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이거 아니?] 신발 업계의 '애플', 친환경 소재의 신발 자랑하는 '올버즈(Allbirds)'
[브랜드 이거 아니?] 신발 업계의 '애플', 친환경 소재의 신발 자랑하는 '올버즈(Allbirds)'
  • 이지원
  • 승인 2020.04.06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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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들이 모여 있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패션은 심플하다. 대부분 가볍고 편안한 것을 중점으로 두기 때문이다. 

이때 실리콘밸리의 직장인들에게 가볍고 편한 신발이라며 인정받는 브랜드가 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와 포브스 등은 해당 브랜드의 제품을 '세계에서 가장 편한 신발'이라 소개하며 대대적으로 인정한 바 있다. 

심지어 2016년 창업 이후 2년 만에 100만 켤레를 판매한 이 브랜드는 현재 기업가치 역시 1조 원을 가뿐히 넘겨 '유니콘 기업'이라 평가받기도 한다. 

어떤 매력이 이들을 단숨에 유니콘 기업의 자리에 오르게 했으며, 또 까다로운 실리콘밸리 직원들의 마음을 샀을까. 친환경 경영의 예시로 제시된 브랜드 '올버즈(Allbirds)'를 소개한다. 

(사진=올버즈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처)
 친환경 소재의 신발을 판매하는 브랜드 '올버즈' (사진=올버즈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처)

2016년 창업한 올버즈는 신발의 안감과 겉감은 물론 발등을 감싸는 '갑피'부터 운동화 끈, 신발 밑창까지 모두 친환경 소재로 만들어진다. 이들은 어떻게 친환경 소재로 만든 신발을 구상하게 된 걸까. 

올버즈는 과거 국가대표 축구선수 출신 팀 브라운(Tim Brown)과 친환경 소재의 전문가인 조이 윌링거(Joey Zwillinger)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다. 

팀 브라운은 선수 시절 다양한 운동화를 협찬받았지만 발전이 없는 운동화에 의문을 가졌다. 운동화가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것에도 시름을 느꼈다. 그가 처음 만든 신발은 사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됐다. 친구들을 위한 가죽 신발을 만들었지만, 그에게 돌아오는 것은 불편하다는 불평뿐이었다. 이에 은퇴 후 경영학을 공부하며 본격적으로 올버즈에 대한 사업 구상을 펼치게 됐다. 

이때 가죽을 대신해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가장 구하기 쉬운 소재였던 양털, 울이었다. 뉴질랜드에는 2900만 마리의 양이 있었지만, 양털에서 뽑은 '메리노 울'은 일반적으로 의류에만 사용되고 있었다. 

이에 올버즈는 메리노 울과 나무, 설탕 등으로 신발을 만드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운동화의 안감과 겉감을 모두 메리노 울로 감싸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통풍이 잘 되게 만들었다. 가벼운 착화감과 부드러운 착용감은 맨발로 신더라도 자극적이지 않도록 했다. 

일반적으로 의류에 쓰이던 메리노 울이 신발에 쓰인 것은 처음이었다. 이에 브라운은 뉴질랜드 울 생산자협회에서 연구자금을 받고, 미국 대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킥 스타터 캠페인'에 울로 신발을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올렸다.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나흘 만에 12만달러(악 1억3000만원)를 모금했다.

그 과정에서 조이 윌링거도 만나게 됐다. 친분이 있었던 두 창업자의 부인이 중간지점을 자처한 것이다. 이렇게 만난 두 창업자는 '편안함'과 '단순함', 그리고 '친환경 소재'에 초점을 맞추며 사업을 준비했다. 

(사진=올버즈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처)
편안하고 단순한 친환경 소재의 올버즈 운동화 (사진=올버즈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처)

일반적으로 신발 밑창은 화학소재로 만들어지나, 올버즈는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당밀에 당분을 없애고 에탄올과 혼합해 색다른 소재를 만들어냈다. 딱딱하지도, 너무 말랑거리지도 않는 소재는 사용자들의 발을 피로하지 않게 부드럽게 감쌌다. 

운동화 끈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재활용 플라스틱병을 녹여 섬유로 만들었다. 일반 섬유로 된 끈보다 2배의 비용이 들었다. 물론 스타트업인 올버즈에게는 적은 돈이 아니었다.

이에 회의가 열리기도 했지만, 최고재무책임자(CFO)의 한 마디에 회의는 종료됐다. "생각할 필요조차 없다", 그들에게는 친환경을 생각하는 신념이 더욱 중요했던 탓이다. 

이렇듯 올버즈의 목표였던 심플한 디자인과 실용적인 기능, 편안함을 완벽하게 구상한 신발은 곧 실리콘밸리에도 소문이 퍼졌다. 업무 특성상 실용적인 패션을 선호하는 실리콘밸리의 직장인들에게 안성맞춤인 격이었다. 

실제로 뉴욕타임스(NYT)는 "멘로파크에서 열린 벤처캐피털 행사장에 모인 1000명의 기업가와 투자자 중 올버즈를 신은 사람이 가장 많았다"고 보도하며 '실리콘밸리가 선택한 신발'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특히 올버즈가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구글의 공동창업자인 래리 페이지(Larry Page)와 前 트위터의 CEO 딕 코스톨로(Dick Costolo)가 신으며 이름을 떨쳤다. 또한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Leonardo DiCaprio) 등이 투자에 나서며 명성이 올랐다. 이들이 지원받은 투자금액은 2019년 기준 7700만 달러(한화 약 9200억 원)에 달했다.

(사진=올버즈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처)
신발업계의 애플을 목표로 하는 올버즈 (사진=올버즈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처)

미국에서 시작한 지 약 3년 만에 호주와 영국, 중국 등에 진출하며 매출액을 올린 이들은 2018년 기준 매출액 1억 5000만 달러(한화 약 1790억 원)을 기록했다. 기업가치는 이미 100억 달러(한화 약 1조 2000억 원) 수준을 넘어서며 유니콘 기업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단 하나의 스니커즈를 만든다면 어떤 모습으로 디자인할까라는 의문에 올버즈는 "신발업계의 애플이 되겠다"고 답했다. 디자인과 마케팅의 달인이라 평가되는 애플의 前 CEO 스티브 잡스(Steve Jobs)를 따라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올버즈는 270만 달러(한화 약 33억 3700만 원)에 달하는 초기 투자 유치액의 20% 가량을 브랜드를 알리는 데 쏟아붓는 등 마케팅에 주력했다. 모든 신발의 가격도 95달러(한화 약 11만 원)로 통일했다. 이들의 뒤로 '운동화계의 애플'이라는 애칭이 뒤따른 이유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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