를 대체로 반기지만 달라진 전형에 맞춰 준비해야 할 항목도 생겼다. 영상 인터뷰와 AI 활용 과제에 이어 실제 사용한 프롬프트까지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기업이 등장했다.
채용 플랫폼 진학사 캐치가 구직자 10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58%는 자기소개서 전형 폐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보통이라는 응답은 29%였고 부정적이라는 응답은 13%였다.
폐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이유로는 ‘AI로 자소서 전형의 의미가 퇴색해서’가 70%로 가장 많았다. 복수응답 기준 ‘실제 직무 역량으로 평가받고 싶어서’가 26%였으며 ‘지원 시간과 부담이 줄어서’는 21%였다.
실제로 응답자의 93%는 자소서 작성에 AI를 활용한 경험이 있었다. 활용 방식은 경험 정리·아이디어 구상이 47%로 가장 많았다. 초안 작성은 30%였고 맞춤법·표현 다듬기 27%, 지원 기업에 맞춘 재작성 22% 순으로 나타났다.
자소서 폐지에 따른 부담 감소 기대는 지원 의향에서도 드러났다. 전체 응답자의 78%는 자소서 전형을 없앤 기업에 지원할 의향이 커질 것 같다고 답했다. 이들이 꼽은 이유 중 ‘부담이 줄어서’가 48%로 가장 많았다.
기업들은 기존 자소서를 다른 평가 항목으로 대체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AI 활용 역량과 직무 전문성을 묻는 항목을 도입했다. 포스코는 지원자의 실제 경험을 적는 ‘학내외활동’ 항목으로 바꿨다.
신한은행은 올해 하반기 채용에서 자소서 문항을 없애고 영상 인터뷰를 도입했다. 지원자가 질문에 답하는 영상을 AI가 분석해 우선 합격 여부를 판단한다. AI 평가에서 탈락한 지원자는 사람이 다시 확인한다. 우리은행도 지난해 하반기 도입한 AI 역량검사를 활용하고 있다.
영상 인터뷰와 AI 역량검사는 의사소통 능력과 문제 해결 역량 등을 확인하기 위한 전형이다. 온라인 취업 커뮤니티에는 게임 형태의 인적성검사를 미리 연습하거나 영상 질문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라는 조언도 공유되고 있다.
AI 활용 경험 넘어 프롬프트까지 제출
지원자를 평가하는 데 AI를 활용하는 것과 별개로 지원자 본인의 AI 활용 능력을 검증하는 전형도 도입되고 있다.
HD현대는 하반기 신입 공채에 ‘AI 활용 역량검사’를 처음 도입했다. 지원자가 생성형 AI로 과제를 해결하고 결과물을 비판적으로 판단해 재구성하는 능력을 평가한다. LG전자도 신입 채용에서 데이터와 AI 등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한 경험을 묻기 시작했다.
AI 활용 경험을 서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사용 과정을 증빙하도록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 2027년 대졸 신입사원을 모집 중인 한 에너지 기업은 수업이나 일상생활에서 AI로 성과를 낸 사례를 적도록 했다. 여기에 실제 사용한 프롬프트 화면 전체를 캡처해 첨부하도록 요구했다. 지난해 신입사원 공채에는 없던 항목이다.
프롬프트는 생성형 AI에 작업을 수행하도록 입력하는 지시나 질문·조건 등을 뜻한다. 한 시중은행은 올해 초 체험형 인턴 채용에서 AI로 문제를 해결한 경험과 함께 프롬프트 및 AI의 최초 응답까지 작성하도록 했다. 한 핀테크 업체는 경력 개발자 채용에서 프롬프트 설계 방법을 담은 개발 사례를 제출하면 가점을 주기로 했다.
관련 시험과 교육에 대한 수요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생산성본부의 AI 프롬프트 활용능력시험 ‘AI POT’ 접수자는 출시 첫해인 2024년 1309명에서 올해 1~9월 8759명으로 늘었다. 상명대는 10월 2~3일 취업캠프에서 생성형 AI 프롬프트 작성 강의를 진행했다.
프롬프트 제출을 둘러싼 논란도 있다. 프롬프트에는 개인이 축적한 문제 해결 방식과 업무 노하우·아이디어가 담길 수 있다. 이 때문에 역량 검증을 위해 자신의 활용 노하우까지 기업에 제공해야 하느냐는 반발이 나온다.
구직자들은 실제 직무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평가를 선호하면서도 새로운 전형이 추가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캐치 조사에서 자소서 대신 강화되기를 바라는 전형은 AI 직무역량진단이 24%로 가장 많았다. 실무 과제·프로젝트 전형은 21%였고 심층면접은 17%였다.
반면 자소서 폐지를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 중 62%는 자신의 강점과 경험을 보여줄 기회가 줄어든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다른 전형이 추가될 수 있다는 응답은 35%였으며 학벌·스펙 등 정량적 조건 위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응답은 24%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