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이거 아니?] 이솝우화를 꿈꾸는 스킨케어 브랜드, '이솝(Aesop)'
[브랜드 이거 아니?] 이솝우화를 꿈꾸는 스킨케어 브랜드, '이솝(Aesop)'
  • 이지원
  • 승인 2020.02.25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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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스킨케어 브랜드 이솝의 창립자 '데니스 파피티스(Dennis Paphitis)'는 이솝 우화의 열렬한 팬이었다. 이에 단순히 브랜드의 이미지뿐만 아니라 브랜드의 이름부터, 제품과 매장 곳곳에도 이솝 우화의 유명한 격언들을 새겨 넣기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어떻게 이솝이라는 브랜드를 창립하게 된 것일까.

창립자인 데니스가 스킨케어에 주목하게 된 이유는 자신의 헤어살롱에서 화학물질이 들어간 기존의 헤어제품에 회의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건강한 재료와 최소환의 화학품을 사용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그만의 브랜드를 차리게 됐다.

이때 데니스는 그리스의 유명한 우화작가 '이솝'을 떠올렸다. 짧은 이야기 속에서 삶의 지혜와 잔잔한 웃음을 선사하는 이솝 우화. 브랜드 이솝은 이러한 이솝우화의 매력에서부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짧고 간결하지만 수 세기가 흐른 지금까지도 교훈을 선사하는 이솝 우화의 메세지처럼 이솝 역시 복잡하지 않고 간결하지만 효과적인 효능을 제공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길 원했다.

이처럼 이솝우화와 같이 복잡하지 않으며 피부에 효과적인 효능을 선사하고, 최고의 성분들로 이루어진 제품과 그에 따른 가치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1987년 호주 멜버른에서 '이솝(Aesop)'이 설립됐다.

이솝의 확고한 브랜드 철학과 일관된 원칙 (사진=이솝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처)

성공한 브랜드가 으레 그렇듯 이솝 역시 자신만의 확고한 브랜드 철학으로 이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다. 

이솝 우화의 매력을 착안해 생겨난 브랜드인 만큼 이솝은 '제품 중심'의 브랜드로 탄생했다. 제품 중심의 브랜드를 만들기 우해 설립 초기부터 실용적이고 맞춤화된 연구소에서 제품을 연구했으며, 이 연구소에서 성분 배합에 대한 연구가 진행된다. 그런가 하면 공장에서 역시 세계 최고의 공급업체로부터 원료를 받아 최첨단의 기술과 오랜 과학적 경험, 그들만의 까다로운 원칙을 적용해 최고 품질의 제품이 제작되곤 한다.

더불어 그들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일관된 원칙 덕분이다. 설립 초기부터 차별화된 전략으로 제품 개발을 추진해 온 것이 그들을 사랑받는 브랜드의 자리에 오를 수 있게끔 만들어 준 것이라 추측된다. 

이솝은 성분의 안전과 효율성이 보장된 식물성 추출물과 과학적으로 입증된 최상의 원료를 사용하며 동물성 재료, 염색약, 인위적인 향 등을 제품에 절대 사용하지 않겠다는 자신만의 철칙을 갖고 있다.

이솝은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과 열망을 품고 있다. (사진=이솝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캡처)

끊임없이 생각하는 '지속 가능성'

이솝은 스킨케어 전문 브랜드로, 나이나 성별, 지나치게 정형화된 피부의 타입보다는 고객의 실제 피부나 모발 상태에 집중하며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해 주기적으로 새로운 스킨과 헤어 용품, 바디 케어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그런가 하면 남성 쉐이빙 용품 등 그루밍 제품은 물론, 펫팸족을 위한 애견 케어제품까지 갖추고 있는 흔치 않은 브랜드다. 

하지만 완벽한 피부나 젊음에 대한 약속 같은 것을 함부로 하지 않는다. 제품의 효과를 집요하게 설명하는 대신 패키지와 매장을 통해 단순하고 솔직한 브랜드 철학과 강력한 비주얼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데 신경쓰고 있다.

이솝의 브랜드 철학은 그들의 포장재에서부터 느낄 수 있다. 실제로 이솝은 환경 이슈가 발생하기 전부터 친환경 포장재를 사용하는 등 지속가능한 활동을 꾸준하게 지속해 왔다. 

제품의 모든 패키지를 재활용된 원료로 만든 탓에 여타 다른 화장품의 패키지와는 달리 투박하게 느껴지지만, 무광택의 거친 종이 박스와 갈색 유리병은 이솝이 꾸준하게 선보이는 이솝만의 아이덴티티다. 특히 이때 갈색 유리병은 50% 재활용된 원료로 제작하며, 제품 운송에 사용되는 박스는 100% 재활용 파이버보드로 만든다.

불필요한 포장은 생략하고 모든 인쇄물은 콩기름 잉크를 사용해 제작한다. 더불어 제품을 구매하면 주는 작은 헝겊 파우치 역시 포장지를 재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고객이 다른 용도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특히 제품 설명서를 과감히 빼고 제품에 대한 설명을 라벨에 고스란히 담아내 불필요한 종이도 줄여나가고 있다. 사실 재활용된 용기를 만드는 데 일반 용기를 제조하는 것보다 더욱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지만 이솝은 브랜드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따라서 이솝은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과 열망을 항상 품고 있다. 지속 가능한 디자인에 대해 진정성을 갖고 꾸준한 관심을 보이며, 이는 제품의 용기뿐만 아니라 패키지와 성분 등 모든 분야로 이어진다.

이솝의 가로수길 시그니처 매장 전경 (사진=이솝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처)

매장 하나를 오픈하더라도 놓치지 않는 섬세함

이솝을 특별하게 만든 것은 아로마와 라벨, 패키지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 각 지역에 알맞게 구성한 이솝 매장의 디자인부터 원료 공급업체에 지정한 세밀하고 까다로운 기준, 모든 수준의 품질을 동일하게 유지하고자 하는 '고집스러운 신념'이 이솝을 이 자리에 오르게끔 만들었다.

2004년, 이솝은 멜버른 교외의 세인트 킬다 작은 지하 코너에서 처음으로 매장을 오픈했다. 이곳은 지하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좁은 비탈길에 위치한 작은 스토어에 불과했지만 이솝에게 있어 건축과 디자인의 방향성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이솝의 매장은 재미있다. 각 지역마다 다른 인테리어가 볼거리를 선사한다. 매장 주변의 문화와 환경을 고려해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들의 협의하에 지역적 특성과 잘 어울리는 매장을 디자인한다.

예를 들어 가까이 있는 한국의 매장을 살펴보자. 2014년 문을 연 가로수길의 이솝 매장은 쑥으로 염색한 옥색 한지를 벽지로 바르고, 소나무를 중앙 테이블로 배치했다. 한국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개성과 특수성을 반영해 가로수길 시그니처 스토어를 완성했으며 2019년에는 한 차례 이전을 하며 더욱 넓은 매장에서 서비스 수준을 높이고, 가로수길만의 특성을 담아내기도 했다. 

화려하고 활기찬 가로수길에서 지나칠 수 있는 하늘과 햇살, 은행나무, 고요함 등에 주목한 이솝의 가로수길 시그니처 매장은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고스란히 반영된 매장에서 여유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이렇듯 이솝은 새로운 스토어를 오픈할 경우 그 장소에 있는 것을 어떻게 활용하고 협력할 것인지를 가장 먼저 염두에 두고 개업을 준비한다. 지역과 동떨어진 디자으로 어울리지 않는 공간이 되기보다는, 그 지역과 잘 어우러져 하나의 구성원으로서 조화로움을 더하는 것에 집중한다.

이솝은 이를 '조화롭게 더하는 가치'라 표현하며, 이것이 곧 자신들의 진정한 의의라 말하곤 한다. 따라서 이솝은 조화롭게 더하는 가치를 위해 지역과 연관성 있는 디자인 요소를 활용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솝의 런던 시그니처 매장 전경 (사진=이솝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처)

모든 고객에게 같은 무게의 감동을

이솝은 누구에게나 오픈된 테스터 제품을 상시 마련해 두기로 유명하다. 이솝의 매장을 지나치는 많은 이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이솝의 제품을 사용해 보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매장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에도 이솝의 제품을 사용해 볼 수 있는 거치대를 설치해 부담없이 제품의 향과 텍스처를 경험해 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전 세계의 이솝 시그너처 매장 직원들이 고객들에게 스토어 근처의 맛있는 레스토랑이나 훌륭한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 등 예술과 문학에 대한 조언을 남길 수 있도록 교육하곤 한다. 고객과 직원간의 물리적인 벽을 없애기 위함이다. 누군가는 '극한직업'이라 느끼겠지만 이솝 직원들은 단순한 스킨 카운셀링 그 이상의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전해진다.

여러 고객이 함께 왔을 때도 공평한 감동을 선사한다. 샘플이나 티, 탄산수, 잡지 등을 제공하고 앉을 자리를 권하는 섬세함을 잊지 않는다. 따라서 전 세계 어느 매장을 찾아도 같은 감동을 느낄 수 있도록 고려한 것이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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